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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로스쿨을 말하는 이유』  표지

로스쿨 제도 도입의 필요성과 반대의견에 대한 반론 등을 담아 국회의원들에게 ‘로스쿨 지지자의 편지’를 보냈다. 편지 12편을 묶어 2007년 1월에 『우리가 로스쿨을 말하는 이유』를 발간했다.

 

 

┃ 배경과 문제의식 ┃

 

사법시험을 통해 배출되는 변호사자격을 가진 이는 1990년대 초반 매년 300명이었다. 그러나 이 수준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변호사 규모를 받쳐주지 못했다. 사법시험은 매우 적은 인원만 합격시키는 정원제 선발시험이다 보니, ‘고시낭인’이라는 사회적 문제와 함께 법학대학이 고시학원이 된 지 오래였다. 사법시험 과목에 목매야 하다 보니 다양한 분야의 법률수요에 따라가는 법학교육도 어려웠다. 따라서 정원제 선발시험인 사법시험으로 변호사를 뽑고, 그들을 사법연수원에서 2년 동안 훈련시키는 법률가 양성 및 배출 시스템의 문제와 한계가 드러났다.

 

참여연대는 변호사 숫자를 늘려야 할 뿐만 아니라, 사법시험은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변호사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순수 자격시험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법학교육의 정상화와 사회의 법률수요에 맞는 법률가 배출을 위해서는 전문대학원에서 예비법률가를 양성한 뒤 그 중에서 변호사로서의 기본 자격을 갖추었다고 확인된 이들에게 변호사 자격을 부여하는 선(先)양성 후(後)자격부여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보았다.

 

 

┃ 주요 활동 경과 ┃

 

참여연대는 1995년 2월부터 조선일보와 공동기획으로 연재한 ‘사법개혁’ 시리즈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기사를 통해 변호사 배출 인원의 대폭 확대와 로스쿨 설립을 제시했다. 다음 해 1월 참여연대의 사법개혁 방안을 망라해서 간행한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에서도 로스쿨 도입을 주창했다. 1999년 2월에는 한국공법학회, 한국헌법학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함께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 대토론회’를 개최하여 로스쿨 제도 도입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해 7월에는 ‘사법개혁을 위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를 결성해, 배심제 도입을 비롯해 정원제 사법시험을 변호사 자격시험으로 바꾸고,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자는 등의 15대 개혁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김영삼 정부를 거쳐 김대중 정부에 이르기까지 변호사 증원은 조금 이루어졌지만, 정원제 선발시험 폐지와 로스쿨 도입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추진위원회(1995)에 이어 구성된 김대중 정부의 대통령 자문기관인 새교육공동체위원회(1998~1999)와 사법개혁추진위원회(1999)는 서로 상반되는 결론을 내면서 로스쿨 도입은 다음 정부로 미루어졌다.

 

그 후 소강상태였던 로스쿨 도입운동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사법개혁위원회(사개위)가 구성되면서 재개되었다. 2003년 10월 사개위의 첫 회의에서 ‘법조인의 양성 및 선발’ 제도 개선이 검토안건으로 채택되었고,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사법감시센터 소장을 각각 역임한 박원순 변호사와 한인섭 교수,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인 김창록 교수와 임지봉 교수 등 로스쿨 제도를 주창한 전문가들이 사개위에 위원 또는 전문위원으로 참여함에 따라 로스쿨 도입운동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2004년 4월 사개위가 주최한 ‘법조인 양성 및 선발 공청회’에 참여해 로스쿨 도입과 변호사자격시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5월에는 같은 취지의 의견서를 사개위에 제출했다. 8월에는 로스쿨 도입에 반대하는 변호사단체들의 주장을 반박하는 의견서를 사개위에 제출하고, 9월 6일에 열린 사개위 회의에서 변호사단체들의 반대에 밀려 로스쿨 도입을 결정하지 못한 것을 비판하는 입장도 발표했다. 사개위에는 변호사단체 대표들도 참여한 만큼 단일안이 만들어지기는 어려웠다. 그렇지만 사개위는 2004년 10월 4일 찬반표결을 거쳐 로스쿨 제도 도입안을 16명중 13명의 찬성으로 채택하였다. 이로써 1995년부터 시작한 법률가 양성 및 선발제도 개혁, 특히 로스쿨 제도 도입운동은 10년 만에 한 단계를 넘어섰다.

 

그 다음 단계는 제도 도입 취지가 왜곡되지 않게 법률안을 제대로 만드는 과정이었다. 사개위에 이어 대통령 직속으로 구성된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가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로스쿨법안)’과 시행령을 마련했다. 참여연대는 이 법안이 기성 법조인들의 이해에 맞춰 로스쿨 입학정원 등을 통제하는 구조를 보장하고 있음을 비판하는 입장을 발표하고, 정부가 법안을 제출한 2005년 11월부터는 국회를 상대로 로스쿨 정원 통제 반대 로비활동에 매진했다. 정부제출 로스쿨법안에 대한 의견서를 국회에 전달한데 이어, 국회 교육위원장이 주최한 세미나에 참여해 올바른 로스쿨 제도 운영을 저해하고 있는 총입학정원 통제조항과 같은 일부 독소조항의 삭제를 강력히 요청하기도 했다. 해를 넘겨 2006년 2~4월에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의 법안심의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교육위 법안심사소위의 법안심의 모니터링 보고서를 발표하는 등 정부안의 문제점을 바로 잡을 것을 교육위원들에게 촉구했다.

 

로스쿨법안 처리는 2006년 연말까지 미루어졌다. 참여연대는 11월과 12월에 ‘로스쿨 지지자의 편지’ 시리즈 사업을 전개하였다. 로스쿨의 필요성과 도입반대 주장에 대한 반론 등을 담은 12편의 편지를 법안처리를 맡은 국회 교육위원들에게 보냈다.

 

마침내 로스쿨법안은 17대 대선을 앞둔 2007년 7월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사개위가 로스쿨 제도 도입을 건의한 후 약 3년 만에 법률로 제정된 것이다. 법률내용에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13여 년의 입법운동이 결실을 거둔 순간이다.

 

하지만 로스쿨 도입운동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2009년 로스쿨 개교를 앞두고 로스쿨 총입학정원과 변호사시험합격자 결정방식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 또 한 번 총력을 기울였다. 변호사시험을 치를 수 있는 사람, 즉 로스쿨에 입학할 수 있는 학생의 숫자에는 특별한 제한이 없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정부와 변호사단체는 최대한 낮추려고 했다. 변호사시험도 일정 기준을 통과하면 모두 합격시키는 순수 자격시험방식이어야 하는데, 정부나 변호사단체는 사법시험처럼 합격자 숫자를 사전에 통제하는 정원제 시험방식을 고수했다.

 

2007년 10월 한 달 동안 로스쿨 입학정원을 1500명 선으로 제한하려는 정부에 맞선 활동이 집중되었다. 10월 2일에 교육부에 의견서를 제출한 것을 시작으로, 12일에는 교육부에 공청회 개최를 요청했고, 15일에는 로스쿨 총입학정원 통제 방침이 갖고 있는 위헌성을 지적하는 의견서를 교육부에 보냈다. 16일에는 국회 교육위원회 의원들에게 공청회 개최를 요청했고, 다음날인 17일에는 국회 교육위원회에 보고된 교육부의 1500명 정원 계획을 비판하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22일에는 교육부의 1500명 산출근거의 오류를 설명하는 기자설명회를 열었다. 청와대를 향한 비판입장도 이어졌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로스쿨 총입학정원 논쟁은 2009년 1500명으로 시작해 2013년에 2000명으로 늘리는 선에서 매듭지어졌다.

 

다음 해인 2008년에는 변호사시험을 둘러싼 싸움이 벌어졌다. 자격시험이냐 사실상 정원제 선발시험이냐는 다툼이었다. 5월에 ‘변호사시험법, 사법시험과 어떻게 달라야 하나’ 토론회를 열고, 6월에는 법무부의 변호사시험법안에 대한 검토의견서를 발표했다. 11월에는 ‘국제심포지움 : 미국과 일본의 변호사시험제도와 한국의 과제’를 개최해 외국사례와 비교하며 한국사례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무부가 운영하고 있는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는 매년 총입학정원의 75% 내외만 합격시키는 사실상 정원제 시험으로 변호사시험을 운영하기로 했다. 애써 도입이 결정된 로스쿨 제도의 성공적 정착을 위협하는 방식이었다.

 

 

┃ 성과와 의미 ┃

 

2009년부터 3년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25곳이 문을 열었고, 매년 2000명이 로스쿨에 입학하고 있다. 로스쿨 졸업생들이 치르는 변호사시험은 로스쿨 1기생이 졸업한 2012년부터 시작되어 매년 한차례 시행되고 있다. 사법시험은 매년 합격자 수를 줄여 2017년에 폐지되며, 사법시험 합격자들을 교육하던 사법연수원도 문을 닫는다. 10여년의 노력 끝에 참여연대는 법률가 양성 및 선발 시스템을 ‘선(先)선발시험 후(後)양성’ 방식인 <사법시험-사법연수원>에서 ‘선(先)양성 후(後)자격시험’ 방식인 <로스쿨-변호사시험>으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기존에는 법률가의 자질을 갖추었는지를 바늘구멍 같은 사법시험 통과만으로 판단하는 구조였다. 다종다양한 경험과 학업을 거치고 법학적성을 갖춘 이들에게 법학전문교육을 거치게 한 뒤, 교육을 충실히 이수했는지를 확인하는 시험을 치른 후 자격을 부여하는 구조로 바꾼 것이다. 기존에는 언제 합격할 수 있을지 모르는 불안함속에서 개인들간의 출혈경쟁을 뚫고 정원제 사법시험을 통과한 자만이 변호사가 되는 구조였다. 사회경제적 배경, 경험 등을 고려해 다양한 이들을 로스쿨 입학생으로 뽑아 저소득층이나 사회적 약자들도 여러 종류의 장학제도의 혜택을 받아 법률가가 될 수 있는 구조로 바꾸었다. 점점 다양해지는 법률수요를 뒷받침하고 시험과목 위주의 법학교육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법률가 양성 선발제도를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로스쿨에 입학할 수 있는 학생 숫자가 제한된 것은 아쉬운 점이다. 이들이 졸업 후에 치를 변호사시험이 정원제 선발시험으로 운영되면서 로스쿨에서의 교육도 시험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로스쿨 제도 도입운동은 아직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있다.

 

 

┃ 같이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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