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2006-11-03   1646

<안국동窓> 쌀, 개성공단, 무역구제

애초 연말까지 타결할 것이라는 합의와 달리, 한미FTA 협상이 해를 넘길 전망이다. 모르긴 해도 시민사회의 강력한 견제와 비판여론의 확산이 없었다면 과연 그랬을까하는 생각도 해 본다. 사실상 반환점이라 보아도 될, 4차 제주협상 역시 ‘미세조정’ 외 큰 진전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최근의 보도 등에서 언급되듯이 협상의 마무리를 염두에 둔 ‘빅딜’설이 심상찮다. 모든 협상이란 것이 마지막에 가서는 결국 ‘카드게임’이라고 할 때, 정부측에서도 카드점검을 하는 모양이다. 처음 정부가 설정했던 우리측의 전략적 목표가 ‘쌀, 개성공단, 무역구제’라고 할 때 과연 어떤 카드를 동원해서 이를 관철할 것인가가 당연한 관심이다. 또한 협상의 성공 여부에 대한 판단잣대 역시 설정한 전략적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가 될 수밖에 없다. 당연 그 협상목표의 설정은 반드시 국민 합의를 전제로 한 적정수준의 것이어야 함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쌀, 개성공단, 무역구제! 과연 그렇다면 이 목표는 적정하며 또 이를 관철시킬 충분한 지렛대를 우리는 가지고 있는가.

첫째, 정부가 누차 ‘쌀만은’ 지킨다고 했으니 일단 그렇다고 치자. 헌데 ‘쌀만은’ 지킨다고 하다보니, 그 반대급부로 미국에 지불해야될 댓가만 올려놓고 있다. 2004년 한미쌀협상이 마무리되어 국회비준동의를 거쳐 이미 시행 중인 마당에 왜 이것이 협상테이블에 올랐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처음부터 쌀은 협상대상에서 제외했어야 마땅하고, 농업분과 자체도 구성되지 않았어야 할 일이다. 미국은 한국 농산품과 자국 섬유의류를 바꾸자고 하는 모양이다.

둘째, 개성공단 문제이다. 사실 금액으로 보자면 미미하다할 개성공단 문제는 그 자체로 일종의 상징재이다. 하지만 미 의회내의 강경한 분위기로 이것이 액면가대로 관철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11월 미 중간선거의 성패와 관계없이 개성공단이 한국산으로 인정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즉 이 말은 우리의 중요한 전략적 목표하나가 실패함을 의미한다.

셋째, 무역구제 즉 반덤핑, 상계관세 문제이다. 미국의 대표적 비관세장벽으로 전세계가 지목하고 있는 사안이다. 또 무역구제와 관련해서는 상당한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연말까지, 미국의 반덤핑 관련법률 즉 1994년 <우루과이 라운드 이행법(URAA)>에 포함된 반덤핑 관련 조항의 개정이 이루어 져야만 한다. 그 조항은 단지 1-2개가 아니다. 이것이 가능할려면 미민주, 공화 양당간의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거의 꿈같은 소리다. 사정이 그런 까닭에 무역구제를 얻어 내기 위해 의약품분야를 내주기로 했다가, 관계부처의 반대에 부닺쳤다는 말이 있다. 그러다 이번에는 한미FTA ‘입장료’를 충당하기 위해 반토막낸 스크린쿼터 ‘미래유보’를 또 내준다고도 한다. 전자는 의약품 소비자의 편익이 침해받고, 후자는 문화산업의 미래를 내주는 도박이다. 모르긴 해도 한미FTA로 창졸간에 ‘내줄’ 일만 생긴 서비스산업에서 고르고, 그리고 주로 지식재산권이 희생양이 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이 모든 것과 무관하게 한미FTA의 전략적 목표의 선택이 과연 민주적이었는가 하는 것도 문제다. 그리고 왜 국내 소비자이익에 필수적인 공공서비스, 미래경제의 토대가 될 지식재산권, 쇠고기를 비롯한 식품안전, 국민주권을 잠식할 투자자-정부제소권 반대 등은 전략적 목표가 아닌가. 현재 설정된 전략적 목표가 과연 적정하고 또 우리 경제의 현실이 충분히 감안된 것인지 의문이라는 말이다. 더욱이 가장 치명적인 것은 막판 ‘카드게임’시 우리가 내밀 무슨 카드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즉 이른바 선결과제라는 이름으로 가장 강력한 우리측 카드인 스크린쿼터, 쇠고기 수입재개를 내어준 마당에 제살 파먹기, 생살 떼주기 말고 다른 어떤 선택이 있을까. 예정된 실패로 가는 협상, 정부가 자초한 일이다.

(이 글은 11월 2일자 한국일보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 한미FTA저지범국본 정책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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