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활동✨100 1994-2014 2014-12-31   1719

[085] 참여연대 사랑 기증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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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9월 참여연대 사랑기증품전이 열린 백상기념관 앞. 왼쪽부터 당시 직함으로, 이부영 국회의원, 조정래 소설가, 이연숙 정무2장관, 박용길 장로, 김순덕 정신대할머니, 김창국 참여연대 공동대표, 송월주 조계종 총무원장.

┃ 개요 ┃

참여연대는창립 때부터 문화행사를 겸한 다양한 재정행사를 진행했다. 초기에는 출판기념회가 대부분이었으나, 1996년 12월 공연기획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연극 <로젤>을 진행했다. 로젤 공연을 통해 얻어진 경험은 1997년 <참여연대 사랑 기증물품 전시회> 기획으로 이어졌다. 참여연대를 아끼는 각계 인사들로부터 소장품을 기증받아 전시회를 열어 판매하는 행사다.

안국동 백상기념관에서 1997년 9월 26일부터 10월 2일까지 7일간 진행된 이 행사는 여러모로 새로운 기획이었다. 유명 인사들이 시민단체 후원을 위해 대거 나서는 것도 당시로서는 생소한 일이고, 애장품을 경매방식으로 판매하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전시회에는 각계 인사 150여 명이 기증자로 참여하여 230여 종, 400여 개 작품을 출품했다.

┃ 전시 기획과 작품 수집 ┃

애장품전시회는 당시 박원순 사무처장의 아이디어로, 1997년 7월 작성된 「참여연대 제4차 총회 및 창립3주년 기념 시민사업안」 문서에 기본 계획이 나와 있다. 애초에는 9월 27일로 예정된 4차 총회장에서 부대행사로 진행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도중에 별도의 공간에서 규모 있는 전시회로 진행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8월 초 행사 실무팀과 전문가 자문그룹이 꾸려지면서 ▷섭외 및 작품 확보 ▷분류보관 및 작품 감정.해설 ▷홍보 ▷전시기획 등 4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본격적인 행사 준비가 진행되었다.

서화 작품은 민족미술협의회, 민족예술인총연합, 한국미술인협회 소속 동.서양화가 80여 명이 150여 점을 기증해주셨다. 애장품 섭외는 박원순 사무처장을 비롯한 참여연대 임원들의 몫이었고, 60여 점을 기증받았는데, 이색 애장품들이 많아 새로 작품이 들어올 때마다 화제가 되었다. 작품을 감정하여 적당한 가격을 매기고 작품해설을 붙이는 일은 설호정(전 샘이깊은물 주간), 우찬규(학고재 회장), 유홍준(영남대 교수), 여운(한양여대 명예교수) 등 자문을 맡은 전문가들이 담당해주셨다. 작품을 받을 때는 일종의 ‘기증의 변’을 함께 받았다. 당시 국회의원이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혜천 김학수의 산수화를 기증했는데, 이런 메모가 달려 있었다. “작가에 대해서도 작품에 대해서도 잘 모르나, 소장한 그림 중 가장 고가로 매입한 작품입니다. 초라해서 미안합니다.”

서화 작품은 고가인 경우가 많아 보다 대중적인 작품으로 ‘특선기획작품’ 150점을 따로 준비했다. 이철수 화가의 작품을 자기로 구워 만든 판화액자를 비롯해 탁본 족자, 지도 족자 등을 만들었는데, 유홍준 교수의 추천으로 <나의문화유산답사기>에 나온 경기도 이천 ‘무명도공의 비’를 명광복, 이샛별, 한재연 등 사학과 출신 간사들이 직접 가서 탁본을 해왔고, 김정호의 고지도 인쇄본을 구입하여 족자로 만들었다.

이외에 저명인사 친필휘호 30여점도 출품되었다. 도자기를 기증받아 각계 인사들의 휘호를 새겨 판매한 것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김대중 전 대통령(당시 국민회의 총재), 김수환 전 추기경, 월하종정 스님 등 유명 인사들이 도자기에 직접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렸다. 이 기획에는 도자기가 팔리지 않을 경우 본인들이 되사가도록 한다는 복안이 있었다. 그리고 실제 본인들이 사가는 경우가 많았다.

┃ 행사 진행 ┃

개막일을 3주 앞둔 9월 둘째 주부터는 카타로그 제작, 판매 DM, 신문.방송 섭외 등 홍보에 주력했다. 9월 19일, 전시회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가졌는데, 다음 날 모든 일간지들이 앞다퉈 기사를 실었다. “저명인사 애장품 팝니다” “추기경 종정 휘호-아침이슬 악보 팝니다”는 등의 제목으로 기사가 많이 난 덕분에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개막 전 날에는 전체 간사들이 모여 밤새 작품 라벨을 붙였다. 작품 수가 많은데다 작가와 기증자, 작품 설명에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몇 번씩 확인을 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또 전시기획을 총괄한 당시 이태호 부장이 라벨 크기와 칼질까지 꼼꼼하게 검사를 하는 바람에 대충 할 수도 없었다. 백상기념관은 400여개 작품을 전시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공간이었다. 좁은 벽면에 작품들을 전시하느라 다닥다닥 붙어있게 되었지만 라벨만큼은 전문갤러리 못지않다는 칭찬을 들었다.

9월 26일 개막식이 열렸다. 당시 이연숙 정무2장관, 송월주 조계종 총무원장, 이인제 전 경기도지사, 이부영 의원, 김희완 서울시 부시장, 소설가 조정래, 박용길 장로, 정신대할머니 김순덕 여사, 김창국 참여연대 공동대표, 김승훈 신부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기간 동안 전시된 작품은 대부분 팔렸고, 이 중 일부는 경매에 부쳐졌다. 원래는 전시 마지막 날 한 자리에 모여 매수가격을 높여가는 호가경매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고객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가 힘들 것으로 판단, 작품 밑에 매입희망 액수를 붙여두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전시회가 끝나고 남은 작품들은 삼구홈쇼핑에서 통신판매를 진행했다.

┃ 전시작품 ┃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은 한국 화단의 원로 대가인 변종하 화가의 판화들로 당시 ㈜이음커뮤니케이션의 이상기 대표가 기증했다. 이철수 화가가 자신의 판화작품들을, 신영복 선생도 글씨 여러 점을 기증했다. 배우 김미숙 씨는 한봉덕 작가의 그림 ‘나무’를, 박원순 사무처장 역시 오경환 작가의 판화 등 작품 5점을 기증했다. 문익환 목사의 부인 박용길 장로는 문 목사가 생전에 지은 시들을 김웅현 선생에게 배운 궁체로 직접 쓴 글씨를 기증했다. 정신대 할머니 심미자, 김순덕 두 분은 위안소에서 겪은 고통을 직접 그린 작품을 기증했다. 만화가 박재동은 당시 한겨레신문 만평을 맡았었는데 그 중 3점을 기증했다. 그 중에서도 “짜고치나 봅시다”라는 제목의 작품은 관료와 국회의읜, 검찰, 법원 등 권력기관들을 시민이 감시하는 그림이었는데, 이후 참여연대 상징물이 되었고, 현재 권력감시 부서가 자리잡고 있는 참여연대 사옥 5층에 걸려 있다.

명사들의 이색 애장품도 눈길을 끌었다. 육필 원고와 악보, 영화와 공연에 사용된 의상과 소품들도 있었다. 소설가 현기영은 출간 직후 ‘판금’ 판정을 받아 빛을 보지 못했던 <순이삼촌> 초판을, 역사학자 이이화는 1979년 판금 판정을 받았던 <허균의 생각> 초판과 육필 서문을 기증했다. 백낙청 교수 역시 1985년 창작과 비평사의 등록취소 사건을 불러왔던 평론 ‘민중·민족 문학의 새 단계’ 육필 원고를 기증했다. 모두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작품들이었다. 조정래 작가는 <시간의 그늘> 육필 초고를, 김성동 작가는 <국수의 뜻> 육필 원고를, 도종환 시인역시 육필원고를 기증했다. 작곡가 김민기의 <아침이슬>, 백영호의 <동백 아가씨>, 황선우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등 육필악보도 관심을 받았다. 이 밖에 영화감독 장선우는 <나쁜영화>와 <꽃잎>의 시나리오를, 국악인 임진택 씨는 판소리 <오적> 공연에서 사용했던 합죽선(부채)을 내놓았고, 배우 안성기는 디자이더 앙드레김이 제작한 턱시도와 영화 <박봉곤 가출사건>에서 입었던 양복을 내놓았다. 사물놀이패 김덕수도 손수 두들기던 장구를 기증했다. 참여연대 임원 중에서는 박은정 교수의 기증품이 화제가 되었다. 박 교수는 독일의 법학자 루돌프 폰 예링의 저서 <법에 있어서의 목적> 1, 2를 기증했는데 가죽으로 제본된 1권은 1893년판이고, 2권은 1886년판이다. 박 교수 역시 이 책을 독일 유학시절 고서점에서 입수했다고 한다.

┃ 행사 담당자와 도움 주신 분들 ┃

행사 실무는 당시 시민사업국이 담당했다. 김용숙, 김민영 등이 전문가들을 도와 작품 섭외와 판매를 진행했고, 홍보와 전시기획은 이태호, 이선미가 맡았다. 참여연대와 함께 전시회를 성사시켜준 전문가 자문그룹 중에서 기록으로 확인되는 분들은 다음과 같다. 강행원(민족미술운동협의회 회장), 곽진(상지대 교수), 김구한(이천도자기 대표), 김용태(민족예술인총연합 사무총장), 김인자(주부작가), 김종찬(방송인), 김지현(킴스원에이전시 대표), 설호정(전 샘이깊은물 주간), 여운(한양여전 교수), 우찬규(학고재 대표), 유양옥(화가), 유홍준(영남대 교수), 이두식(한국민술인협회 회장), 이이화(역사문제연구소장), 이효우(낙원표구 대표), 정남준(민족예술인총연합 사무처장), 조정래(작가), 최완희(진영환경도자기 대표), 한상훈(징광도자기 사장) ※ 당시 직책 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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