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칼럼(pi) 2012-01-16   3464

[SNS애정남녀]북한을 조롱해도 국가보안법 위반?

“트위터가 북한의 유력한 선전선동 도구인 것을 몰랐나?”

[SNS 애정남녀] 북한을 조롱해도 국보법 위반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는 26세 박정근 씨는 트위터를 부지런히 이용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저런 얘기들을 올리는 박 씨는 북한 선전물에 자기 사진과 위스키병을 합성한 패러디 포스터를 올리고, 북한 트위터 계정인 ‘우리민족끼리’ 트위터 몇 개를 리트윗 했습니다.

 

그러던 지난해 9월, 아침 양복을 입은 8명의 사람이 박 씨의 사진관을 찾아옵니다. 국정원에서 나온 그들은 ‘우리민족끼리’ 트위터를 리트윗하는 것을 “취득 및 반포 행위”라고 보고 “때때로 멘션을 보내기도 하여 이들과 접촉 및 통신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또 박 씨가 사용한 “트위터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4명만 팔로해도 엄청난 파급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유력한 선동매체도구”라며 압수수색 영장을 들이밀었습니다.

 

10시간이 넘는 압수수색 과정에서 국정원은 박 씨의 하드디스크와 휴대전화기 메모리를 복사하고, 서울대 조국 교수의 책 <진보집권플랜>, 통일부 도서관에서 빌린 책 <사회주의문화건설>, 친구가 보낸 인공기가 그려진 카드, 사회당 입당원서 등을 수거해 갔습니다.

 

그리고 박 씨는 국정원에 5번이나 소환돼 심문을 받습니다. 국정원은 박 씨 트윗을 출력해서 “왜 트위터에 북한 노래 웹주소를 올렸나?”, “트위터가 북한의 유력한 선전선동 도구인 것을 몰랐나?”, “이 글은 어떤 취지로 올린 거냐?”라며 수십 번 반복해서 질문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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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씨는 미소짓는 북한 군인의 얼굴을 시무룩하게 아래를 보는 표정의 캐리커쳐로, 군인의 무기는 위스키 병으로 바꿨다. ⓒ박정근 트위터 

하지만 그의 트위터를 보면, 북한을 찬양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가 올린 포스터를 볼까요? 총 대신 위스키를 든 북한 병사를 그린 것인데요, 김정일을 찬양하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김정일을 모독했다고 할 겁니다. 한 마디로 ‘희화화’한 것이죠.

 

이후 박 씨는 스트레스와 불면증으로 약을 먹어야 했지만, 자신의 트위터에 “잘 들어라. 김정일 만세!”와 같은 글을 올리며 오히려 검찰을 조롱했습니다. 개인 공간인 트위터에, 그것도 내용을 리트윗(Retweet, 그대로 전달)한 것만으로 국정원 조사를 받은 것에 대한 일종의 항의 표시였습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박 씨는 국가보안법 황당 사례로 미국 방송 NPR과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뭐, 유명해졌다고요? 유명해진 게 아니라, 해외토픽감이 된 것이죠.

 

그런데 황당한 일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지난 10일 수원지방검찰청은 ‘국가보안법 찬양·고무죄’로 구속영장을 청구, 박 씨는 11일 구속돼 현재 수원 남부경찰서에서 수감 중입니다.

북한을 패러디하고 조롱한 게 구속 사유라니,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요? SNS에서 어떤 말을 하면 국가보안법 위반이고, 어떤 말을 하면 괜찮은가요? 알려주세요!! SNS 애정남녀!

 

● SNS 애정女, 김남희 변호사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찬양·고무죄의 조문을 보면 이렇습니다.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 고무, 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 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럼 과연 어떤 것이 국가보안법에 위반되는 찬양고무 행위일까요?

 

법조문을 보면 찬양고무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정도로 조직적이고 목적의식이 뚜렷한 행위여야 하고, 또 북한(대법원은 북한이 반국가단체라는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의 활동을 찬양하고, 고무하고, 선전하고, 동조하는 행위여야겠죠.

 

그런데 실제 국가보안법은 그렇게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지 않습니다. 이 사례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지만, 북한을 희화화하는 짧은 글이나 패러디 포스터를 트위터에 올린 것도, 북한에 관련된 글을 올린 인터넷 카페에 가입하거나 카페의 글을 공유하는 것도, 국가보안법의 적용대상이 될 수 있고, 국정원의 수사를 받을 수 있고, 심지어는 박정근 씨처럼 구속까지(!!) 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 관련 사이트에 가입한 많은 사람들이 국가보안법으로 수사를 받았고, DMZ 주변의 사진을 찍어서 평화를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하던 사진작가 이시우 씨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사례도 있고(4년여의 법정투쟁 끝에 무죄확정판결을 받았지만요), 통일부나 도서관에서도 구할 수 있는 북한 책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유죄판결을 받은 사례도 있거든요.

 

한 마디로, 우리나라에서는 “북한”에 대한 글은 인터넷에 일절 올리지 않는 것이 안전하고요, “북한”에서 만들어진 물건을 웬만하면 갖고 있지 않는 것이 안전하고, “북한”과 관련된 사이트나 카페는 가입하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북한”에 대해서 비꼬는 글이나 패러디하는 것도 좀 참아주세요. 너무 우스꽝스럽고 바보 같은 조언을 드리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지만, 어쩌겠습니까. 지금 우리 현실이 그렇잖아요. 하여간 모두 조심, 또 조심하세요.

 

이 글을 읽고, 트위터에 올린다고 국정원에서 수사를 하는 것은 아니겠죠? 아, 저도 조심해야겠어요.

 

● SNS 애정男, 장유식 변호사

 

이런, 이런!! 또 국보법이군요. 국가보안법(國家保安法).

 

국가를 보호하고 안전하게 한다는 법이지만, 글쎄요… 명칭과 실질이 가장 모순되는 법률이 아닌가 싶네요.

 

시대적 추세는 인터넷을 통한 선거운동을 상시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선관위도 그렇게 얘기합니다. 즉, 그 어느 때보다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지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분단된 한반도에서 국가보안법은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절대적 존재로 남아 있는 듯합니다.

 

물론, 결과는 자명해 보입니다. 박정근 씨는 사회당 당원으로서 평소 북한의 세습체제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던 인물로 알려졌습니다. 속마음이야 어쩔지 잘 모르지요. 왜냐면, 그건 그 누구도 개입할 문제가 아니니까요. 북한을 조롱하고 비판적으로 패러디한 것이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가 될 리도 없습니다.

 

그런데 공안당국에게는 그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권력은 그저 과정을 즐기고자 합니다. 그들은 리트윗이 뭔지도 잘 모르는 듯하지만, 어쨌든 북한에서 발표한 말과 글을 그대로 옮기는 것 자체가 찬양고무라고 느끼는 듯합니다. 온라인에서 북한의 그 무엇인가가 돌아다니는 것을 그들은 도저히 참기가 어렵습니다.

 

박정근 씨가 얘기했습니다. “옜다, 떡밥이다. 물어라!” 그래서 물었습니다. 스물여섯 청년의 결기에 편승해 그를 구속시켰습니다. 박정근 씨가 “그냥 장난이다”라고 얘기했지만, 그 장난조차도 용납하기 어려웠나 봅니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는 4명만 팔로해도 엄청난 파급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유력한 선동매체”라고 하면서 가감 없이 두려움을 표시하기도 합니다.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하면서 “재범의 위험성”을 얘기했다는데요. 원래 재범의 위험성은 영장발부의 요건이 아닙니다. 주로 상습범에 대한 보안처분인 보호감호, 치료감호를 결정할 때 적용되는 요건이지요.

 

그런데 왜 영장발부 요건으로 언급되었을까요? 자꾸 그러면 재미없다는 경고인가요? 어쨌든 저도 법조인인데, 법이 이렇게 제멋대로 해석되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래서 <뉴욕타임스>가 얘기했네요. “한국의 국가보안법은 풍자 예술가도 빠져나갈 수 없는 그물”이라고요.

지금 중요한 것은 박정근 씨를 응원하는 일입니다. 의도와 상관없이 그는 결과적으로 어려운 싸움의 선봉이 되었으니까요. 박정근 씨가 발끈했던 것처럼, ‘알 권리’, ‘표현의 자유’를 짓밟는 현실은 우리도 참을 수 없겠지요? 그렇다면, 선봉에 선 박정근 씨를 응원하고, 우리도 함께합시다. 그게 상식입니다. 그리고 끝내는 상식이 승리합니다.

 

[SNS 애정남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뉴미디어 심의팀이 지난해 12월 7일부터 본격적인 SNS 심의에 나섰다. 기존법으로 SNS를 심의할 뚜렷한 기준은 없지만, 현재 SNS 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란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SNS 애정남녀, 장유식과 김남희’가 법 중의 최고법인 ‘헌법‘과 ‘선거법’ 그리고 ‘정보통신망법’ 등에 따라 애매한 SNS 심의 및 규제를 깨알같이 분석, 표현의 자유를 사수하기 위해 도원결의(桃園結義)를 했다.

“우리 사회는 현재 두 가지 상반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하나는 종합편성 채널이고 하나는 1인 미디어인데, 종편은 자본에 종속된 형태이고 1인 미디어(SNS)는 개인이 바로 언론이 되는 것”이라며 두 매체의 불꽃 튀는 전쟁을 예고한 꽃미남 변호사, 장유식. 그는 “‘1인 미디어의 승리’를 위해 훈수를 둘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이들과의 교류를 통해 생각을 나누고,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 SNS는 점점 개인화, 파편화되는 고속사회 속에서 연결을 통해서 인간다움을 유지하려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이 사진을 SNS에 올리는 것이 취미인 참여연대 새내기 변호사, 김남희. 그녀는 “SNS는 인간적인 끈이다. 이를 낱낱이 파헤쳐 내용을 해부하고 사회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라고 항변했다.

★ <프레시안>과 참여연대 시민감시팀은 SNS 단속 사례별, 친절한 설명과 대응 방안을 여러분과 함께 고민하려 합니다. 궁금한 점은 참여연대 유권자자유네트워크 법률지원단 트위터 @youjanet 또는 <프레시안> sns@pressian.com으로 보내주세요.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 부탁합니다.

[SNS 애정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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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2. “‘각하’해야 마땅한 김제동 고발, 검찰이 밀어붙이는 이유는?”
사례3. “머쓱해진 ‘인터넷 계엄령’…북한은 그냥 화젯거리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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