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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꿀 수 있는 일자리를 갖는 것이 꿈이 되어 버렸다"
몇 년전 한 선배가 청년일자리 문제를 진단하며 이런 표현을 썼다. 참으로 신묘한 문장이라 두고두고 마음에 남는다. 돌이켜보면 “넌 꿈이 뭐니?”라고 물어왔던 어른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어떤 대답을 하든 “그게 뭐니”라는 핀잔을 듣거나 “그러려면 더 열심히 해야겠네”라는 다그침으로 돌아왔다.
인간답게 살아남는 것이 꿈이 되어버린 현실 속에서 우리들은 대기업과 공무원을 불러야만 어른들로부터 정상적인 꿈으로 인정 받을 수 있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는 다그침에 시달려야했다. “꿈을 이루려면 네가 잘해야지!”
남 탓 할 필요 없이, 내가 잘하면 된다는 마법 같은 주문을 외우며 수능을 치르고, 토익 만점을 받고, 어학연수에 다녀온 우리들을 기다린 세상은 너무도 잔인했다. 청년실업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지겨워졌을 때 쯤 “청년들 눈이 높다”는 소리가 들려왔고, (대기업과 공무원만을 꿈으로 인정하던 그 어른들에게서 말이다!) 그 와중에도 청년실업은 점점 심각해졌으며, 전세값은 오르고 학자금 대출 상환일은 돌아왔다.
정글 같은 세상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사회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사회가 더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이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애정을 쏟기보다 칸막이 쳐진 도서관에서 영어단어 한 줄 외우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꿈꾸기를, 더 좋아지기를 포기할 수는 없다. 우리들에게는 아주 작게라도 이겨보는 경험이 필요하다. 2013년 우리는 참여연대와 함께 과도한 응시료 인상과 불합리한 환불규정 등으로 취업준비생을 애먹인 TOEIC 시험의 문제를 고발했고 청년 당사자들로부터 큰 반향을 이끌어냈다.
참여연대의 2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평범한 보통사람들이 겪는 삶의 문제를 대변하고 해결해주는 존재. 사회가 더 좋아질 수 있는 믿음을 회복시켜주는 동반자로서 참여연대의 앞날이 번창하기를 기원한다.
김민수 / 청년유니온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