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활동✨100 1994-2014 2014-12-31   1257

[092] 참여연대 문을 두드린 방문자들 – “한국 시민운동 현장을 보기 위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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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와 검사 개개인의 파일을 만들어 재판 및 사건 기록을 차곡차곡 쌓아나갔던 <법조인 자료실>과 국회의원 개개인의 파일을 비치했던 <민주주의의 벽>은 참여연대 방문객들의 필수관람 코스였다.

┃ 개요 ┃

참여연대 활동이 왕성해지고 언론에 보도되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시민들이 사무실을 들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참여연대는 주요한 활동들을 소개하고, 시민운동의 의미를 알리기 위해 공식 방문 프로그램을 마련했는데, 그 때가 안국동 사무실을 리모델링한 직후 2000년부터였다. ‘참여연대 방문 투어’ 프로그램에는 일반 시민이나 주로 과제수행을 위해 중·고등학생, 대학생이 참여했는데, 해외 단체·기구 등에서도 찾아오기 시작했다. 2004년 당시에는 매주 평균 20여 명의 학생과 시민들이 방문했는데, 회원 대상으로도 기획투어를 하기도 했다.

2013년의 경우 한 해 동안 참여연대를 방문한 학생 포함 시민들은 약 1400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중고등학생, 대학생, 단체 활동가, 국제기구 관계자, 외국 정치인이나 활동가 등 방문객 면면은 다양하지만, 주요 참여연대 방문자는 60% 이상이 중고등학생, 대학생이다. 이 해 외국인 방문자 수도 388명으로 결코 적지 않은 인원이 참여연대를 다녀갔다. 이들에게 참여연대의 주요 활동과 성과는 물론 시민운동의 의미와 역할을 강조하는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질의 순서가 끝나면 참여연대 건물투어도 함께 진행한다. 특히 2007년 이사 온 통인동 사옥의 옥상은 인왕산과 청와대, 정부청사, 서촌마을 등 주변 전경 때문에 참여연대를 찾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2014년 20주년을 맞아 건물을 리모델링한 후 역사의 벽, 명예회원의 벽 등을 포함해 참여연대 20년 활동의 주요장면들과 성과를 남긴 기록들을 전시하고 있기도 하다. 참여연대 홍보에 방문투어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소개 자료나 투어코스 정비 등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 ‘짜고 치나 봅시다’ ┃

과거 안국동 참여연대 사무실 복도 끝에는 국회의원 이름이 붙여진 푸른색 파일이 가득 꽂힌 ‘민주주의의 벽’이 한 쪽 편에 들어서 있었고, 그 맞은편에는 판사와 검사 이름이 붙여진 녹색 파일이 가득한 ‘법조인 자료실’이 마련되어 있었다.

법조인 자료실은 1996년에 당시 박원순 사무처장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졌다. 가나다 순으로 배열된 3,000여 개의 파일에서 원하는 이름을 찾아 펼치면 그 사람의 경력, 주요 처리 사건이나 판결 성향, 평판 등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하자는 의도였다. 공직자 인사 검증을 비롯한 참여연대 권력감시 운동을 상징하는 곳이어서 방문자들의 투어 필수 코스이기도 했다. 현재는 온라인을 통한 검색이나 DB 구축이 보편적이기 때문에 더 이상 유지하지 않고 있다. 대신에 주요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과를 기록하기 위해 ‘그 사건 그 검사 DB’를 운영하고, 변호사징계정보를 알려주는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벽도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국회의원의 의정활동 정보를 구축하고 공개하는 <열려라 국회>사이트 개설과 운영으로 대체되었다.

1994년 박재동 화백이 참여연대 창립 즈음에 기증해 준 만평 ‘짜고 치나 봅시다’라는 그림 액자는 참여연대 운동을 상징적으로 잘 설명해주고 있어 방문객들에게 꼭 보여주는 그림이기도 하다. 만평은 고스톱을 치고 있는 검찰-변호사-국회의원 옆에서 시민들이 짜고 치는지 감시하고 있는 그림이다. 이 그림 액자는 사법감시, 의정감시, 행정감시 부서가 있는 5층에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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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에는 고등학교 등에서 진로지도를 하면서 직업으로서 시민활동가를 소개하기 위해 방문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2013년 참여연대를 방문한 평래고등학교 학생들.

┃ 중·고등학생 방문 ┃

고등학교 <사회> 책에서 시민단체는 “공익을 실현하기 위하여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단체로, 정치권력이나 기업의 부당한 행위를 감시하고 비판을 가하면서 해결책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로 서술되어 있다. 초등학교 교과서의 경우 참여연대가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학교 교과서에서 배우는 NGO, 시민운동, 사회참여, 민주주의, 인권 등으로 그 내용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초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인솔하여 참여연대를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상근자가 직접 설명하는 한국 NGO와 시민운동, 그리고 참여연대 활동은 이들에게 이해의 깊이를 더해 주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진로지도를 하면서 직업으로서 시민활동가를 소개하기 위해 방문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최근에는 중고등학생들에게 시민운동을 단순히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 학교에서 듣는 수업만 받아오던 중고등학생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자는 취지다. 예를 들어 ‘내 목소리를 담은 정책 만들기’ 시간을 배정하여, 학생들 스스로 학교를 비롯해 사회 곳곳에서 겪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들을 직접 만들어 발표하게 하는 것이다. 학생들 스스로 관행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문제점들을 뒤집어 생각해보도록 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토론하면서 감수성을 키우도록 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작은 방문 프로그램을 계기로 방학 중 자원봉사 지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 국적과 직업을 가리지 않는 해외 방문자들 ┃

뜻밖의 사람들이 참여연대를 방문하기도 한다. 특히 한국 시민운동을 알고자 하는 해외 단체나 정부 관계자들의 방문이 그러하다. 참여연대와 같은 종합형 시민운동단체가 흔하지 않고, 정부지원금을 전혀 받지 않고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되고 있는 단체는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2000년 5월에는 미국 국방성 산하 국방대학원(the National War College) 교수, 영관급 장교, 군속 민간인 등 10여 명의 미군 관계자들이 참여연대를 방문하기도 했다. 5일간의 일정으로 한국에 온 그들은 2000년 총선시민연대 활동과 동북아 안보, 한반도 통일문제 등에 대한 참여연대 입장을 듣기 위해 한국 시민운동가들과의 만남을 요청했던 것이다. 학생대표 Thomas J. O’Donnell은 “(이태원 여종업원 살인사건의 매카시 상병문제 등) 미군 범죄자를 한국법정에 인도하는 문제에 대해 여전히 한국 법정을 믿기 곤란하다”고 이야기했고, 당시 박원순 사무처장은 한국과 미국의 서로 다른 법제 시스템(미국의 경우 배심원제도 등)을 설명한 뒤 “과거에는 우리 사법부가 인권문제에 대해 무심했던 게 사실이지만, 지금은 미군이 그렇게 한국법정을 의심할 만큼 한국 사법부가 신뢰할 만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못박기도 했다. 그 자리에 참석한 당시 가톨릭대학교 이삼성 교수는 남북을 비롯한 동북아 일대를 비핵평화지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민족회의 김창수 정책실장은 한미SOFA를 비롯해 한미간에는 여전히 불평등한 조약이 남아 있고, 남북관계가 나아질 계기가 만들어질 때마다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과도하게 앞세움으로써 자주적인 남북관계를 방해해 왔다고 지적하는 등 열띤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가장 많은 해외 방문자들은 주로 일본 활동가들이나 변호사들이었다. 이라크 정부 관료들이나 중국 공산당 관계자들도 시민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참여연대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 밖에도 버마,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의 많은 활동가들과 팔레스타인, 독일, 대만 등의 학자들도 참여연대 운영구조와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묻기 위해 방문했다. UN 관계자나 미국, EU 등을 비롯한 한국 주재 외국 공관에서도 지속적으로 참여연대를 방문하고 있다. 그만큼 참여연대 교류의 폭이 넓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다양한 직업군과 국적, 연령과 무관하게 참여연대 문을 두드리는 이들의 방문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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