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2009-05-25   2799

‘바보 노무현’을 추모한다



[시론]’바보 노무현’을 추모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투신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국민직선으로 선출된 대통령의 마지막이 이래야만 하는가. 구 권력에 대한 청산은 정치의 속성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죽음을 보는 것으로 끝이 나야 하는가. 참담하고 서글프다.



독설·저주 퍼붓던 이들 행복한가


노 전 대통령의 유서를 접하니 만감이 교차한다. 정직과 청렴을 주장하며 집권했지만, 가족과 측근의 비리로 그 원칙에 타격을 입었다. 비주류 정치인으로 어려운 정치역정을 걸으면서도 자신을 지탱했던 자부심에 금이 가고 말았다. 자신을 위해 희생하거나 충성했던 가족 또는 측근들은 줄줄이 감옥으로 끌려갔다.


자신에 대한 정치적 사망선고는 이미 내려졌지만, ‘죽은 권력’을 물고 할퀴며 ‘산 권력’에 잘 보이려는 각 분야의 하이에나들은 떼를 지어 덤벼든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자신이 다 지고 가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자 그에게 자살하라고 목청을 높인 김동길 교수 같은 이들은 이제 만족하시는가. 노 전 대통령에게 매도 일변도의 저주와 독설을 퍼붓던 정치인과 언론인들은 이제 끝장을 보아 행복하신가. 조갑제씨는 언론이 ‘자살’이 아니라 ‘서거’라고 표기했음을 비판하며 언론의 ‘노무현 감싸기’를 우려하고 있는데, 이는 ‘인간에 대한 예의’에 반하는 것이 아닌가.


필자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강화나 이라크 파병 등 노무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 강하게 반대했다. 노 전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돌출적 발언이나 제안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았다. 최근 발생한 비리 의혹의 경우 엄정한 수사와 노 전 대통령의 통절한 사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와 별도로 인간 노무현과 노무현 정부의 공과 과는 공정하게 평가받아야 한다. 그는 한국의 민주화와 그 이후의 정치현실을 온몸으로 산 풍운아였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독학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인권변호사’로 민주화운동에 투신했고, 노동운동을 돕다가 변호사로서 구속되는 시련까지 감당했다.


지역주의 타파를 원칙으로 지키는 바람에 몇 번이고 낙선했고, 그 원칙 덕택에 소속 당내 소수파로 대통령 후보가 되고 대통령까지 되었다. 정치적 견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바보 노무현’은 아름다웠다. 대통령이 된 후 검찰과 정보기관을 권력 유지의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았고, 지방분권과 사법개혁 분야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산 자는 功 살리고 過 극복해야


노무현 시대는 끝났다. 전직 대통령이 투신하여 뼈가 부러지고 피가 튀고 살이 찢어지는 방식으로 끝이 났다. 권력의 무상함과 함께 권력의 섬뜩함이 뇌리를 스친다. 향후 정치권력은 계속 교체될 것이다. 그때마다 이러한 일이 재연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살아 있는 자는 살아야 한다. 인간 노무현과 노무현 정부의 공과 과에 대한 엄정한 평가가 산 자에게 남겨져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정치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노무현의 공은 살리고 과를 극복하는 일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어떠한 정치가, 어떠한 정책이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인가를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세상을 떠난 그도 이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 어떠한 조건 없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안식을 빌어마지 않는다.


조국 | 서울대교수 법학전문대학원,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

* 이 글은 2009년 5월 24일자 경향신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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