의정감시센터 2004총선연대 2004-04-12   1754

[인터뷰] 김민영 총선연대 공동사무처장

“탄핵심판이 열린우리당 지지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이제 17대 총선이 코 앞에 다가왔다. 여느때보다도 큰 사건이 많았던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어떤 기준으로 어떤 정당과 유권자를 선택할 것인가. 그들 기준 중에는 ‘2004총선시민연대(이하 총선연대)’의 낙선명단과 정당별 평가자료가 있다.총선연대 활동 제안부터 지금까지 100여 일, 숨가쁘게 달려온 김민영 총선연대 공동사무처장을 만나 이번 총선의 의미와 총선연대의 이후 활동계획을 물었다.

낙천낙선명단에 이라크 파병동의안에 찬성한 의원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왜 그런가.

“2000년에 이어 2004년 낙선운동도 부패정치에 대한 심판을 기본 개념으로 합의가 됐다. 물론 지난 4년 동안 각 영역별로 노력해왔던 부문운동의 성과를 반영해야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어느 영역을 넣느냐에 대해 합의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그래서 결론은 총선연대와 더불어 여성, 환경, 교육 등 각 부문별 아젠다를 중심으로 한 부문 낙선운동이 펼치기로 한 것이다. 유권자운동이 분화되고 다양화된 것이다. 그런 결정을 한 당시에도 그런 지적이 있었다.

특히 파병문제에 대해서는 지금 이라크 상황이 전면전으로 치닫는 등 상황이 더 안 좋아지니까 다시 문제제기가 나오는 것 같다. 파병찬성의원들에 대해서는 별도로 낙선운동을 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고, 부문별로 진행되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결론 지은 것이다. 총선연대가 부문과 지역 등 많은 시민사회단체로 이루어져 있지만 시민사회의 주요 이슈를 모두 낙천낙선명단에 반영할 수는 없었다. 파병문제를 포함해 새만금, 한칠FTA, 집회와시위와관한법률 개악 등 지난 몇 년 사이에 중요한 현안들이 많았지만 총선연대의 낙천낙선명단 기준으로 반영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애초에 역할분담이 되어 있었다는 점을 이해해 주면 좋겠다.”

탄핵가결안에 동의한 의원 전원을 낙선명단으로 발표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반영하겠다고 미리 발표하기는 했지만, 전원포함은 의외였다. 결정과정에서 무리는 없었나.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쉽게 합의했다. 탄핵이 몰고 왔던 충격이 너무나 컸던 것 같다. 총선연대에 속한 모든 시민사회단체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도전이라고 받아들였고 이런 일을 저지른 의원들을 다시는 그렇게 못 하도록 막아야 한다는데 공감을 했던 것 같다. 전원을 낙선명단에 넣은 것은, 사실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들 중 발의하거나 주요하게 선동한 몇 사람을 넣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구분 하겠는가. 유권자위원회도 총선연대 대표자 회의에서도 전원을 낙선명단에 넣자는 결론을 내렸다. 지금 생각해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한나라, 민주, 자민련은 부인하지만 사실 낙천낙선명단이 유권자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탄핵가결한 한민자 의원들은 총선연대가 열린우리당 선거운동을 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탄핵을 적극적으로 심판하겠다는 것이 열린우리당을 지지하겠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탄핵을 주도한 한민자는 국민적 분노가 어디서부터 기인했는지 똑바로 알기 바란다. 또 열린우리당도 착각하지 말기 바란다.”

낙선명단에 민주노동당 소속 후보가 1명 있다. 진보정당 후보를 넣는다는 것에 부담이 없었나.

“특정정당이라고 해서 다른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애초에 정했던 객관적 기준에 따른 것이다. 과거 전과기록 중 민주화운동 전력을 제외하고는 금고형 이상인 경우에는 낙선대상자로 선정하기로 이미 기준을 마련했었다. 이 후보의 경우, 이 사건을 민주화운동으로 볼 수 있느냐 없느냐로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가 갖고 있던 자료를 통해서는 민주화운동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유권자위원회의 결론도 민주화운동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 인터뷰 후인 12일 총선연대는 유일한 민주노동당 낙선후보였던 이재남 후보를 낙선명단에서 제외했다. 총선연대는 제외이유를 “이 후보 측의 추가소명 및 관련자 진술을 통해 ‘술값시비의 주체가 이재남 후보가 아닌 다른 사람임이 밝혀졌고, 연행과정에서도 경찰의 무리함이 있었다는 점이 새롭게 드러났다’며 낙선대상자가 될 만큼의 중요한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해 최종 제외했다”고 밝혔다.)

이번 총선에서는 선관위가 유권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후보들별 재산, 납세, 병역 등의 데이타를 공개했다. 그런데도 시민단체가 추가적으로 검증자료를 내놓을 필요가 있나.

“선관위가 유권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기는 했지만, 유권자 개인이 찾아보기는 매우 어렵다. 구체적 사유가 드러나 있지도 않고. 또 자화자찬식의 자료가 태반인 홍보자료로 후보자들을 평가하기도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 시민단체가 검증자료를 내놓은 것은 매우 필요하다. 낙선운동 여부를 떠나 유권자에게 이러한 정보제공을 하는 것이 시민단체의 역할이라고 본다.”

총선연대가 이번에는 정당평가자료도 내지 않나. 준비는 잘 되어가는가.

“어려움이 많았지만 일단 발표 준비는 마쳤다. 12일 오전11시에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정당평가 그 자체는 매우 어렵다. 2002년 대선 당시, 각 정당이 내놓은 자료와 그에 대한 질의응답 결과문을 놓고 평가해 봤는데, 공약 자체가 매우 불충분하고 추상적이어서 평가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이번 총선에서 각 당이 내놓는 공약도 그러하다. 처음 시도되는 1인2표제에서 유권자들이 제대로 투표하기 위해서는 정당에 대한 변별력있는 평가자료를 내놓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는 공약을 놓고 논쟁을 벌일 시점에 탄핵이 터져서 정책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검증할 수 있는 자료도 불충분했다. 다음 총선에는 정책을 놓고 논의할 수 있는 풍토가 되었으면 좋겠다.”

2000년에 이어 두번째 시민사회의 낙천낙선운동인데, 4년 전과 무엇이 달라졌나.

“우선 자료조사나 검증이 훨씬 체계적으로 이뤄졌다. 시민사회의 활성화로 부문별로 낙천낙선리스트를 발표한 것도 달라진 것이고, 정당별 평가를 한 것도 진일보한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4년 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부패가 주요한 기준이 된 것은 유감이다. 사실 4년 간 의정활동을 객관적인 기록을 갖고 평가하고 정책중심 논쟁을 벌이는 유권자 운동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정치현실이 아직도 부정부패에 발목이 잡혀 있으니 어쩌겠나. 4년 후에도 낙천낙선운동이 벌어진다면 그때야말로 정책을 놓고 각축을 벌이는 유권자 운동이 되길 바란다.”

2000년 총선연대의 낙천낙선운동에 대한 국민적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그렇게 구성된 16대 국회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도 컸지만 결과적으로는 더 부패하고 무능하고 반민주적인 행태를 보였다. 그런 점에서 네거티브식 낙천낙선운동의 한계를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이런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많은 생각을 했다. 왜 그랬을까. 내 생각은 이렇다. 낙천낙선운동은 인적교체를 중심에 둔 운동인데, 그것만으로 정치가 바뀐다는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 정치개혁을 위한 최소한의 접근방식일 뿐이다. 정치를 규정하고 있는 비정치적 요소들이 정치영역에서 사라져야한다. 즉 정치구도가 바뀌어야 비로소 정치개혁이 이뤄지는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국회, 정치, 시민사회의 역사적 맥락을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16대 국회 구성에 영향을 미친 2000년 낙천낙선운동은 시민사회가 최초로 국회와 정치에 개입을 시도한 것이었다. 부패정치인 퇴출이라는 의제를 두고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접점이 16대 국회가 된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의 반응은 매우 느렸다. 국민의 요구는 여전히 외면하며 과거관행을 반복했다. 탄핵가결, 체포동의안 석방처리 등 국민이 분노할 줄 알면서 저지르고 며칠 후면 잊을 것이라고 기대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단세포적인 판단을 내리는 이들이 주요 정당의 정치지도부를 점유하고 있으니 변화는 더 느렸다. 정치패러다임이 바뀌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정치패러다임이라는 것이, 돈과 지역주의에 따라 당선이 된다는 것 아니냐. 비정치적인 요소인 돈과 지역주의가 정치구도를 규정해 온 것이다. 이렇게 당선된 의원과 소속 정당에게 있어 유일한 목표는 정권의 획득이었다. 이들은 의정활동보다는 대권에 올인하고 국회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폭로와 당리당략적 정쟁만을 일삼았고 국민들과 유권자에게 정책을 내놓고 그걸로 승부하는 것은 도외시되어 왔다. 이러한 것들이 바뀌지 않는한 근본적인 정치개혁은 불가능하다.

그와 동시에 부패방지제도, 검찰독립성, 정치관계법 등 제도적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하면서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정치부패가 일거에 시야에 드러났다. 총 규모로 따지면 과거 부패사건보다 상당히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부패양산들이 일거에 공개되면서 분노도 폭발적이 된 것이다. 크게 보면, 파열은 더 커졌지만, 결국 정치권은 시대적, 국민적 요구에 맞춰 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17대 국회는 얼마나 달라질 것 같은가.

“유감스럽지만 이번 총선에서도 17대 국회에서도 지역주의는 여전히 존재할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다. 이번 총선을 통해 진보정당도 원내진출해 17대 국회는 수구냉전적 사고를 하는 정당, 보수적 자유주의적 개혁을 추구하는 정당 그리고 진보정당 이렇게 3자간 정책대결을 하는 양상이 되지 않겠나.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지역주의적 요소가 탈각하는 과도기를 겪는 것일테고.

17대 총선결과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낙관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가장 우려되는 지역주의는 여전히 남아있는 것 같다. 막판에 드러난 지역주의, 색깔론, 돈 선거를 경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한 비본질적 요소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 결국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에 달렸다.”

2004 낙천낙선운동은 탄핵무효운동도 함께 해야했는데, 어떤 점이 어려웠나.

“총선연대 활동단위 중 정책팀을 뺀 기획팀과 조직팀이 모두 탄핵무효운동을 함께 해야했다. 한마디로 이중활동을 한건데(웃음). 워낙 갑작스럽게 터진 일을 하느라 물리적으로 힘들었다. 하지만 이번 탄핵무효운동을 거치면서 시민들의 역동적 변화에 오히려 시민운동의 대응속도가 느린 것이 아니냐는 고민이 들었다. 시민사회는 온라인 네트워크 등을 통해 자율적이고 정치적으로 각성되어 가면서 탄핵운동을 자발적으로 이끌어갔다. 시민운동이 거기에 엊혀 갔다고 본다. 동시에 일방적 주장이나 대안을 제시한다고 해서 운동이 활성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깨달았다. 쌍방향 의사소통을 통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자기 생활현장에서 공감하며 그 공감에 따른 행동을 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그러한 울림이 있는 운동이 우리 시민운동에게는 아직 부족하다는 점도 깨달았다.”

2000년 총선연대가 시민사회의 비약적 발전과 분화를 촉발시켰다면 이번 총선연대 활동도 시민사회에 무엇인가 변화를 가져올 것 같은데.

“정치개혁운동에 대해 말하자면, 이제 새로운 형태의 정치개혁운동이 나올 시점을 맞이한 것이다. 지난 몇년간 시민사회운동은 정치를 바꿔보기 위해 노력해 왔다. 크게는 제도를 바꾸려는 시도를 했고, 지금 하는 낙천낙선운동은 인적교체에 맞춰져 있다. 양축이 동시에 이뤄져야 정치가 바뀐다. 시민사회운동이 주도해 온 정치개혁운동은 이번 총선연대 활동으로 일단락 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말에 정치관계법이 개정되었고, 이번 총선을 통해 구시대적이고 부패한 정치인들이 상당수 걸러지지 않겠냐.

이제 새로운 형태의 정치개혁운동, 즉 대안을 만들 시점이라고 본다. 그것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우선은 17대 국회가 해 나가야 할 것들을 잘 정리해서 전달하는 일이 있다. 그 다음에는 생활정치영역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하지 않겠는가. 실무적 책임을 맡은 사람으로 고민이 많다.”

이후 활동계획을 알려달라.

“12일에 정당평가내용을 발표하면 우리가 내놓을 자료들은 다 공개하는 것이다. 선거 전에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는 일이 남았고. 15일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다 함께 모여 개표방송을 보는 것이 이벤트라면 이벤트다. 진인사대천명이라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으니, 후회는 없다. 이제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만이 남았다.”

총선 이후에도 돈선거감시를 할 계획이 있지 않은가.

“그렇다. 돈선거 당선무효운동을 하기 위한 활동이 있다. 총선연대 발족 당시 선언한대로, 당선되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돈선거를 해 당선된 의원들을 찾아내 당선무효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하지만 우선은 탄핵무효운동이 다시 시작될 것이다.”

지난 3개월여 활동이 너무 힘들었나보다. 몇달 사이에 몇년은 늙어보인다.

“맞다.(웃음). 흰머리가 많이 늘었다. ‘p주째 감기가 떨어지질 않는다.”

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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