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공익소송 2022-12-28   2537

참여연대, 키오스크차별금지법 시행령안에 대한 입법의견서 복지부에 제출

키오스크 장애인 접근성 의무 ‘3년 간 단계적 이행’은 국가가 나서 차별을 정당화하는 것

공공기관 등은 즉시, 전면 시행해야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소장, 허진민 변호사)는 오늘(12/28) 보건복지부가 지난 11/18 입법예고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안(이하 ‘시행령안’)에 대해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참여연대는 이번 시행령안 제10조의2 제2항 별표6 등은 장기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있어 차별을 방치하고 사회적 재화의 낭비를 유도하는 것으로 입법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아 폐기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급격하게 사용이 늘어난 키오스크(무인정보단말기)는 기업 등의 인건비 절감과 사용자의 편의 증진 등을 이유로 도서관, 병원, 영화관, ATM, 식당, 지하철 등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편의를 증진하는 한편에서 장애인 등 정보취약계층에게 불편함을 넘어 차별과 배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회가 2021년 6월 국가기관 등 공공기관뿐 아니라 일상에서 쉽게 마주치는 다양한 민간 영역까지 키오스크 등에 장애인의 접근성과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 조항이 적용되도록 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을 개정하여 2023년 1월 28일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신설된 장차법 15조③항에 따라 키오스크를 설치, 운영하는 경우 장애인이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접근ㆍ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요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도록 하고 그 범위 및 구체적인 내용 등은 시행령에 위임하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6월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시행령안을 마련하기 위해 실시한 용역보고서 발표 공청회에서 전면적, 일률적 시행이 아니라 3년간 단계적 시행안을 제시함으로써 장애인 단체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샀습니다. 법은 개정되었지만 또다시 3년이라는 유예기간을 둔 것이어서 실제로 장애인의 접근성을 제고한다는 입법목적이 유명무실해 진다는 비판이었습니다. 복지부는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입법예고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지난 11월 18일 키오스크 장애인 편의 제공 의무화 내용이 담긴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복지부의 시행령(안) 제10조의2 제2항 별표6의 단계적 범위 규정 및 부칙 제2조는 거센 반발을 샀던 초안에서 달라진 것이 거의 없어 장애인의 키오스크 접근성을 보장하기에는 미비하고 오히려 입법취지를 몰각한 하위법령안입니다. 시행령안 제10조의2 제2항 별표6에 따르면 제공기관 등의 준비기간 및 현장의 적용가능성 등을 고려해 기관의 유형 및 규모 등에 따라 3단계로 구분하여, 공공기관부터 우선 시행하도록 하고 민간부문은 규모에 따라 순차적으로 시행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3단계로 구분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특히 시각장애인을 위한 키오스크가 이미 시중에 보급되고 있고, 현재 도입되어 있는 키오스크를 바꾸지 않고도 개선할 수 있는 기술이 마련되어 있어 굳이 3단계로 나눌 필요가 없습니다. 현 기술 상황을 간과한 3단계 도입 규정은 시각장애인용 키오스크 도입 시기만 늦출 뿐이며, 더구나 10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에도 직접 키오스크를 구입하여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키오스크에 신용카드 결제기능이 결합되어 밴드사 등으로부터 임대료(리스료)를 지급하여 사용하는 방식이므로 키오스크를 제작하여 임대하는 사업자에게 개선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을 통해 유예기간을 축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3단계 기준은 적정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결국 시행령안은 현재 가능한 것조차 늦추게 만드는 것이며, 이는 공공기관 및 기업들의 키오스크 도입 지연을 정당화시킬 뿐입니다.

우리 헌법은 제10조, 제34조 및 제35조에서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 내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에 관한 국가의 의무를 천명하고 있으며 이는 장애인, 비장애인 구분없이 동등하게 적용됩니다. 특히 일상을 영위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이고 필수적인 영역에서 장애인의 접근성을 유예한다는 것은 국가가 그 기간 만큼 장애인들의 필수적 생활이 불가능하게 방치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특히 1단계 시행(2024. 1. 28.)으로 규정된 기관들은 공공·교육·의료·금융기관, 이동·교통시설로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고 이용하는 필수 기관들입니다. 이러한 필수 기관들은 1단계 시행일보다 빠른 시간 안에 시각장애인용 키오스크를 도입하여 우선 가능한 시점부터 시각장애인들이 차별 없이 키오스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합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개정 장차법 시행일 이전에 설치된 키오스크는 2026년까지 유예할 수 있도록 한 부칙 제2조의 규정입니다. 현재 키오스크는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음식점, 카페, 마트 등 생활밀착형 점포들에 이미 많이 보급되어 있고, 키오스크를 도입하면서 직원을 감축하거나, 무인 매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도입되어 있는 키오스크를 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있게 개선하는 것이 가장 시급함에도 3년이나 유예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차별과 배제의 당사자인 시각장애인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공공기관이나 기업들에게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아도 되는 근거를 주는 것입니다. 개정안 제10조의2 제3항 제5호에 따라 키오스크와 호환되는 보조기기, 소프트웨어 등 별도의 조치를 할 경우 키오스크를 교체할 필요없이도 시각장애인들이 현재 도입된 키오스크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활동장애나 지체장애의 경우 시설 교체나 보완이 필요한 점을 인정하더라도 현재 가능한 범위에서 충분히 개선의 여지가 있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조치는 유예기간을 둠으로써 오히려 접근성 보장을 가로막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조항은 정당한 이유 없이 시각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키오스크 도입을 늦추고 차별을 심화시키는 규정에 불과함으로 삭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개정 장차법 제15조 제3항에서 키오스크 규정을 신설한 목적은 일상생활 곳곳에서 키오스크를 사용하지 못하면 생활이 어려운 상황을 시정하기 위함입니다.  이러한 입법취지를 몰각시키고 오히려 도입 기간을 정당한 이유없이 지연시켜 키오스크에 의한 차별을 정당화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현재의 차별을 미래로 연장시키는 데 면죄부를 주는 시행령안 제10조의2 제2항 별표6 및 부칙 제2조를 폐기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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