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집회시위 2023-10-11   744

[성명] 대통령실 앞 집회 막기 위한 시행령 개악 규탄한다

용산 대통령실 이전 취지에도 반하는 윤정부의 표리부동 정책의 결정판

국민들의 비판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고, 듣기 싫은 소리 안듣겠다는 것

대통령실 앞 이태원로를 집회금지구역에 추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이하 집시법) 시행령 개정안이 어제(10/10)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었다. 공표 즉시 시행되므로 이제 대통령실이 면해 있는 이태원로에서 집회신고를 하면 경찰이 교통소통을 이유로 금지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집시법11조 대통령관저 앞 100미터 이내 집회금지조항을 근거로 한 대통령실 앞 집회금지가 법원의 잇단 “대통령관저 ≠ 대통령집무실” 확인으로 좌절되자, 우회로 시행령을 개정한 것이다. 대통령실을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 없이 무리해서 용산으로 이전한 취지가 국민의 목소리를 더 가까이서 듣기 위한 것이란 설명조차 변명이며 위선임을 다시한번 고백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것이 입만 열면 자유를 외치는 윤석열 대통령의 소통방식인가? 윤석열 정부의 집시법 시행령 개악을 강력 규탄한다.

이번 국무회의를 통과한 개정 집시법 시행령은 관할 경찰서가 교통소통을 명분으로 집회시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는 ‘주요도시 주요도로’의 범위에 대통령실앞 이태원로를 포함한 것은 물론이고, 법원검찰청 사거리 및 삼성전자, 현대기아차본사 등 대기업이 자리잡고 있는 강남대로도 포함시키는 등 광범위하게 확장하였다.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는 장소선택의 자유를 포함한다. 헌법재판소는 “집회 장소는 집회 목적·효과와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를 가지므로, 집회 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집회의 자유가 비로소 효과적으로 보장된다. 특정 장소를 집회 장소로 정할 때는 그곳이 집회 목적과 특별한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집회의 자유는 다른 법익의 보호를 위하여 정당화되지 않는 한 집회 장소를 항의의 대상으로부터 분리하는 것을 금지한다(헌법재판소 2003. 10. 30. 선고 2000헌바67 결정 등)”고 천명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이를 토대로, 주요 국가기관 앞 100미터 이내 집회・시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집시법 제11조 각호의 규정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해왔다. 나아가 헌법재판소는, 최근에는 인천광역시청사 앞 인천애(愛)뜰에서의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취지의 인천광역시 조례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하면서, 집회 참가자들이 항의의 대상으로 삼은 장소와 멀리 떨어져 있는 장소에서의 집회・시위는 효율적인 목적 달성이 어렵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하였다( 헌법재판소 2023. 9. 26. 선고 2019헌마1417 결정).

대통령과 정부의 이번 집시법 시행령 개악은 집회 참가자들이 집회의 장소를 결정할 자유를 노골적으로 탄압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 집시법 제11조 각호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용산 대통령 집무실은 집시법 제11조가 집회를 금지하고 있는 ‘대통령 관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다수의 판례 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도로’를 확장하는 우회적 방법을 통해 주요 관공서에 대한 국민들의 항의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시민들이 공동체에 대하여 의견을 표명할 수 있도록 하는 집회의 자유는 민주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기본권이다. 언제든 국민들의 비판적 의견 표명에 귀를 열고 있어야 하는 대통령 집무실과 대법원 등 관공서 앞 도로를 ‘교통 소통’을 이유로 쉬이 집회를 금지할 수 있는 ‘주요 도로’에 편입시킨 것은, 헌법21조에서 명시한 집회의 자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또한 삼성·현대 등 대기업들 인근에서의 시민들의 집회·시위 역시 이번 개정법령에 따라 교통 소통을 목적으로 용이하게 차단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윤석열 정부가 노동자·민중들의 문제제기를 억압하고 대기업들만 비호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을 거둘 수 없다.

한편,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집시법 시행령 제14조 제1항의 위임을 받은 확성기 등의 소음기준 측정 방식을 개정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시행령 [별표 2] 개정], 등가소음도의 측정시간을 단축하고 최고소음도 위반 기준 횟수를 줄임으로써 소음기준 위반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국민들이 집회의 자유를 행사함으로써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일반대중에 대한 불편함이나 법익에 대한 위험은 보호법익과 조화를 이루는 범위 내에서 국가와 제3자에 의하여 수인되어야 한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헌법재판소 2003. 10. 30. 선고 2000헌바67 결정 등). 정부의 이번 시행령 개악은 집회시위 행사에 불가피하게 따라오는 불편에 대한 제3자의 수인의무를 외면하고 집회의 자유를 행사하는 국민들과 그렇지 않은 국민들을 갈라치기 하여, 집회시위를 불법적이고 불온한 것으로 인식하게 하려는 시도이자 국민들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것이다.

이에 우리 단체들은, 윤석열 정부의 이번 집시법 시행령 개악이 우리 헌정질서인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도전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강력히 규탄하는 바이다. 나아가 우리 단체들은 정부의 집회 자유 위축 시도에 맞서 시민들과 함께, 시민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투쟁할 것임을 밝히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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