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칼럼(aw) 2012-02-06   2532

[칼럼] 석패율제는 차악도 차선도 아니다

 

석패율제는 차악도 차선도 아니다

 

지역주의 해소 넘어 정치적 대표성, 책임 정당정치 등
다양한 가치를 실현하려면 정당명부제가 해답이다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이 석패율제 도입에 합의하면서 정치권·학계·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찬반 논란이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이 논란에는 서로 다른 제도 변화의 목적이 전제되어 있다. 즉,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은 지역주의 완화를 목적으로 석패율제 도입을 받아들이고 있는 반면, 통합진보당 등은 정치적 대표성의 증진과 정책에 기초한 정당정치의 실현 등을 목적으로 석패율제가 아닌 혼합형 비례대표제(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의 도입을 주장한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지역주의 완화를 위한 방안으로 석패율제의 도입이 주장되고 있다. 즉, 석패율제 도입은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의 불모지인 영호남 지역에서 후보들이 ‘부활당선’의 가능성을 갖고 적극적인 선거운동과 정당활동을 수행함으로써 지역주의의 파열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주의 완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한국 정치의 과제를 해결하는 데는 제한적이며 한계를 갖고 있다.

 

첫째, 정치적 대표성의 왜곡현상을 극복하기보다는 심화시킬 수 있다. 혼합형 선거제도는 지역구 의원에 의한 지역대표성과 비례대표 의원에 의한 전국대표성을 갖는 선거제도이다. 그러나 석패율제의 도입은 지역에 기초한 부활당선자들이 지역서비스 위주의 특수편익을 대표함으로써 비례대표의 취지인 전국적 보편편익의 대표성을 약화시킨다. 또한 사회적 소외계층과 직능 대표의 정치적 대표성을 높이는 것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즉, 석패율 제도의 도입은 결과적으로 비례대표 의석을 지역이익을 대표하는 의원으로 충원함으로써 사회 내 소수집단의 대표성을 보장하기 어렵게 된다.

 

둘째, 석패율제는 인물 중심의 선거 및 정당정치를 극복하는 데 한계를 갖고 있다. 석패율제는 부활당선 여부가 지역구에 출마한 인물의 득표 결과에 의해 이루어짐으로써 1위 대표제에서와 같이 인물 중심의 선거경쟁을 심화시키고 정당간 정책경쟁에 기초한 선거정치와 정당정치의 가능성을 낮출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역주의 완화와 관련하여 제도의 효과가 침소봉대되어 있다. 특정 시·도의 지역구 후보자만을 대상으로 석패율제를 운영한다면 각 정당에서 불모지인 지역에서 부활당선할 수 있는 당선자는 2~3석이 될 것이다. 이 수치는 비록 몇 석의 의석을 교차당선시킨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지만, 지역주의 완화에 기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선거제도의 변화는 지역주의의 완화뿐만 아니라 민주적 가치인 정치적 대표성의 증진, 책임 정당정치의 실현, 그리고 시민 정치참여의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진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라 불리는 혼합형 비례대표제의 선택이 요구된다.

 

첫째, 혼합형 비례대표제는 비례대표 선거결과 각 정당이 얻은 득표율을 의석으로 전환하는 선거제도로서 득표와 의석 사이의 비례성이 높다. 이는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 집단, 그리고 직능 집단의 정치적 대표성을 왜곡 없이 반영하여준다. 따라서 특정 집단에 집중된 현재의 정치적 대표성을 다양한 사회집단으로 분산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둘째, 이념과 정책에 기초한 정당정치를 결과한다. 정당득표에 의해 의석이 정해지므로 개별적 인물이 아닌 정당의 이념·정책·능력에 대한 유권자의 판단이 투표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줄 것이다. 그리고 정당은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유권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정책개발 노력을 수행함으로써 정책을 중심으로 한 책임 정당정치를 제도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주의의 완화에 기여할 것이다. 정당을 중심으로 한 경쟁은 지역이라는 한정된 공간보다는 전국이라는 폭넓은 공간에서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자원을 개발·동원하려는 동기를 부여한다. 따라서 특수편익으로서 지역주의라는 자원보다는 보편편익으로서 국민의 요구에 반응하는 정책 자원을 개발하고 정치활동을 수행함으로써 유권자의 선택의 조건을 폭넓게 할 것이다.

 

석패율제를 반대하는 입장은 석패율제가 악이라고 보지 않는다. 다만 석패율제는 현재 한국 정치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서 차악도 차선도 아니다. 지역주의 완화라는 단일한 문제만을 다루는 석패율제 도입보다는 정치적 대표성의 증진, 책임 정당정치, 그리고 지역주의 완화를 가능케 하는 혼합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이 제도개혁의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김형철 성공회대 민주주의 연구소 연구교수

 

 

* 이 칼럼은 2012년 2월 3일자 한겨레 신문 실린 글입니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