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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7월 국회 앞, 여야 대선자금 공개와 ‘범국민정치개혁특위’ 구성 촉구

참여연대 등 300여개 단체로 구성된 정치개혁시민연대가 2003년 7월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여야 대선자금 공개와 ‘범국민정치개혁특위’ 구성을 촉구했다.

 

 

┃ 배경과 문제의식 ┃

 

2000년대 초반은 2000년 낙선운동을 거치면서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던 시절이고, 총선시민연대 활동 이후 정치제도 개혁을 위한 시민사회의 구심점도 마련되어 있던 때였다. 더욱이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의 이른바 차떼기 사건 즉 불법대선자금 제공사건이 알려지면서 정치부패 척결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정치개혁을 위해서는 정치인들의 이해와 편의에 의해 왜곡되어 있는 정치제도를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했다. 기존의 정치제도는 정당과 국회의원의 특권을 견고하게 지키는 방향으로 제도화되어 있었던 반면, 정치부패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와는 거리가 멀었으며, 정당의 민주적인 운영과 일하는 국회를 위한 제도적 기반 역시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이에 참여연대는 2003년 불법대선자금 제공 사건으로 정치개혁의 요구가 분출되고 있던 사회적 분위기에 발맞춰 2004년 총선 전에 정치자금법, 국회법, 선거법, 정당법 등 정치제도를 개혁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전국의 시민단체들과 함께 정치개혁을 위한 범국민적인 운동을 벌이게 되었다.

 

 

┃ 주요 활동 경과 ┃

 

참여연대는 정치개혁운동의 1단계로 먼저 시민사회의 구심점을 만드는 일에 힘을 기울였다. 그 결과 2003년 1월 17일, 전국 297개 단체가 참여하는 ‘정치개혁을 위한 시민사회단체연대(약칭 정치개혁연대)’를 발족하였고, 이 기구는 2004년 5월까지 1년 반 여 기간 동안 정치개혁을 위한 입법 과제를 만들고, 실질적 입법화를 위한 각종 시민행동을 기획·추진했다.

 

또 정치개혁연대는 정치개혁이 국민적 논의와 참여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 하에 정당과 시민사회단체, 학계, 법조계 등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정치개혁추진범국민협의회(범국민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하고, 총 78명(개혁국민정당 5명, 민주노동당 12명, 새천년민주당 28명, 한나라당 32명, 기타 1명)의 여야 정치인과 75명의 시민사회단체 인사, 25명의 법조계와 학계 인사를 추진위원으로 모았다. 2003년 2월 17일 발족한 이후 추진위원 합동 워크숍, 국회의원들과 시민사회인사 공동 연찬회 등을 집중 개최하면서 합의안 마련을 위한 논의를 진행했고, 3개월 여 간의 토론을 거쳐 범국민협의회는 2003년 4월 15일, ‘정당민주화를 위한 7대 방안’과 ‘정치개혁을 위한 27개 과제’를 발표하고 국회에 의견청원을 제출했다.

 

이때 제출한 청원의 주요 내용은

  • 정치자금법의 경우, 정치자금 수입·지출의 투명성 강화, 정치자금 모금의 현실화, 소액다수의 정치자금 모금 양성화
  • 선거법의 경우, 1인 2표 방식의 정당명부제 도입, 미디어 중심의 선거공영제 확대
  • 정당법의 경우, 정당 민주화를 위해 중앙당 기능과 역할의 축소, 지구당 체제의 개혁, 상향식 공천 명문화
  • 국회법의 경우, 국회의 정책기능 활성화를 위한 입법지원처 신설, 정책결정·의정활동의 공개 강화, 국회의원 이해충돌 방지 제도 도입

등이었다.

 

2003년 5월 8일 <MBC 100분 토론>

2003년 5월 8일 <MBC 100분 토론>의 장면.

 

범국민협의회는 1차 청원 이후 여야 간의 시각차가 있었던 추가 쟁점에 대해 정치권을 비롯한 범국민적인 의견수렴을 거쳐 2차 합의안을 마련하기로 하고, 방송사상 최초의 생방송 끝장토론을 기획했다. 또 방송 전에 <MBC 100분 토론>과 공동으로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여론조사와 국회의원 의견조사를 각각 진행했는데, 둘 간의 인식 차가 매우 크다는 것을 확인했다. 당시 국민들은 한국정치의 근본적 개혁을 위한 우선 과제를 ‘정치부패 척결’로 꼽았고, 국회의원들은 ‘정당 구도 개편’을 꼽았다. 이러한 의견 조사와 토론과정을 거쳐 범국민협의회가 마련한 2차 의견청원의 주요 내용은 ▲정치자금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정치자금을 받은 후 영수증 발급 기간 명시, 선관위의 정치자금 실사권 강화 ▲지역구와 비례의원 비율 2:1로 조정, 선거연령 만 19세로 하향 조정, 공익적 시민단체의 유권자 운동 전면 허용 ▲제왕적 지구당위원장 제도 폐지 및 관리형 위원장제 도입, 당내경선 불복 금지조항 신설 등이었다. 하지만 범국민협의회의 1, 2차 청원안은 정치개혁안에 대한 여야의 입장차로 구체적인 입법논의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 2003년 5월 8일, 특집 ‘한국정치의 새로운 비전을 열자’ 개최(일명 끝장토론). 이날 방송토론은 6시간을 넘겨 새벽까지 진행되었다. )

 

2003년 하반기에는 구체적인 입법 성과를 내기 위해 정치개혁연대 활동을 전국화하고, 정치권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활동을 기획했다. 참가단체들이 국회의원을 한명씩 맡아 정치개혁 촉구 캠페인을 벌이는 ‘맨투맨 운동’을 시작했고, 당시 참여연대 전담 마크맨으로 박원순 집행위원장이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를, 이필상 함께하는 시민행동 공동대표가 박상천 민주당 대표를, 정현백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가 김근태 통합신당 원내대표를 맡았다.

 

정치개혁연대는 11월 3일, 국회의원 273명에게 10대 정치개혁 과제에 대한 찬반 질의서를 발송하고 답변을 촉구했지만, 정치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말해왔던 수많은 의원들은 구체적인 찬반 조사에 대해서는 답변을 회피해 결국 55명의 답변만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직접 국회의원회관으로 찾아가 담판을 짓기로 하고 11월 7일, ‘정치개혁촉구 전국시민사회단체 결의대회’를 연 뒤 국회로 갔다. 이날 시민단체들은 경찰에 막혀 결국 국회 정문을 통과하지 못했지만, 언론을 통해 이 상황을 접한 시민들은 분노했고, 정치개혁을 위한 입법요구는 점점 더 커져갔다.

 

결국 국민적 요구에 밀려 2003년 11월 12일에 국회의장 산하 자문기구 형태로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약칭 정개협)’가 구성되었다. 시민사회단체의 대표격으로 백승헌(민변), 김기식(참여연대) 등이 참여했으며, 정개협은 구성된 뒤 약 2주 만에 국회법을 제외한 정치자금법, 정당법, 선거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제출했다. 그러나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불법자금과 ‘돈 선거’를 막기 위한 핵심 조항 등을 후퇴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했고, 시민단체들은 정개협과 함께 시민·사회·종교단체로 구성된 ‘부패정치 추방과 정치개혁 실현을 위한 비상시국회의’를 조직해 국회 정치개혁특위의 정치관계법 개악 시도를 강력히 비판하고, 한나라당 앞 농성, 국회 앞 집회 등을 열면서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4개월 여 기간의 토론 끝에 이듬해인 2004년 3월, 정개협 안 중에 국민적 지지와 요구가 가장 컸던 정치부패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대체로 입법했다. 정치자금의 수입내역 공개, 법인과 단체의 기부 금지, 고액기부자 명단 공개, 기부한도 하향조정 안이 처리되었고, 돈 안드는 선거를 위해 지구당 폐지, 합동연설회, 정당연설회 폐지 등도 입법화되었다. 

 

 

┃ 성과와 의미 ┃

 

한국사회에서 정치개혁을 위해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구성하고, 범국민적인 토론과 합의과정을 만들어 낸 것은 전례 없는 일이었다. 정치권이 독점하고 있던 정치개혁 논의를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 내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공동안을 만들고,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치관계법이 개정되도록 국회를 견인·압박하는데 참여연대 역할이 적지 않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시민사회 인사들이 전담하는 이른바 ‘맨투맨 운동’을 기획하고, 정치개혁특위를 밀착 모니터링하면서 물 샐 틈 없는 입법 로비를 진행한 경험은 이후 의정감시 활동의 자산으로 남았다.

 

물론 2002년 대선 이후, 불법대선자금 스캔들이 터지면서 정치부패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매우 컸기 때문에 국회가 정치개혁 논의 자체를 거부할 명분은 없었다. 하지만 시민사회로부터 강력한 정치개혁안이 제안되어, 정작 상임위 논의단계에 이르자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소속의 기성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들의 저항으로 국회에서 논의가 공전되거나, 개혁과제가 후퇴될 조짐이 보일 때마다 국회를 압박하고, 견인하는 시민사회단체의 노력이 없었다면 정치부패 척결, 돈 안드는 선거를 위한 정치제도 개혁은 지금까지도 요원했을 것이다.

 

2004년 3월 9일, 국회는 고질적인 정치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치자금법을 전면 개정했고, 돈 안드는 선거를 위해 선거법을 개정했으며,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가 의석으로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1인 2표 방식의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다. 이러한 제도 개혁으로 한국정치는 큰 변화를 맞았다. 실제로 2004년 정치자금법 개정 이후 정치부패 사건은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는 것이 내외의 평가이다. 또 기부와 모금 한도를 대폭 낮추고, 기업의 후원을 금지시켜 정치인들은 자연스럽게 소액다수의 후원금 모금을 위해 뛰게 되었다.

 

1인 2표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때 시민단체들은 지역구 의석을 줄여서라도 비례대표 의석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제기했지만 정치권이 이를 끝내 받아들이지 않아 지금까지도 제도의 취지를 충분히 달성하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 도입 이후 민주노동당은 지역구 선거에서는 2석 밖에 확보하지 못했지만, 정당투표에서 13%의 지지를 얻어 8명의 비례대표를 배출했다. 1인 2표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진보정당이 원내에 처음으로 입성한 것이다.

 

2004년 정치개혁 이후, 정치부패를 척결하기 위해서이기는 하지만 마지막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당정치의 근간이자 풀뿌리 정치의 토대라 할 수 있는 지구당 제도를 폐지해 지역 주민들의 참여 통로가 사라졌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과거처럼 돈이 많이 드는 방식은 제어하면서 정당 활동을 강화하는 방안들을 함께 고민한다면 지금도 지구당 부활은 검토할 만하다. 2004년 이후 정치제도들의 이행 과정을 평가하면서 보완 과제를 정리하고, 당시 입법에 실패한 비례대표 대폭 확대, 선거연령 18세 하향 조정, 투표시간 연장 등 남은 과제들을 처리하기 위해 정치개혁 운동은 계속되어야 한다.

 

 

┃ 같이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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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14] 돈 선거 근절과 불법 정치자금 과세를 위한 시민행동 - 검은 돈과 차떼기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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