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2007-02-16   1765

<안국동窓> 한탄강댐 건설계획과 토건국가의 문제

감사원에서는 국회 예결위의 요청에 따라 2005년 1월 5일부터 5월 19일까지 한탄강댐 건설계획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는 자못 충격적이었다. 감사원은 건교부와 수자원공사가 추진하는 한탄강댐 건설계획이 홍수조절효과를 잘못 계산했으며, 법적 절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으며, 가장 유력한 대안인 제방의 계산을 무려 6차례나 바꿨으며, 경제성도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한탄강댐 건설계획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감사원의 결론이었다. 덧붙여서 감사원은 수자원공사 담당자에 대한 인사조치를 요구했다.

주민들과 시민사회는 감사원의 감사가 행해지기 전부터 한탄강댐 건설계획이 총체적으로 잘못되었으므로 폐기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해왔다. 감사원은 이런 주장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해주었다. 이로써 잘못된 한탄강댐 건설계획이 폐기되고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시작된 주민들의 고통도 끝나게 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토건세력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감사원의 감사결과보다 더욱 놀라운 사태가 전개되었다. 1년여의 시간만에 한탄강댐 건설계획이 확정된 것이다.

국무총리실은 ‘임진강유역 홍수대책특별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어서 2005년 8월 22일부터 2006년 8월 22일까지 운영했다. ‘특위’는 1.27억톤 크기의 댐을 짓는 것이 가장 좋다는 연구결과를 제출했다. 이 ‘연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댐의 크기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처음에 건교부에서 추진한 한탄강댐의 크기는 3.1억톤이었다. 그러나 ‘특위’의 ‘연구’는 감사원에서 지적한 문제들을 사실상 고스란히 반복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더욱이 건교부는 ‘특위’의 결론과는 사뭇 다른 결정을 내렸다. 댐의 크기를 2.7억톤으로 크게 한 것이다.

결국 건교부는 원래의 잘못된 한탄강댐 건설계획을 되살려냈다. 정말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이렇게 해서 완전히 부정되고 말았다. 감사원은 사실상 한탄강댐 건설계획의 폐기를 지시했으나, 건교부와 수자원공사는 국무총리실을 이용해서 그 계획을 완전히 되살려냈다. 도대체 ‘특위’는 왜 만들었으며, 또 도대체 ‘연구’는 왜 했는가? ‘특위’도, ‘연구’도 모두 건교부에 놀아나지 않았는가? 한명숙 총리는 총리직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것인가?

사실 이런 결과는 ‘특위’를 구성할 때부터 예상되었던 것이기도 하다. 시민사회는 ‘특위’가 편파적으로 구성되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전혀 시정되지 않았으며, 이 때문에 시민사회는 ‘특위’에 참가를 거부했다. 이로써 잘못된 한탄강댐 건설계획의 문제를 일으킨 주체인 건교부와 수자원공사가 그 문제를 검토한다며 그 잘못된 계획을 완전히 되살리는 희한한 정책결정의 과정이 전개되었다. 이러한 한탄강댐 건설계획의 전개과정은 이 나라가 아직도 대단히 비정상적 상태에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것은 무엇보다 ‘토건국가’라는 구조적 요인의 산물이다. 박정희와 전두환의 개발독재를 거치며 한국의 산업구조는 토건업이 비대화하는 기형적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2005년도 국내총생산에서 토건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출액 기준으로 무려 19%에 이른다. OECD 30개국에서 단연 최고이다. 2위인 일본보다도 10% 이상이나 높다. 이렇게 비대한 토건업을 유지하기 위해 불필요한 토건사업이 ‘국책사업’의 이름으로 쉼없이 행해진다. 이 과정에서 토건업과 정치권의 끈끈한 유착이 이루어지는 것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다. 한탄강댐 건설계획도 당연히 온갖 비리와 의혹으로 심하게 얼룩져 있다.

‘토건국가’는 무엇보다 혈세의 낭비라는 문제를 안고 있으며, 이로부터 재정의 왜곡이라는 더욱 심각한 문제가 일어난다. 아동과 여성, 노인, 실업자 등을 돌보는 데 써야 할 귀중한 혈세가 불필요한 대형댐과 도로를 건설하는 데 허비되고 있다. 이런 헛된 사업에 매년 수조원의 혈세가 탕진되고 있어서 공공서비스를 강화하거나 공교육을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토건국가’는 이렇게 혈세를 탕진하면서 국토 전체를 흉칙하게 파괴하는 문제도 안고 있다. 한탄강댐 건설계획은 이러한 ‘토건국가’의 ‘모범사례’라고 할만하다.

강원도에서 발원해서 경기 북부에서 임진강으로 흘러드는 한탄강은 27만년 전에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특이한 하천이다. 한탄강은 동강과 마찬가지로 너무나 소중한 우리의 자연유산이다. 한탄강은 사실 ‘세계자연유산’으로 지키고 가꿔야 할 곳이다. 그 주변에는 석기시대의 유적과 유물들이 산재해 있기도 하다. 이런 세계적 하천을 수몰시키겠다는 계획은 그야말로 무도한 개발독재 시대를 되살리겠다는 계획이다. 없어져야 할 것은 한탄강이 아니라 잘못된 한탄강댐 건설계획을 강행하는 건교부와 수자원공사이다.

건교부와 수자원공사는 법적 절차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고 한탄강을 없애겠다는 계획을 강행하고 있다. 2월 28일에 기공식을 하겠다는 황당한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시민사회에서는 ‘한탄강댐 저지 시민사회대책위’를 꾸려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지역의 자연과 역사와 사회를 지키며 홍수를 막을 수 있는 대안이 있다. 잘못된 한탄강댐 건설계획을 막고 올바른 홍수대책을 실현하는 것은 혈세의 낭비를 막고 행정의 개혁을 실천해서 이 나라의 ‘진정한 선진화’를 이루는 것이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 정책위원장)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