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국회 2007-07-25   1363

[7월 정치토크 참관기] 선관위의 선거UCC운용기준은 내 머리 속의 CCTV?

지금은 UCC 시대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손수 컨텐츠를 생산하고 있고 그만큼 제각기의 방식으로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올 초 선관위가 발표한 ‘선거UCC운용기준’은 이러한 인터넷 환경 변화를 무시하고,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와 참정권을 무참히 짓밟은 시대착오적인 것이다.

7월 5일 내가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참여연대는 이 문제를 회원, 시민들과 함께 토론하기 위해 <유권자 손발 묶는 선거법, 전면 개정하자!>라는 이름으로 유쾌한 정치토크를 열었다. 기대보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각도의 논리로 중무장한 분들이 참여하여 행사 시작부터 기발하고 뜨거운 의견들이 오고 갔다.

참석자들의 자기소개를 시작으로 참여연대의 입장과 활동 브리핑이 이어졌다. 선관위가 발표한 선거UCC지침에 따르면, 유권자의 의사표시가 허위사실이나 후보비방이 아니어도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또 선관위의 UCC지침은 국가보안법과 마찬가지로 임의규정을 두고 있어 모든 네티즌들을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형법에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는데도 선관위는 행정편의를 위해 330명의 사이버 검색요원을 동원해 문제의 소지만 있어도 이를 막고 통제하겠다고 한다. 이는 선관위의 기본 발상이 시민을 대상화시키는 관료적 발상에 머물러 있어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두 번째 브리핑은 인터넷기업협회 서수경 정책팀장이 맡았다. 서 팀장은 인터넷상에서의 선거법 규제는 네티즌의 자유와 표현을 명백히 침해한다고 말했다. 또한 선관위가 네티즌을 직접 제재하는 것이 어려워 매개 수단인 포탈사이트를 과도하게 규제하려 든다고 지적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선관위의 조치에 유권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가 하나도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유권자들이 선관위의 UCC지침에 대해 혼란을 느끼고,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는데 선관위는 이에 대해 성의 있는 해명과 조치는커녕 변명만 늘어놓고 있으니 답답하다.

이날 우리는 먼저 선관위가 발표한 ‘선거UCC 운용기준’을 숙지하고, 선관위가 제시한 ‘적법’ 위법‘ 사례를 함께 맞춰보는 게임을 진행했다. 그 결과 상식으로도 선관위가 제시한 운용기준을 제대로 적용하기가 어려웠다. 운용지침은 UCC 내용이 단순한 의견개진인지, 아니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가 있는 것인지로 위반여부를 가르는데, 이를 분별하는 기준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 결국 우리는 토론회가 끝날 때까지 알아내지 못한 셈이다.

벌써부터 선관위 지침에 불복종을 선언하고,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선거UCC지침의 부당함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는 참가자 박형준씨는 “누군가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려면 투표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한 네티즌이 서명게시판에 올린 ‘이럴 바에는 차라리 선관위가 몇 번을 찍으라고 정해줘라’라는 조롱어린 비판이 떠올랐다.

이에 더해 참여연대 홍성희 간사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언급하면서 선거UCC운용기준을 ‘내 머리 속의 CCTV’라고 비유하였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는 첨단기술을 통하여 범죄를 저지를 것이 확실시(!)되는 범죄자들을 사건 발생 전에 구속한다. 영화 속 국가는 인간의 외면뿐 아니라, 내면도 감시하고 있고, 국민들을 감시하는 것은 공공복리의 증진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과연 국가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상황에 개입하고, 나의 생각에 대한 판단을 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인터넷 공간은 고정된 공간도 아니고, 하루에도 수천·수만의 글과 영상들이 쏟아지고 있는 매우 유동적인 공간이다. 선관위가 독심술과 같은 초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는 한 빈틈없는 단속은 불가능하다. 또, 의도여부에 따라 알아서 위법 행위를 하지 말라는 것도 기본권에 대한 지나친 침해이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국회가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한다. 유권자의 선거활동에 관심조차 없었던 국회가 과연 선거에 임박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있을지 미덥지는 않지만 더 시간이 가기 전에 국회가 하루빨리 선거법을 개정하도록 유권자들이 함께 힘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관위는 선거UCC 운용기준을 전면 폐기하는 것이 옳다. 또, 국회는 유권자의 선거자유 확대를 위해 선거법 개정을 해야 한다!

박대일 (참여연대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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