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표현의자유 2023-11-08   428

[논평] 국제사회 권고조차 무시하는 정부의 독선적 태도

집회 자의적 금지, 언론사 압수수색 등 UN 우려에도 반성 없어
명예훼손 비범죄화와 집시법 11조·12조 폐지 권고 즉시 수용해야

윤석열정부 들어 더욱 후퇴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에 대해 국제사회의 우려와 권고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사실상 수용 거부 입장을 밝히며 뻔뻔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11/3(금) 유엔 자유권 위원회가 대한민국의 제5차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하 “자유권규약”) 국가보고서 심의 결과에 대한 최종견해를 발표했으나, 직후 법무부는 보도자료를 내어 사실상 수용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다. 기본권 후퇴에 대한 국내외의 우려 의견이 빗발침에도 불구하고 자신들만이 옳다는 독선적 태도를 규탄한다. 정부는 명예훼손죄의 비범죄화 및 집시법 11조, 12조에 대한 UN의 폐지 권고를 즉시 수용해야 한다.


2015년 제4차 자유권규약 심의 결과 최종견해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 최종견해에도 명예훼손죄의 비범죄화 및 집회의 자유 보장에 대한 권고가 반복되었다. 2015년 이후 8년이 지났지만, 한국 정부가 명예훼손죄 폐해와 집회의 자유 침해 상황을 개선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윤석열 정부 들어 더욱 후퇴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특히 정부나 기업의 이해관계에 비판적인 견해를 표명한 언론인이 형사 기소를 당하고, 고위 공직자와 선출직 공직자들이 자신들을 비판하는 언론인을 상대로 형사 고소를 계속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권력자에 대해 비판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의 본질임에도, 우리나라의 명예훼손죄 형사처벌은 대통령, 정치인, 기업 등이 자신들에 대한 비판과 비난을 입막음하는데 활용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에 대해 ‘명예훼손죄 피해자 보호에 공백이 생기는지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검찰이 복수의 언론사들을 대통령 명예훼손죄 혐의로 강제수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무부가 말하는 피해자는 대체 누구인가? 심지어 우리나라의 명예훼손죄는 친고죄도 아니어서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실이나 제3자가 나서 대신 고발하는 현실이다. 결국 대통령 등에 대한 비판을 앞으로도 계속 수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과 다르지 않다.

출처 : 2023.10.31. 한국기자협회 “뉴스타파, JTBC, 경향신문… 검찰의 다음 칼 끝은”


또한 유엔 자유권 위원회는 최근 정부의 집회의 자유를 후퇴시키는 조치들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정부가 이태원로 인근 등 대통령집무실 앞 집회를 금지하기 위해 집회시위법 시행령 12조 별표를 개정하고, 실제로 이에 근거해 경찰이 최근 대통령실 인근 트랜스젠더 추모 행진을 부분금지 바 있다. 이런 구체적 사례에도 불구하고 법무부는 집회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하고 있으며 집회의 자유와 공공질서가 조화되도록 하고 있다는 지극히 형식적이고 판에 박힌 답변을 내 놓았다. 그러나 집회의 자유를 포함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의 필수불가결한 기본권에 해당한다. 경찰이 합리적 기준 없이 자의적으로 교통소통을 명분삼아 집회 금지를 할 수 있다면 헌법에서 금지한 허가제가 아니고 무엇인가?


법원은 일관되게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공직자의 공직수행은 항상 국민의 비판과 감시의 대상이고 이에 대해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사법부도 “집회의 자유는 다른 법익의 보호를 위하여 정당화되지 않는 한 집회 장소를 항의의 대상으로부터 분리하는 것을 금지한다(헌법재판소 2003. 10. 30. 선고 2000헌바67 결정 등)”고 천명하는 등 대통령을 포함한 주요 공공기관 인근에서 집회할 권리를 인정해왔다. 이제라도 정부는 명예훼손죄의 비범죄화에 전향적으로 나서야 하고, 경찰과 검찰도 대통령 명예훼손을 이유로 한 언론사 강제수사를 중단해야 한다. 또한 국가 주요 기관 인근 집회를 금지하는 집시법 제11조와 교통소통을 이유로 집회를 금지할 수 있는 제12조 또한 폐지 혹은 개정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유엔 자유권 규약 협약 당사국이며, 정부는 충실히 규약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 한 국가의 품격은 대통령의 명예 보호가 아니라 국민들이 누리는 권리의 보장 수준에서 나옴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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