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2006-08-08   576

<안국동窓> 법무부장관의 목표는 검찰 개혁

폭우가 전국을 휩쓸더니, 이제 그야말로 지겨운 무더위가 흐르기 시작한다. 요즘의 기후야말로 견디기도 쉽지 않고, 예측하기도 힘들다. 과학적 방법을 동원하여 기상 관측에 열중하지만, 날씨는 결코 논리적이지 못하다. 우리가 몸으로 느끼기에는 더욱 그러하다. 정치의 세계와 너무 흡사하다.

정치의 역학이나 현상은 전혀 논리적이지 못하다. 정치인들의 판단과 결정은 과학적 이론이나 이성적 신념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나름대로 합리적 근거를 가진 소신이 있어도, 그것은 개개의 사안에서 결정을 내리기 위한 순간의 도구일 뿐이다. 소신이란 그 소유자인 정당이나 정치인의 생애를 관통하여 빛을 발하는 게 아닐 뿐더러, 자주 바뀌기도 하고 애당초 여러 개이기도 하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현실에서 왜 허용이 될까. 정치인들이 연출하는 무원칙의 행동을 지켜보는 국민이 왜 그냥 지나칠까. 거기에도 여러 원인이 있을 터인데, 아마도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게 언론이 아닐까 싶다. 언론조차 개별의 사건에서 움직이는 기준을 적용하여 여론을 주도한다. 특히 영향력이 큰 언론사가 여론을 선점하면, 다른 언론사는 거기에 따르거나 읽히지 않는 소수 의견으로 남거나 한다. 언론의 힘은 현실이고, 그 부작용은 국민들의 판단력과 심성에도 이중성을 심어 준다.

최근의 일만 해도 그렇다. 여름 들어 정가에서 한 일은 무엇인가. 교육부총리 자질에 대한 헐뜯기와 감싸기로 두 주일을 보내고, 다시 법무부장관 임명 문제로 대치하고 있다. 듣고 보는 명목상 여론의 주체인 국민을 제외하고 따져 보자. 앞에서 말한 합리적 논리성을 어떤 의견에서도 발견할 수 없다. 그러니 싸움처럼 보일 수밖에 더 있겠는가.

특정인이 유력한 법무부장관 후보로 떠오르는 데 대한 반대 의견은 재미있다. 자질과 도덕성에는 하자가 없으나 민심에 반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민심의 실체는 무엇일까. 굳이 여야 공통의 심사를 가려 보면, 지난번 지방 선거와 지금까지 보궐 선거의 결과다. 한마디로 노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이 근원적 원인이므로, 모든 요건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대통령 측근은 안 된다는 논리다.

논리를 따지기 전에 확인해야 할 일이 있다. 지금 우리에게 법무부장관의 의미는 무엇인가. 아직도 한참 남은 대선과 그 후보자 선출을 위한 준비 과정에서 목석 같은 태도의 중립을 지킬 위인이 필요한가. 아니면 참여정부 들어 조금씩 진척을 보이고 있는 검찰 개혁의 마무리를 위한 인물이 필요한가. 누가 법무부장관이 되느냐가 중요한 까닭은 어떤 검찰을 만들 것이냐란 우리의 오래된 과제 때문이다.

그렇다면 각자의 논리가 하나도 이해되지 않는다. 중립적이거나 야당 취향의 법무부장관이 임명되면 야당이 국정에 협력이라도 하겠다는 의사일까. 전혀 그런 기미가 보이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대통령의 권한 행사에 시비를 걸어 성공하면 대선에 유리할 것이라는 계산밖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 여당의 태도는 더 난감하다. 스스로 부르짖던 검찰 개혁에 손 놓고 야당으로 쏠린 표심에 비위만 맞추면, 남은 대통령의 임기 동안 무엇을 하겠다는 속셈일까. 게다가 유력한 후보자가 검찰 경험이 없다는 걸 부정적 요건으로 내세우는 건 심하다. 검찰 출신이 아닌 법무부장관의 기용으로 얻은 성과를 제대로 분석이나 해 봤는지 의심스럽다. 그런 면에서는 새로운 검찰상 확립을 위한 노력의 지속성을 외면하고 법무부장관을 자주 경질한 대통령이나 청와대도 일관성을 잃었다.

인사권의 고유 권한도 존중돼야 하고, 철저한 사전 검증과 비판도 좋다. 각자의 의사 표현과 행위에 정치적 이해 관계뿐만 아니라 논리도 갖추는 양식이 필요하다. 그래야 정치판은 맹목적 싸움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글은 8/8 자 한국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차병직 (변호사,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