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2006-11-17   729

[로스쿨 지지자의 편지②] “세상은 왜 로스쿨을 원할까요”

권철현 교육위원장에게 드리는 편지

법률가 양성 및 선발제도의 개혁을 위해 지난 10년간 논의되었으며, 2003년부터 운영된 사법개혁위원회에서 마침내 도입하기로 결정했던 로스쿨 제도임에도, 현재 국회에서 관련 법률안의 심의가 완전히 중단된 상태입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국회의원들에게 로스쿨 제도 도입에 필요한 법안을 조속히 심의하여 법률가 양성 및 선발제도를 개혁하는데 동참할 것을 설득하기로 하여 15일부터 ‘로스쿨 지지자의 편지’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두 번째 편지는 한상희 건국대 법학교수의 ‘세상은 왜 로스쿨을 원할까요’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권철현 의원님?

권철현 위원장님의 교육위원회에는 올바른 교육의 실천을 위한 국민적 열망이 집결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개혁과제들로 가득한 교육위원회의 모습에, 지난 날 교수협의회 운동의 한복판에 서서 교육의 민주화를 외치던 권철현 위원장님을 오버랩해 보면서 법학교육과 법조인력양성 제도의 개혁을 재촉하는 두 번째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문제는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에 있습니다.

흔히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합니다. 하지만, 사법시험에 사로잡힌 우리의 법학교육은 이미 황폐화되어 그 앞을 짐작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보기 나름으로는 국가경쟁력에 걸림돌로 전락하기에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실제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은 전세계에 유례가 드문 제도입니다. 그것은 법조인을 관료주의의 틀 속에서 훈련시켜 국가통치에 적합한 판사, 검사를 키워내는 구조로 만들어졌습니다. 사법시험은 기계적으로 암기한 지식을 그대로 답안에 풀어 놓는 데에 능숙한 사람을 합격자로 선발합니다. 그리고 사법연수원은 이들을 한 군데 모아 하나의 교육목표와 하나의 교육과정으로 단일하게 훈련시켜 단일한 사고방식에 길들여진 법조관료를 키워 냅니다.

그리고 이렇게 선발·양성되는 법조관료들은 판검사로서 사법권력을 장악하고 있을 뿐 아니라, 퇴직후에도 법률서비스시장을 독점하게 됩니다. 법조3륜이니 뭐니 하면서 국민 위에서 국민에 군림하는 권력자가 되고, 전관예우·관선변론 등과 같은 폐습을 만들어 국가사법권을 스스로 유린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이런 권력을 얻기 위해 떼지어 사법시험에 매달리면서 국가적 자원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약 3만명에 달하는 인재들이 “고시만 합격하면……”이라는 한탕주의식의 출세를 꿈꾸며 몇 년 씩 고시촌을 맴돌고 있는 것입니다. 사회 도처에서 차세대 지도자의 역량을 키워 나가야 할 우수한 청년인력이 그대로 사장되고 있는 셈입니다. 더구나 그 가족들은 학원비, 생활비 등으로 이들을 부양하느라 수 조원에 달하는 경제력을 낭비하는 희생을 치르고 있습니다.

법학교육은 이런 수요와 고시합격생 배출교라는 명성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스스로 학술의 전당이 되기를 포기하고 있습니다. 법학교과서가 그냥 기존의 교과서를 짜깁기하고 새 판례 정도만 정리하여 추가하거나, 아니면 외국의 법제를 별다른 비판의식도 없이 나열하면서 그것이 사법시험에 출제될 때를 기다리는 표절법학, 총정리법학, 수입법학으로 변질되는 현상은 여기서 연유하는 것입니다. 우리 법과대학이 스스로 법이론을 개발하고 이로써 국가의 법체계를 지도해 나가는 역량을 상실했음은 이와 밀접한 관련을 가집니다.

문제는 이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고시합격=출세’라는 등식을 만들어내면서 고시열풍을 일으켜 소위 법학을 전공하지 않는 학생까지도 사법시험에 매달리게 합니다. 법학교육을 황폐화시키는 수준을 넘어 대학에서의 균형있는 학술발전조차도 가로막는 역작용을 초래한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지방사립대학에서 교육과 대학행정의 업무를 맡으신 적이 있는 권철현 위원장님께서 더 잘 아시겠지만, 모든 대학들이 사법시험 합격률을 중심으로 서열화되고 이 과정에서 학벌사회가 고착화하는 현상도 발생하게 됩니다.

로스쿨제도가 되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이런 현상들은 한 마디로 우리 법학교육제도의 참담한 실패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근원에 과도한 경쟁구조를 만들어 온 사법시험이 있음을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사법시험-사법연수원제도가 하루 빨리 폐지되어야 함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더불어 그것이 사법제도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국회 교육위원회가 그 개혁의 선봉이 되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법조인양성제도의 개혁은 사법개혁의 과제이자 동시에 법학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개혁의 과제인 것입니다.

물론 그 대안은 여럿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 대부분의 방안들은 이 사법시험-사법연수원제도를 전제로 설계되었거나 혹은 약간의 변화만을 도모하는 수준에 멈추고 있습니다. 법조인양성제도를 사법제도의 개혁과 더불어 법학교육을 비롯한 대학교육 전반의 구조조정이라는 총체적인 수준에서 다루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저희들은 이미 10여년의 논의를 통해 시민사회는 물론 법원과 법무부(검찰), 변호사단체까지도 합의한 바 있는 로스쿨제도(「법학전문대학원」)를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라 생각합니다. 그 주요한 이유는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로스쿨제도가 도입되면 누구나 손쉽게 맞춤형의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변호사의 수가 대폭 늘어야 하겠지만, 그 자체로도 변호사들의 사고방식 자체에 변혁을 일으키게 함으로써, 종래처럼 국민 위에 군림하는 법조인이 아니라 고객에 봉사하는 법률서비스의 제공자로서의 법률전문가를 만들어 낼 수 있게 합니다.

로스쿨은 학부에서 다양한 전공을 공부한 학생들은 물론 이미 사회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등 풍부한 경험을 가진 사회인들을 상대로 하여 대학원과정에서 법학을 가르치게 됩니다. 처음부터 법학만 전공해서 형식적인 법논리에만 충실한 법조인을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자신이 학부에서 이수한 전공이나 또는 사회생활경험에서 나오는 일상적인 지혜를 바탕으로 법을 이해하고 적용하며 운용할 수 있는 법률전문가를 양성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열린 사고를 가진 법률전문가를 양성함으로써 다양하고도 탄력적인 법률서비스 수요에 가장 잘 대처할 수 있는 고객중심의 법률서비스체제를 형성하게 됩니다. 고객이 아파하는 곳이 어디며 가려운 곳이 어딘지를 알아 낼 수 있는 고객지향형의 법률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둘째, 로스쿨 제도는 “사법도 서비스다”라는 요청을 가장 잘 실천할 수 있습니다.

종래의 제도는 국가가 중심이 되어 엘리트주의에 바탕을 둔 법조관료를 양성해 왔습니다. 흔히 국민들이 법원이나 검찰청 앞에서 혹은 변호사사무실 앞에서 경험하게 되는 그 높은 권위의식이나 관료주의적 특권의식은 바로 여기에서 기원합니다.

하지만, 로스쿨 제도에서는 국가가 아닌 대학이 법률전문가를 양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법관이나 검찰관 등 법조관료가 아니라 변호사의 양성이 초점이 놓이게 되는 만큼, 그 교육도 고객이 원하는 법률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에 놓여지게 됩니다. 로스쿨은 법관이 판결하는 데 필요한 법률지식이나 기술(소위 ‘법관법’)이 아니라 변호사로서 고객에게 법률써비스를 함에 필요한 법률지식과 기술(소위 ‘변론법’)을 교육함에 중점을 둔다는 말은 이 점을 의미합니다. 한마디로 국민위에 군림하는 법조인이 아니라 국민들에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봉사자로서의 법률전문가를 양성하는 체제로 바뀌게 된다는 것입니다.

셋째, 로스쿨 제도는 우수한 청년인력이 시나브로 낭비되는 현상을 막습니다.

한 판 승부에 전 인생을 거는 현행 사법시험제도와 달리, 로스쿨 제도는 일정한 능력을 갖춘 졸업생이면 누구나 변호사가 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래서 고시낭인이 생기지 않는 것은 물론, 변호사시험을 걱정할 필요없이 법률전문가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충분히 학습할 수 있게 합니다. 인력의 낭비도, 지식의 낭비도 막고 있는 것입니다.

로스쿨이 되면 특정분야의 전문변호사들이 육성되어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은 여기서 가능하게 됩니다. 실제 로스쿨은 전문화된 변호사를 양성하는 곳은 아닙니다. 하지만 변호사시험의 부담이 없게 되면 학생들은 관심 있는 분야나 학부에서의 전공지식, 혹은 직장경험등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의 법률을 보다 깊이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변호사가 되어 실무를 하는 과정에서 이런 전문지식과 기술을 보다 깊이 연마하면서 국제경쟁력을 갖춘 전문변호사로 커 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넷째, 로스쿨 제도는 전반적인 교육개혁을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로스쿨 제도가 실시되면 우선 법학교육이 정상화되는 것은 물론, 대학에서의 학문간 균형적 발전도 가능해지게 됩니다. 최근 의학전문대학원제도로 인해 대학에서 생물학이나 화학 등 소위 ‘비인기전공’들이 새삼 각광을 받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로스쿨제도가 도입되면 법대에 편중되었던 교육수요가 모든 인문사회과학영역으로 확산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법대를 중심으로 서열화되어 있는 대학간 편차도 해소되어 고질적인 입시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는 계기도 확보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로스쿨 입시경쟁이 치열해져 오히려 학부교육이 황폐화되거나 혹은 입시에서 재수·삼수하는 ‘로스쿨낭인’이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도 있습니다. 그러나 학부에서 자기 전공을 열심히 공부하면 별 어려움없이 입학할 수 있게 하는 등, 로스쿨 입학전형을 합리적으로 설계함으로써 이런 우려는 충분히 해소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마련되어 있는 로스쿨적성시험안은 그것이 기우에 지나지 않음을 잘 증명하고 있습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이런 로스쿨 제도도 완벽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10여년에 걸친 논의의 과정에서 그 제도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많은 대비와 개선의 작업들이 이루어져 왔습니다. 예컨대 최근 발표된 로스쿨인가심사기준안의 경우 이런 로스쿨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고 한국형의 로스쿨제도를 최적의 형태로 만들어보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또 현재 법학교수회가 진행중인 로스쿨교육과정에 대한 모델 연구는 새 시대가 요구하는 법학교육의 지침을 잘 제시해 줄 것으로 믿어마지 않습니다.

아마 권철현 위원장님께서는 국정감사를 하시면서 수많은 법과대학들이 로스쿨을 목표로 상당한 투자를 하였음을 목격하셨을 것입니다. 세간에서는 이를 과잉투자니 과열경쟁이니 하지만, 관점을 조금만 달리 해 보면 그것은 우리 대학교육, 법학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몸부림이기도 합니다. 교수의 수를 늘여 교육의 질을 개선하고 실무가출신 교수들을 채용해 ‘교과서법학’의 한계를 넘어서 이론과 현실의 갭을 메꾸어 나갑니다. 교육과정의 개편과 강의내용 및 강의방법의 개선을 위한 노력은 이미 완료단계에 이르고 있습니다. 마치 일본에서 로스쿨도입이 법학교육의 혁신을 야기하였듯이,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교육혁신의 큰 걸음은 이미 시작된 것입니다.

이에 저희들은 귀 위원회에 계류중인 로스쿨법률안이 조속히 입법되어 이런 변화와 혁신이 본격화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도 로스쿨제도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나 혹은 법조인들의 직역이기주의가 이 법률안의 통과를 막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는 사립학교법과 같은 정치현안에 가려 그 심의조차 지연되기도 합니다.

거듭 말씀드립니다만 교육은 백년지대계입니다. 뿐만 아니라 사법제도는 한 국가의 운영은 물론, 그 경제의 투명성과 공정성·안정성을 결정하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교육과 사법제도의 개혁을 동시에 추구하는 이 법률안이 개인적인 호·불호나 정당·정파의 정치적 고려의 대상으로부터 벗어나야 함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권철현 위원장님

저희들은 앞으로 교육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의 의원님들을 대상으로 로스쿨법률안의 통과를 촉구하는 편지를 연속하여 보낼 것입니다. 의원님들께서 로스쿨제도의 도입을 위해 애써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혹은 로스쿨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가 있다면 그것을 덜고자 하는 노파심에서 그렇게 하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저희들은 권철현 위원장님께서 우리 대학교육의 현실과 병폐에 대하여 누구보다도 많은 고민을 하실 것임을 잘 알기에 저는 무엇보다도 위원장님의 솔선하심을 기대하고자 합니다.

권철현 위원장님께서 모든 이의 앞장에 서서 이 법률안의 입법과정을 이끄시고 이로써 법학교육과 법률전문가양성제도의 개혁을 선도해가는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 주시기를 재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그럼, 내내 안녕히 계십시오.

2006년 11월 17일

한상희 드림

① “일본 로스쿨, 똑바로 보아야 합니다”

한상희(건국대 법대교수, 사법감시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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