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칼럼(aw) 2010-03-09   2103

[칼럼] 김충조 위원장 사퇴 논란과 정개특위의 임무해태

정개특위, 위원회는 개점휴업, 위원장은 사의 표명.
국민들은 누구를 탓해야 하나
지난 3일, 김충조 정치개혁특위 위원장(민주당)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정치개혁특위(이하 정개특위)가 활동기간을 4월말까지 연장하기로 한 지 불과 며칠 만의 일이다. 국회의장이 사퇴서를 반려하고 당내에서도 만류하고 있다고 하니 정말 사퇴가 될지는 미지수다. 다만 그렇지 않아도 개점휴업인 정개특위가 더 이상 생산적인 ‘정치개혁’의 논의공간이 되지 못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2개월 활동기간 연장도 국회의장의 강력한 ‘선상투표 도입’ 요구로 이루어진 걸 감안하면, 위원장이 사퇴서까지 제출한 마당에 정개특위가 제대로 활동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해진 상황이다.

김충조 위원장의 사의 표명은 ‘국회의원 당선무효형 기준 상향 조정안’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공식적으로 법안이 제출되어 논의된 바는 없으나 정개특위에서 국회의원들의 당선무효형을 1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려 한다는 얘기는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여야 원내대표 회담에서 논의하기로 했다느니, 정개특위에서 다시 논의할 예정이라느니 설도 분분했다. 그 때마다 ‘국회의원들이 기득권 지키기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차라리 ‘정치개악’특위로 이름을 바꾸라는 말도 나왔다. 결국 ‘의원들의 압박성 민원’과 ‘국민적 비판’ 사이에서 김충조 위원장은 ‘사퇴’를 선택했다. 위원장 본인의 입장에서는 고육지책일 수 있으나 국민들은 도대체 이 사태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기득권 지키기만 골몰, 유권자 참정권은 생각않는 ‘정개특위 행태’, 쏟아지는 비판은 당연해
정개특위 위원장의 사퇴 논란은 단순히 한 국회의원의 ‘인간적 고충’을 배려하거나, 허울좋게 한달반짜리 정개특위 위원장을 세워서 덮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김 위원장 스스로 괴로워했듯이 ‘정치개혁특위’에 대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은 여전하다. 정개특위는 2009년 3월에 임기를 개시해서 제대로 된 회의 한 번 열지 않고 허송세월하다가 8개월이 지난 11월 말이 되어서야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그나마도  2010년 지방선거 일정이 목전에 다가왔기 때문에 후보자를 중심으로 한 선거규칙 논의만 쫓기듯이 진행하였다. 물론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간 공정한 룰을 확립하는 것은 중요하다. 또한 논의 과정에서 ‘예비후보의 선거운동 자유를 확대’하거나 ‘여성 공천자 의무 비율’ 조항을 신설하는 등 일부 긍정적인 합의도 있었다.

그러나 정개특위는 활동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앞서 언급했듯 은근슬쩍 ‘국회의원 당선무효형 기준 상향 조정안’을 내밀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대구, 광주 등 전국 각지의 광역의회가 다수당의 이익을 위해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기초의회 4인 선거구’를 분할하는 사태가 벌어지는데도 이에 대한 개선 논의는 전혀 하지 않았다. 2007년 대선 때부터 본격적으로 제기된 유권자의 자유로운 선거참여를 위한 법개정 역시 논의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이니 자신의 기득권 옹호에는 온 힘을 쏟으면서 정작 국민의 정치참여는 안중에도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정개특위, ‘국민을 위한 정치개혁을 하라’
위원장이 앞장서 유권자의 입막는 선거법 독소조항 폐지부터 논의해야
말로는 누가 ‘정치개혁’을 못하겠는가. 유권자의 ‘정치무관심’을 개탄하고, ‘위험하게 낮은 투표율’을 걱정하면서 정장 유권자의 정치참여를 높이자는 제안들은 정개특위 회의 안건에도 오르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07년부터 수많은 네티즌, 시민들이 유권자의 입을 막는 선거법 독소조항(공직선거법 93조 1항, 251조, 82조의 6)을 폐지하라고 주장했지만 국회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최근 선관위와 경찰청이 2007년 UCC에 이어 ‘트위터’를 규제하겠다고 나서면서 유권자의 입을 틀어막는 공직선거법 독소조항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점화되었지만, 정작 정개특위는 회의 한 번 열지 않았다. 시대착오적인 선거제도로 또다시 무고한 유권자가 범법자가 되고, 인터넷·트위터에서의 자기검열로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고 참정권이 훼손된다는 비판이 이어져도 정개특위 위원 누구하나 앞장서는 사람이 없다.

지난 2003년, 고 노무현 전대통령은 진보진영의 정책 비판에 대해 “이러다 대통령직 못하겠다는 위기감이 든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일부 보수언론들은 ‘정치적 공세’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또 어떤 이들은 대통령의 ‘솔직한 면모’를 보았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많은 지지자들이 안타까운 심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나도 국민 못해먹겠다’고, ‘국민을 바라보고 정치를 해달라’고 때론 비판했고 때론 애원했다.

정개특위가 50여일의 활동기간을 남겨두고 있다. 그나마 제대로된 회의는 커녕 김형오 국회의장이 제안한 ‘선상투표제’만 통과시키고 끝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김충조 위원장이 ‘정개특위 위원장 못해먹겠다’고 말하기 이전에 정개특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어떻게 해소할지, 그러기 위해 정개특위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고려해보길 바란다. 무엇보다 5선의원의 경륜으로 정개특위 위원들부터 설득해 유권자의 입을 막고 손발을 묶고 있는 선거법의 독소조항부터 검토하길 기대한다.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치개혁’, 국민을 바라보고 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황영민(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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