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2007-02-12   610

<안국동窓> 정당과 정치, 그리고 열린우리당

혼란과 퇴락을 거듭하던 열린우리당에서 마침내 30여명의 국회의원이 탈당하였다. 지난 1월 22일부터 시작된 산발적인 탈당행렬은 급기야 20여명이 넘는 의원들이 집단으로 탈당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14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전후하여 또 다른 탈당행렬이 이어질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이 공중분해 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다.

백년정당을 기치로 내걸고 창당했으며, 1987년 민주화이후 선거에서 대통령소속 집권정당으로서는 처음으로 과반의석을 획득한 정당으로서는 두 말할 나위 없는 참담한 결과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탈당의원들이 왜 탈당을 했으며, 남아있는 의원들은 왜 남아있는지 국민들이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너도 나도 통합신당을 이야기하고, 이러 저러한 방법으로 재도약을 꿈꾸지만 국민들은 무관심하거나 냉소적일 뿐이다.

자칭 “민주ㆍ평화ㆍ미래ㆍ개혁세력”이라는 전ㆍ현 열린우리당 소속 정치인들이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 이들을 중심으로 하는 세력이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지도 모르겠지만, 이것이 우리 정치의 전망을 밝혀주지도 못할 것 같다. 이들이 보여주는 작금의 정치행태가 그러하기 때문이다.

무릇 정치란 서로 다른 이해의 세력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의미에서 정당은 정치의 핵심이다. 그러나 전ㆍ현 열린우리당 소속 대다수 정치인들에게 현재 정치는 권력쟁취라는 승리의 결과일 뿐이며, 이도 아니라면 단지 밥벌이를 위한 생계수단으로서의 직업일 뿐이다. 세력화라는 과정은 존재하지 않으며, 정치적 책임성이나 예측가능성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따라 정당 역시 일부 정치엘리트의 임시 거처일 따름이다. 국민은 둘째 치고 당원 역시 안중에도 없다.

물론 그토록 혼란스러웠던 열린우리당에서 탈당 의원이건 잔류 의원이건 모두의 이해가 외견상 일치하는 부분이 하나있다. 소위 반한나라당 연대를 위한 대통합이 그것이다. 분명 반한나라당 연대는 이들이 생각하는 바처럼 이들이 대선에서 승리하는데 유리한 여건을 조성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처럼 진행되는 반한나라당 연대는 제도정치권 밖에 있는 “민주ㆍ평화ㆍ미래ㆍ개혁세력”에게는 억압적인 형태로 선택을 강요하는 것일 뿐이다. 즉 대중과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대중을 정치세력화하지 못하는 제도권 정치인의 이합집산은 이들의 기득권 연장수단일 뿐, 대중의 이해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대통합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역시 불확실하다. 열린우리당에 잔류해 있는 의원들이 지금은 함께하고 있지만 소위 “당사수파”와 “통합신당파” 사이에 커다란 이견이 존재하고, 탈당의원들 역시 소위 “민생정치모임”과 “중도개혁 통합신당 추진모임” 등을 중심으로 이해를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통합을 이야기하는 대부분이 “누구와는 안 된다”는 것을 빠트리지 않는다. 그러나 진정으로 대통합을 예측하기 어려운 것은 대통합을 추동하는 이들의 이해가 대단히 사적이고, 결과 중심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전ㆍ현 열린우리당 소속 정치인들 가운데 몇몇은 정치와 정당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고 있으며, 그들이 행해야 할 ‘바람직한 행동’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 일부는 비현실성을 이유로 그들의 사적 이익을 챙기는데 급급하며, 나머지 일부는 그들의 위기의식과 조급함 때문에 반복적으로 잘못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물론 전자의 경우를 그저 나쁘다고 탓만 할 수 없다. 정치인에게 역시 자신의 이해를 무시하라고 강요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적이익에 급급한 행위는 작금의 열린우리당의 상황이 보여주듯 결국 손해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후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 오늘의 시점에서 열린우리당에게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나 진지전이라는 말이 의미를 갖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아무튼 열린우리당을 둘러싼 앞으로의 상황을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볼 일이다.

김영태 (의정감시센터 실행위원, 목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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