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집회시위 2020-05-12   1201

[성명] ‘촛불집회 금지’하는 집시법 개정안 폐기하라

‘촛불집회 금지’하는 집시법 개정안 폐기하라

아직도 국회, 총리공관, 법원 100미터 내에서 집회, 시위를 전면 금지하겠다는 발상에 경악

직접적 위협이 아닌 자의적 ‘우려’ 판단만으로 기본권 제한은 위헌

 

지난 3월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회 대안으로 가결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하, ‘행안위 대안’)」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다. 20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서둘러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이 행안위 대안은 강창일 의원이 대표발의했던 집시법 개정안에서 절대적 집회금지구역에 관한 제11조만 빼서 원포인트 개정안으로 만든 것이다. 굳이 집시법 제11조만이라도 따로 개정하려는 이유는 경찰이 주장하는 소위 “입법공백”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입법공백”을 이유로 한 이번 행안위 대안은  집회, 시위에 대한 경찰의 자의적 판단(우려)만으로 국회, 각급 법원, 헌법재판소, 국무총리공관 앞 100미터 이내 집회나 시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할 수 있는 악법이다. 집회나 시위의 개최, 진행, 종결이 오로지 경찰의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집회나 시위를 경찰의 허락을 받아서 하라는 것과 같고, 그나마 대규모 집회나 시위는 불가능해서 이 집시법 행안위 대안이 통과되면 많은 인원이 참석하는 또는 참석할 가능성(우려)이 있는 ‘촛불집회’는 국회, 각급 법원, 헌법재판소, 국무총리공관 앞 100미터 이내에서는 불가능해진다. 국회는 집시법 개정안 행안위 대안을 폐기하라.

 

헌법재판소는 2018년 국회, 각급 법원, 국무총리 공관 100미터 내에서의 집회/시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해 온 집시법 제11조에 관해서 2019. 12. 31.을 시한으로 계속 적용 헌법불합치결정을 했다. 그런데 2019. 12. 31.까지 국회가 새로운 집시법을 통과시키지 않아 현재는 집시법 제11조에서 정한 절대적 집회금지구역에 관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경찰은 바로 이 상황을 “입법공백”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 상황은 “입법공백”이 아니다. 집시법의 수많은 규제(신고제, 금지/제한통고제, 교통소통을 위한 제한, 소음규제, 방법제한, 해산제도 등등)는 그대로 다 남아 있다. 오로지 국회로부터 100미터 안에서 전면적으로 집회를 금지하는 규정, 각급 법원으로부터 100미터 안에서 전면적으로 집회를 금지하는 규정, 총리공관으로부터 100미터 안에서 전면적으로 집회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어진 것에 불과하다. 국회, 각급법원, 국무총리공관 담장으로부터 100미터 안에서의 집회, 시위라고 해도, 집시법의 나머지 제한규정에 따라 경찰은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집시법 제15조에서는 학문, 예술, 체육, 종교, 의식, 친목, 오락, 관혼상제(冠婚喪祭) 및 국경행사(國慶行事)에 관한 집회에 관하여는 절대적 집회금지구역에 관한 규정을 비롯한 집시법의 다른 규정들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사람이 많이 모인다고 해서 뭔가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발상 자체를 바꿔야 한다. 윤중로에서 벚꽃 행사를 한다고 해서, 국회 앞 길에서 마라톤 행사를 한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국회 앞에서의 평화적 집회, 시위가 문화행사, 체육행사 등 집시법 적용을 받지 않는 다중이 모이는 행사와 본질적으로 다를 것이 없다. 그래서 “입법공백”이라고 주장하는 경찰의 입장은 기만적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경찰은 “인권경찰”을 표방하면서 스스로 개혁을 하겠다고 했는데, 평화적 집회, 시위도 일단 막고 보자는 식이면 그동안의 “인권경찰”을 외친 것은 권력기관 개혁의 예봉을 피하기 위한 꼼수요, 인권경찰 흉내내기에 불과하다.

 

이 행안위 대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정부, 여당(더불어민주당)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자신들이 필요할 때는 ‘촛불집회’, ‘촛불시민’, ‘촛불혁명’ 운운하더니 정작 집시법 개정안을 만들면서는 2016년 촛불집회와 같은 대규모 평화적 집회를 금지하려고 하고 있다. 감탄고토(甘呑苦吐)의 전형이다. 집시법 개정과 관련 정부여당은 입법예고, 공청회 등 정부입법시 거쳐야 할 정상적인 절차를 다 생략하고, 여당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그 과정에서 시민사회의 우려는 무시하고 경찰청 의견만 들어왔다. 20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다가 임기 만료를 채 한달도 남겨 두지 않고 허겁지겁 졸속으로 집시법 제11조만 개정하려는 것은 경찰청을 통한 집회, 시위를 손쉽게 통제하기 위한 위한 의도를 드러낸 것 아닌가.

 

특히, 국회는 국민의 의견을 정치로 풀어내는 곳이다. 국회를 국민들의 의사표현으로부터 고립시켜 보호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민주주의에 반한다. 어떤 기관보다 국민의 소리에 귀기울여야 하는 곳이 국회인데도, 그 국회 담장으로부터 100미터나 떨어져서 집회, 시위를 하라는 것은 국민의 목소리는 듣지 않겠다는 것이다. 집회시위를 관리의 대상으로만 보는 경찰 편의적 발상에서 국회가 한치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것은 통탄할 일이다. 국회는 정문 외에도 8곳의 출입구가 있다. 국회 정문 부근에서 집회, 시위를 해서 정문 사용이 어려우면 옆문, 뒷문으로 출입하면 된다. 애초에 대한민국 국회의사당은 국회 밖으로부터 녹지와 광장으로 물리적 이격거리가 확보되어 있는데다가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고, 또 인도와 도로(국회 정문앞은 8차선이다)로 다시 단절되어 있다. 이렇게 물리적으로 충분히 보호받고 있는데, 다시 집시법이라는 규범으로 그 담장으로부터 100미터를 정치적 진공지대로 만드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국회는 헌법재판소가 말한 최소한의 위헌성을 제거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된다. 그런데 이번 행안위 대안은 헌법재판소가 법익의 균형성을 맞추라며 든 예시조차 법문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무엇보다 헌재 결정의 취지는 무시했다.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한 집시법 제11조 각호가 효력을 상실한 2020. 1. 1.부터 현재까지 국회, 각급 법원, 국무총리 공관 부근의 집회, 시위를 우리 사회가 용인하지 못할 정도였나. 국회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대로, 충분히,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집회, 시위 대응 책임을 져야 하는 경찰청이 규제위주로, 규제편의적인 발상을 하더라도, 그것을 통제하고 적절한 기본권 보장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국회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한 위헌 결정을 취지를 형해화하는 법안을 국회가 주도해서 처리하려고 원포인트 개정안이라는 꼼수를 쓰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2016년 촛불집회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의 시민의식, 집회문화를 보여줬다. 그 이후 많은 집회, 시위가 있었다. 정치적, 이념적으로야 찬반이 있고, 일부 집회, 시위의 경우 문제가 있기도 했지만 절대적 집회금지구역을 유지할 정도는 아니다. 필요할 때는 집회, 시위를 제한/금지해 왔고, 법원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전근대적인, 권위적인 사고방식과 발상에 사로잡혀 평화적 촛불집회도 금지하겠다는 집시법 개정안안 논의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21대 국회에서 새롭게 집시법 개정방향이나 폭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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