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칼럼(pi) 2012-01-05   4011

정봉주 판결문을 꼼꼼하게 읽고 나서

정봉주 유죄판결문을 꼼꼼하게 읽고 나서

– 지나치게 정치적이고, 너무나 비굴한 판결

1,2,3심을 모두 합치면 80페이지가 훌쩍 넘어가는 정봉주 전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사건 판결문을 모두 정독했다. BBK 사건, 이명박 대통령과 김경준의 관계, 정봉주를 비롯한 민주당의 의혹제기, 대통령 선거 전후의 급박한 정치적 상황과 특검의 수사발표까지, 한편의 드라마가 따로 없다. 그러나 판결문을 전부 읽고 난 소감은 한 마디로 황당하고 어이없다는 것이다. 판결이 얼마나 정치적일 수 있는지, 얼마나 정권의 눈치를 볼 수 있는지에 대한 회의감마저 든다. 법률적 쟁점은 차치하고, 법원의 사실판단과 그에 대한 근거가 너무나 비약적이고 납득하기 어렵다.

우선, 이 사건에서 유죄로 인정된 정봉주의 범죄사실을 꼼꼼히 보자. 정봉주 전 의원이 유죄로 인정된 범죄사실은 이명박 당시 후보자를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이명박 후보자에 대한 허위의 사실을 공표했다는 것이다(공직선거법 제250조 제2항). 정봉주가 공표했다고 인정된 허위사실은 ① 박 변호사(이명박 대통령을 변호하다가 사임한 사람)의 사임이유에 대한 추측성 진술, ② 2001. 5.경 김백준(이명박 측근)의 계좌에 98억원이 들어왔다가 김경준의 주가조작 범행에 동원된 페이퍼컴퍼니에 빌려준 것으로 보아 이명박 후보자의 (김경준과의) 2001. 4. 경 결별선언은 거짓이라는 주장, ③ 이명박 후보자가 2001. 7.자 세금계산서에 LKe(이명박 대통령과 김경준이 설립했던 회사) 대표이사로 기재된 점 등에 비추어 이명박 대통령과 김경준의 2001. 4.경 결별선언은 거짓말이라는 주장, ④ (BBK는 100% 이명박의 소유라는 취지의) 김경준의 자필메모를 검찰이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 발언, 이렇게 4가지 점이다. 위 발언 하나하나를 아무리 뜯어봐도 정봉주가 “허위의 사실을 공표”했다는 법원의 판단이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①번 발언을 보면, 정봉주는 기자에게 “박변호사가 본인이 자료를 확인한 후 이명박 후보자가 기소될 수 있는 위중한 사안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라고 말했는데, 이게 어디가 ‘허위’이고, 어디가 ‘사실의 공표’냐. 아무리 읽어봐도 추측과 의견으로밖에는 읽히지 않는다. 또 ④번 발언은 검찰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거를 공개하지 않은 것을 비판하고 있는 것인데, 이 발언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허위사실의 유포라고 판단한 법원의 판단은 기가 막힐 정도다. ②번과 ③번 발언 역시 김백준의 계좌(검찰의 증거조사 결과 이 계좌는 김백준의 개인계좌가 아닌 ‘김백준 이비케이증권 님’ 명의의 계좌임이 밝혀졌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정봉주의 위 발언 이후에 밝혀진 것이다)가 존재하고 돈이 오고간 사실, 이명박 대통령 명의의 세금계산서, 이명박 대통령의 BBK 대표이사 명함, 이명박 대통령의 광운대 강연(“(주어생략) BBK를 설립했다”는 유명한 내용) 등의 객관적이고 명백한 증거(위 증거들은 법원도 모두 그 존재를 인정하고 있는 것들이다)를 근거로 한 발언으로, 허위가 아니거나 (설사 위 일부 내용이 허위라고 하더라도) 발언 당시에 정봉주는 위 내용이 허위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런데 이와 관련한 법원의 판단은 정말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우선, 정봉주가 자신의 공표사실이 허위라는 것에 대해 적어도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 그 근거로 “김경준을 직접 만나서 확인을 하지 않았고”, 나경원 의원이 이미 그 점에 대하여 해명했거나, 한나라당에서 반박 보도자료를 낸 점을 들고 있다(2심 판결문 24면 이하). 아니 이게 뭔가. 미국에 도피했다가 잡혀서 한국으로 대통령 선거 한 달 전에 송환되서 감옥에 있는 공범자 김경준을 면회가서 확인을 받았어야 한다고? 게다가 자기당 대통령 후보자를 옹호하는 한나라당 의원 말을 그대로 믿었어야 한다는 것인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판단이다. 

더 나아가, 법원은 정봉주가 자기 주장을 진실이라고 믿은데 상당한 이유가 없다고 하면서 그 근거로 “특정한 공직 후보자의 범죄 혐의 등과 관련한 의혹의 제기는 원칙적으로 수사 및 재판의 책임과 권한을 부여받은 공적 기관의 보완적 역할에 그쳐야 하고, 공적 기관의 판단은 우선적으로 존중되어야 할 것”인 점을 들고 있다(2심 판결문 32면). 한 마디로, 검찰이 수사하고 발표할 때까지 다른 사람은 감히 나서지 말고, 검찰의 수사를 믿으라는 거다. 우리나라 검찰이 그렇게 신뢰할만하고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기관이었나?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두고 범죄자가 대통령이 될지도 모르는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게다가 특검의 수사결과는 대통령 선거 2달 뒤에 나왔다) 검찰이 집권당 후보자의 혐의를 수사하라고 내버려두고 의혹제기도 하면 안된다는 것인가? 국가기관의 오만함과 권위의식이 그대로 읽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게다가 법원이 정봉주의 주장이 허위라고 인정한 증거들은 대부분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후 특검의 수사결과물들로, 정봉주의 의혹제기 시에는 밝혀지지도 않은 것들이다. 법원의 판단이 너무나 정치적이고 비굴하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징역 1년이라는 가혹한 형량의 이유도 납득하기 어렵다. 1심 법원은(양형에 대해서는 2심, 3심 법원은 모두 판단하지 않았다) 양형이유로 “이명박 후보자 본인의 개인적인 인격권은 물론 유권자들의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끼치는 정도가 중대”하고, 정봉주가 제시한 소명자료가 “해명이나 반대증거의 내용과 비교하여 볼 때 신빙성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근거가 박약한 것이고, 확인절차를 소홀히 하였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에서 윤리적, 법적 문제가 있는 후보자가 당선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의 심각성과 긴급성, 아직까지도 모두가 납득할만큼 명백하게 해명되지 않은 BBK 사건의 전모, 누구든지 의혹제기하기 충분할만한 다양하고 객관적인 증거들(세금계산서, 명함, 광운대 발언, 김경준의 자필메모 등)은 다 어디로 간 것인가? 그 당시 상황이나 증거들을 보면 설사 나중에 허위임이 명백히 밝혀졌다고 해도, 의혹제기 자체는 정당했다고 평가할 만한 것인데도, 이를 징역 1년을 선고한 것은 정권의 눈치보기라고 밖에 평가할 수가 없다. 게다가 정봉주 등의 의혹제기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압도적인 표차로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는가. 도대체 정봉주의 발언이 이명박 대통령의 인격권과 유권자들의 판단에 어떠한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인지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대법원 판결문은 기존 판례의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2심의 판단이 모두 정당하다고 재확인하는 내용인데, 후보자에 대한 의혹제기가 그 당시 진실인 것으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비록 사후에 그 의혹이 진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벌할 수 없다는 판례를 언급하면서(대법원 2007. 7. 13. 선고 2007도2879 판결 등), 정봉주가 의혹제기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다는 원심판결의 판단을 그대로 수긍한 것은 아쉬움이 강하게 든다.

법원의 판단을 이해해보려고, 다른 자료들은 참고하지 않고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나 증거만을 꼼꼼히 읽어보았지만, 여전히 이해도 납득도 가지 않는다. 과연 법원은 모두에게 공정하고,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기관인가. 법원의 중립성에 관하여 근본적인 의문이 드는 판결이다.  

김남희 변호사(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이 글은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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