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활동✨100 1994-2014 2014-12-31   1651

[094] 시민적 진보를 위한 공론지 «시민과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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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사회연구소가 2002년부터 발간하고 있는 《시민과 세계》의 창간호와 최근에 발간한 25호, 제호는 신영복 교수(성공회대)가 쓰셨다.

┃ 배경과 문제의식 ┃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창립 초기부터 정세 분석과 정책 대안 제시, 진보 담론의 구축을 위한 정기적인 소책자 발간을 계획했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잡지 형태의 간행물 발간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낙천낙선운동이 있었던 2000년 하반기였다.

당시 시민운동은 1990년대를 거치며 규모와 다양성의 측면에서 그 외연이 비약적으로 확대돼 있었고, 사회적 영향력과 신뢰도 또한 크게 높아져 있었다. 시민단체는 국가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무시할 수 없는 행위자가 됐고, 제도 정치에 환멸을 느낀 많은 시민으로부터 기대를 받았다. 2000년 4·13 총선에서는 900여 개가 넘는 시민단체들이 함께 낙천낙선운동을 벌여 정치 개혁의 가능성을 열었다. 하지만 그 이후 나타난 정치권의 구태의연한 모습은 시민운동 내부에서도 자신의 한계를 절감하게 하는 계기가 됐고, 더욱이 ‘정권의 홍위병’, ‘시민 없는 시민운동’, ‘백화점식 운동’ 등 시민운동에 대한 공세는 시민운동의 입지를 위협했다. 이런 상황은 문제 제기와 현안 해결에 치중해 온 시민운동이 앞으로는 보다 이론적, 정책적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사실을 환기하는 계기로 작용, ≪시민과 세계≫의 창간을 재촉하는 동기가 됐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참여사회연구소는 참여연대의 활동을 포함해 시민운동과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진보적 시각에서 시민운동을 이론적으로 분석하고, 그 결과를 시민사회에서 널리 공유하고 토론하는 공론장의 하나로 잡지의 필요성에 주목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포럼, 각종 세미나 등을 통해 도출된 연구 성과들을 발전시키고 한 데 모아낸다는 측면에서도 매체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나아가 민족과 계급이라는 기존의 대항 담론을 넘어서는 시민적 진보 담론의 형성과 이에 기초한 역사 인식, 시대 인식을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진보적 공론지를 만들어 보자는 공감대가 참여사회연구소 내에서 두터워졌다. 그 결과로 연구소는 발간모임을 구성하고, 편집위원회에 참여할 연구소 내부 인사 이외의 외부 연구자들을 섭외해가면서 본격적으로 잡지 발간 준비에 나서기 시작했다.

┃ 주요 활동 경과 ┃

창간 준비와 창간

참여사회연구소는 2000년 7월 ‘계간지 발간 준비 모임’을 구성하고, 잡지의 지향과 성격, 구성 등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참여민주주의론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 현 단계의 위치와 시대정신을 분석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면서, 시민운동의 동향과 전망을 담아내는 것을 편집의 중심 방향으로 설정했다. 이를 통해 시민적 진보 담론을 구성해 나간다는 계획이었다.

 

논의를 시작하면서, 동시에 출판사 섭외에 들어갔다. 영리만을 목적으로 하거나, 시혜적인 생각에서 계간지 발간을 맡을 출판사가 아닌, 계간지 발간을 통해 출판사의 위상을 제고하거나 사회적 역할을 모색하고자 하는 출판사를 물색했다. 하지만 몇 개월이 지나도록 ≪시민과 세계≫의 출판을 맡겠다는 출판사를 찾지 못했다. 추진 단위의 이름에서도 드러나듯 당초 ≪시민과 세계≫는 계간지 형태로 준비됐으나, 출판사 섭외를 비롯해 재정적 여건과 인적 역량 측면 모두에서 당장 계간지로 발간하는 것은 무리였다.

 

이듬해인 2001년, 추후 역량이 축적되면 계간지로 전환하기로 하고, 잡지 발간 주기를 반년간으로 우회했다. 이후 창간까지 여러 어려움을 겪었지만, 당대 출판사 박미옥 사장이 출판을 맡기로 하고, 장애인들과 더불어 어렵게 사회적 기업의 새 분야를 개척하고 있던 오픈에쓰이(Open SE) 최민 사장이 재정 지원을 약속하면서 잡지를 현실화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틀을 갖췄다. 초대 편집위원으로는 권혁범 대전대 교수, 김균 고려대 교수,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발행인), 김상봉 문예아카데미 교장, 김호기 연세대 교수, 문순홍 대화문화아카데미 ‘바람과물연구소’ 소장, 박순성 동국대 교수, 이병천 강원대 교수(공동편집인),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 전창환 한신대 교수,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홍윤기 동국대 교수(공동편집인)가 참여했다. 출판 관련 업무를 맡다가 사직한 이광일 연구실장에 이어 박정은과 신중식이 편집간사를 맡았다. 마지막으로 잡지의 제호를 두고 ‘시민비평’과 ‘시민과 세계’가 경합했는데, 잡지의 지향을 보다 선명히 드러내는 ‘시민과 세계’로 결정하고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가 제호를 썼다. 그리고 2002년 2월 ≪시민과 세계≫ 창간호가 세상에 나왔다.

주요 기획

≪시민과 세계≫ 창간호의 권두언 제목은 〈열린 연대로 시민적 진보를 지향하며〉였다. ≪시민과 세계≫가 지향하는 가치와 담고자 하는 내용을 응축해 표현한 것이다. ≪시민과 세계≫의 고유한 성격을 보여주는 기획으로는 ‘시민, 권력, 민주주의’(창간호), ‘시민정치, 국민 그리고 세계시민’(5호), ‘한국 자본주의 개혁 논쟁’(5호, 6호, 9호), ‘공화국과 시민’(6호), ‘나르시스의 꿈을 넘어서 – 탈식민주의와 시민적 주체성의 진보’(7호), ‘해방 60년, 다시 대한민국을 묻는다’(8호), ‘안보국가를 넘어 평화국가로’(10호), ‘공공성, 민주주의 그리고 한국사회’(11호), ‘대한민국사의 재인식 – 48년 체제와 민주공화국’(14호), ‘촛불, 새로운 시민사회를 상상하다’(14호), ‘시민정치와 새로운 진보’(16호), ‘복지국가와 한국형 복지동맹의 모색’(19호) ‘시민적 진보와 한국사회’(21호, 22호) 등을 들 수 있다. 15호에 실린 〈대한민국을 사랑한다는 것 – ‘민주적 애국주의’의 가능성과 필요〉는 화제를 낳으며, 《시민과 세계》 뿐 아니라 일간지를 통해 지상 논쟁으로 번지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기획을 통해 《시민과 세계》는 시민적 주체, 시민민주주의, 애국주의, 민족주의, 공화국, 공공성,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평화국가, 시민국가, 시민정치, 시민경제, 대한민국의 48년 체제, 87년 체제 등을 아우르는 시민적 진보의 기본 생각과 쟁점들을 담아냈다.

현재 구성

《시민과 세계》는 2014년 8월말 현재 25호가 발간됐다. 구성은 창간 초기와 크게 다르다. 한국 사회의 현 단계를 진단하고, 시민사회의 현안을 분석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특집’과 ‘동시대 논점’, 지구촌 쟁점과 세계 시민운동의 흐름을 다루는 ‘세계의 창’, 현장의 활동가가 시민운동의 성과와 한계를 정리하고 새로운 운동의 흐름을 소개하는 ‘현장’, 시민과 시민사회, 참여민주주의에 대한 이론적 분석과 한국 사회의 여러 쟁점들을 진보적 시각에서 다루는 ‘논단’, 한국 사회의 문화적 현상과 문화 예술계의 현안을 분석하는 ‘시민문화’, 그리고 ‘서평’ 등을 고정 꼭지로 하고 있다.

 

2014년 현재 편집위원으로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박영선 참여사회연구소 연구실장, 신정완 성공회대 교수, 신진욱 중앙대 교수,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윤홍식 인하대 교수, 이병천 강원대 교수(공동편집인), 이양수 한양대 강사, 이항우 충북대 교수,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전창환 한신대 교수, 정상호 서원대 교수, 정준호 강원대 교수, 정태석 전북대 교수, 조흥식 서울대 교수, 최현 제주대 교수, 홍윤기 동국대 교수(공동편집인)가 참여하고 있다. 출판사는 창간 이후 네 차례가 바뀌어 현재는 이매진 출판사에서 맡고 있다.

┃ 성과와 의미 ┃

《시민과 세계》는 우리 시대의 개혁과 진보 담론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하는 산실 역할을 자임해왔다. 10여 년간 시민사회와 시민운동의 문제의식과 쟁점을 담아내고 시민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전략에 대해 학자와 활동가, 그리고 시민들이 함께 연구하고 토론하는 공간으로 기능했다. 현장의 활동가들에게는 자신의 운동을 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운동의 방향과 전망을 수립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잡지이자, 연구자들과 일반 시민들에게는 시민운동 현장의 고민을 공감하고 보다 넓은 세계사적 흐름 속에서 시민사회와 시민운동에 대한 실용적 연구와 이에 대한 논의를 함께할 수 있는 잡지가 되고자 노력해왔다.

특히 《시민과 세계》는 줄곧 시민 공동체와 시민적 주체를 강조해왔는데, 이는 주어진 것이 아니라 억압받고 배제된 민중과 소수자와의 열린 연대를 통해 형성되고 쟁취되어야 한다는 인식에 근거한 것이었다. 신자유주의 하에서 날로 심각해지는 양극화 구조 속에 놓인 현실의 ‘시민’이 공동체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시민 정치의 주체로 나아가기 위한 실천 가능한 과정을 규명하는 것은 앞으로 《시민과 세계》가 천착해야 할 과제이다.

무엇보다 종이 책의 수요가 급감한 출판 시장과 학술지의 상당수가 연구재단 체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시민단체 부설 연구소가 자체 역량으로 학술지를 10년 넘게 지속적으로 발간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놀라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민과 세계》의 확장성에 대한 고민도 적지 않다. 창간 초기의 적은 정기 구독자 수는 현재까지 큰 변화가 없고, 서점에서 유통되는 부수도 많지 않은 실정이다. 2008년부터는 학술 논문 사이트인 디비피아에 《시민과 세계》의 콘텐츠를 제공해 온라인 독자가 상당수 늘기는 했지만, 널리 읽히지 않는 잡지는 여러 고민과 과제를 낳는다. 특히나 《시민과 세계》가 진보적 시민들의 공론장으로서 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학술지이자 대중 잡지로서 균형과 조화를 꾀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내용적 측면에서도 이론적 배경 지식이 없어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고, 글쓰기 방식에 있어서도 논문 형식보다는 일반 시민들이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는 방식을 지향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빠르게 변화하는 한국 사회의 변화를 포착하고 시민사회의 이슈를 보다 생생하게 전달하는 데 있어 반년간지 발간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초해 지금 《시민과 세계》는 새로운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 같이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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