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청년사업 2014-09-05   1456

[청년 불온대장정 제 5탄] 사회를 이루어가는 곳, 홍동에 가다.

‘불온대장정’이란 이름으로 참여연대 20대 회원 14명이 주축이 되어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내일로 기차를 타고 전국을 순회했습니다. 사회적 아픔이나 연대를 필요로 하는 현장에 직접 찾아가 함께 행동한다는 큰 취지로 시작했습니다. 홍동 후기는 김휘래 참가자가 작성해주셨습니다.

 

 

풀무학교, 민주시민을 위한 참 학습의 장.

 

 인적이 끊긴 빈 집에서 불편한 밤을 보낸 후 비가 추적추적 오는 아침. 우리는 홍동의 풀무학교를 향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일행 중 풀무학교 출신 누나가 있었기에 이미 대략적인 얘기를 들었다. 이곳은 조금 특별한 동네라고. ‘과연 어떻게 다른 동네일까’ 라는 궁금증을 머릿속에 지닌 채 도착한 학교는 외관부터가 달랐다. 동떨어진 빌라정도 크기의 2층 건물. 학교일 줄 모르고 마냥 떠들면서 가고 있었는데 그 앞에 서더니 수업중이라 조용히 해야 된다고 했다. 궁금했다. 이곳에서 무슨 고등학교 수업을 할 수 있을까. 그러나 거기서 5분정도를 더 걸어 들어가니 옹기종기 모여 있는 기숙사 형태의 학교 건물이 다시 나타났다. 그러나 보통 학교와는 다르게 텃밭과 비닐하우스가 있고 그 곳도 수업을 하는 장소라고 했다. 우리는 비닐하우스 교실을 지나 음악실로 쓰이는 강당같은 곳에 앉았고 학교에 대한 설명을 선생님께서 해주셨다.

 

20140820~24_청년 불온대장정 (17)

 

 6.25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 교장선생님 두 분이 힘을 모아 학교를 지었다는 그곳은 뚜렷한 교육목표아래에 건립되고 유지됐다고 했다. ‘깊이 있는 인생관과 학문과 실제 능력에서 균형 잡힌 인격으로 하나님과 이웃, 지역과 세계, 자연과 모든 생명과 함께 더불어 사는 평민을 기르고자 한다.’ 라는 목표였다. 생소한 교육목표만큼이나 교육 방식 또한 생소했다. 

 

 학교는 학생들이 배우는 공간이다. 고로 그 공간은 학생이 주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자치회가 굉장히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학생들은 스스로 자치회를 꾸려나가며 학교 내규에 대해 토론하고 논의하며 스스로 그들의 공간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미 학생회가 결정하여 학교의 질서를 스스로 결정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 예가 ‘수업 중 스마트폰을 학생이 가지고 있어도 되는가.’였다. 요즘 학교에는 부재하거나 명맥만 잇고 있는 자치회가 그 곳에선 버젓이 존재하며 기능하고 있었다. 민주 시민으로서 스스로 사회를 이뤄나가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20140820~24_청년 불온대장정 (20)

 

 설명받은 음악실 근처엔 목공실이 있었다. 스스로 의자나 책상 만드는 법 따위를 수업에서 배운다고 했다. 그리고 그 곳의 옆엔 풀무생협이 있었다. ‘고등학교 안에 생협이?’ 처음 드는 생각은 이랬다. 스스로 만들거나 스스로 필요한 물건들은 스스로 그 안에서 직접 사고 마련하는 곳이었다. 문방구부터 간단한 간식거리까지 학교에서 생활하는데 필요한 물건들이 알짜배기로 마련돼 있었다. 마지막으로 도서관이 있었다. 학교 자체가 크지 않다보니 도서관도 크기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구비된 서적은 굉장히 남달랐다. 사회학 서적, 인문학 서적, 시집, 문집 등등의 책이 많았다. 진정 시민으로서, 인간으로서 내적 소양을 기르고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기르게 해주는 서적들이 대부분 구비돼 있었다.

 

 생활면에서는 모든 학생이 무조건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한다고 했다. 같이 살면서 모든 학생이 사회를 이루며 같이 살아가는 미덕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밥을 먹기 위한 식재료 중 기본적인 것들은 어디서 사오지 않았다. 학교 정규 교육과정 중 농사 과정이 있었다. 비닐하우스 교실이 있는 이유였다. 직접 쌀과 같은 기본적인 농작물을 수업 중에 길러서 그걸로 밥을 해 먹는 것이었다. 자신들이 소중하게 기른 급식을 남기는 일은 그 곳에선 인정하기 힘든 일이었다. 학생들은 잔반을 남기는 일 없이 모든 음식을 먹으며 농사짓는 분들의 노고와 그 가치를 배워가고 있었다. 

 

홍성, 풀무학교, 풀무생협, 대안공동체, 홍동

 

 우리가 간 곳은 ‘풀무’라는 이름의 학교였다. 그러나 나는 마치 작은 사회를 본 느낌이었다. 그 안에 사회를 이루는 여러 모습들이 갖춰진 느낌이었고 그 곳의 배움은 진정한 시민을 만드는, 사람을 만드는 과정으로 느껴졌다. 깊이 있는 인생관과 균형 잡힌 인격, 모든 것과 더불어 사는 평민을 기른다는 교육이념을 여실히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홍동, 또 하나의 세상.

 

 풀무학교에서 깊은 감명을 받고 이제 학교를 떠나 홍동 마을로 나왔다. 겉보기엔 다른 시골의 풍경과 다를 것 없는 친근한 동네였다.

 

 첫 번째로 구경한 곳은 전공부라는 농업고등기술학교였다. 그 곳에서 우릴 맞아주신 분은 서울에서 언론인을 하다가 귀향하신 분이라고 하셨다. 나는 농대를 가본 적이 없어서 보통 농대의 커리큘럼은 어떤지 모른다. 그러나 그 곳은 참 농민을 만들어 내는 교육과정을 갖췄다. 농기에 맞춰서 겨울에 긴 방학을 지니고 여름과 가을의 농번기 때에는 이론수업이 없이 하루종일 야외 농사실습을 한다고 했다. 그리고 평소에는 오전에 인문학과 농사학을 배운다고 했다. 그리고 오후에는 농사실습을 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세상 전반을 보는 통찰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곳에서 만난 선생님은 도시를 떠난지 20년이 넘으셨는데도 도시사람보다 도시 생활을 날카롭게 꿰뚫고 있었다. 또한 인생과 세상, 진리와 자본에 대한 깊이 있는 본인만의 철학이 있으셨다. 도시에서 책만 읽어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인문학적, 실제적 경험에서 나오는 깊이 있고 농익은 철학이었다. 우리는 농업기술만 볼 줄 알았는데 그 곳에서 인생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배우게 됐다.

 

20140820~24_청년 불온대장정 (15)

 

 그 곳을 나와서 조금 내려가다 보니 목공소가 나왔다. 목공소는 풀무학교 미술선생님이 운영하시고 계셨다. 원래 화가셨지만 7년 전 이곳으로 오셔서 이제는 붓보다 공구가 더 편하다고 하셨다. 이곳에서 아이들도 가르치시고 직접 필요한 목공품들을 일일이 만드셨다. 원래는 목공소가 없었는데 선생님이 직접 마을에 와서 직접 차리고 목공품들을 제공하며 스스로 일거리를 만드셨다고 했다. 간단히 한국과 세계 목공시장의 상황에 대해서도 말씀을 들었다.

 

 그 곳을 지나 빵집에 갔다. 주민들께서 직접 재배한 농작물과 낙농품으로 만든 상품을 손수 납품해서 판매하는 공간이었다. 유기농으로 재배된 상품이라 맛도 굉장히 좋았고 가격도 괜찮았다. 거기서 간단히 빵과 요구르트 등 간식거리를 먹고 우리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문화적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에 답답하여 직접 신청하여 만들었다고 했다. 내부는 작지만 아주 알차게 구성돼 있었다. 주민들께서 직접 관리, 근무하시며 주민들을 위한 도서관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20140820~24_청년 불온대장정 (19)

 

 마지막으로 터미널로 가는 길, 맥주집과 만화방을 구경했다. 원래는 맥주집이 있었지만 몇 년전 문을 닫고 주민께서 맥주를 마실 공간을 원해서 돈을 십시일반 모아서 협동조합으로 함께 운영하는 공간이었다. 그래서 가게 한 쪽 벽면에 돈을 모은 회원들의 명단이 쭉 적혀 있었다. 그리고 조금 걸어서 만화방을 들렸다. 마을 주민들이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자고 하여 만들고 기부된 책을 위주로 운영되는 작고 아기자기한 공간이었다. 아직 정식오픈은 안 했고 재정관리를 어떻게 할지 고민중이라고 말씀하시는 주인 아주머니의 입가엔 행복한 고민의 미소가 있었다. 도시의 삶에선 느낄 수 없는 미소였다.

 

 글을 쭉 읽다보면 마을 시설에 공통점이 있다. 모두 주민이 스스로 원해서 스스로 만든 공간이라는 점이다. 홍동 마을은 풀무학교를 통해서 많은 것이 이루어 졌다고 했다.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 민주시민으로서의 소양을 갖춘 시민육성. 그들의 교육이념은 학교 안에서만 멈추는 것이 아니라 직접 사회를 이루어가며 경험하고 보여주는 교육을 실현한 것이다. 그 곳은 마치 자그마한 나라 같았고 현대 사회와는 분리된 또 다른 세상으로 보였다. 주민들이 스스로 만들어가고 스스로 운영하는 마을. 그들의 공간을 그들이 직접 이루었고 운영하였으며 미래를 또 책임지는 그런 시스템이 돼 있었다.

 

20140820~24_청년 불온대장정 (22)

 

 초기 국가의 모습이 이런 모습이었을까. 일부 사회학자들이 말하는 대안사회의 모습이 이런 모습일까. 현재 사회의 모습에만 갇혀서 새로운 사회의 모습을 상상해보지 못한 나의 상상력의 한계와 무지를 느꼈다. 또한 나는 그들의 모습에서 새로운 사회의 모습과 미래의 희망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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