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신문] 한미FTA 졸속추진반대냐, FTA 반대냐 [2006-04-27]

한미FTA졸속추진반대냐, FTA반대냐
시민단체·FTA범국본 미묘한 시각차…참여사회연구소 토론회 논란
정치 등 각분야 영향분석및 시민사회 대응방안 강구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한미 FTA가 체결돼 발효가 된다면 한국은 정부가 말한 대로 통상적인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을까. 정부의 주장처럼 한국경제가 또다시 발돋움 할 수 있는 계기로 한미 FTA가 될 수 있을까. 시민사회 활동가들은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말한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6일 오후 서울 세종로 환경재단 레이첼카슨 룸에서 ‘한미 FTA 왜 문제이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시민사회단체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치, 국제관계, 경제, 보건의료, 교육, 환경, 미디어 등의 분야에서 활동하는 시민운동가들이 참석해 한미 FTA가 각 분야에 미칠 결과에 대해 짚어보고 향후 활동 방안을 논하는 자리였다.

이 날 토론회에는 최태욱 한림대국제대학원 교수(정치분야)의 발제를 바탕으로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한림대 경제학과 교수, 금융서비스분야), 이상윤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보건의료분야), 임지애 환경운동연합 기획부장(환경분야), 김정명신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대표(교육분야),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미디어분야)이 참석했다.

참여정부의 동아시아지역주의는 어디로?

기조발제를 맡은 최태욱 교수는 한미 FTA의 성격을 ‘경제소국과 경제대국이 맺는 높은 수준의 포괄적 FTA’라 규정했다. 그는 “우리 사회 구조를 볼 때 심각한 사회혼란이 생길 것은 명약관화”라며 “경제교과서에 나오는 대국과 소국의 경제 통합시 나오는 부작용 그대로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교수는 한미 FTA가 주는 문제의 핵심은 ‘사회 양극화의 심화’일 것 이라며 “정부의 국내 협상력이 전무한 상태에서 FTA를 추진하는 것은 노동자, 농민 등 사회적 약자들의 격렬한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한미 FTA로 인한 피해예상집단에 대한 지원이 전무한 상황이다. OECD 국가들 중 복지수준이 맨 밑바닥이라는 것을 지적하지 않더라도 FTA 피해를 지지할 수 있는 보상체계는 마련돼 있지 않다. 가장 신자유주의적 경제제도를 가진 미국조차 1962년에 무역조정지원법을 제정해 시장개방으로 피해를 입은 경제주체들에게 살 길을 마련해주고 있다.

또한 그는 “한미 FTA가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동아시아 지역주의에 기초한 외교노선과도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미 FTA 추진은 전략적 유연성과 더불어 중국에게는 한-미-일 3각동맹의 강화라는 의미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최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정부가 동아시아 지역주의 강화 전략이 아닌 한미일 공조체계 강화로 외교노선을 수정했다면 좋은 전략”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이는 모순되는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최교수는 “정부는 한미FTA 추진이 한국경제를 미국식 경제체제로 이행하는 것을 의미하는지 대답해야 한다”며 “정말 큰 그림을 정하고 한미 FTA를 추진하겠다는 것인지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김상조 교수는 금융서비스 개방과 관련해 한미 FTA의 심각성을 알려냈다. 김 교수는 “서비스업은 다른 산업의 생산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중간재적 성격을 갖는 산업”이라며 “이 조차도 한국은 미국의 서비스업에 열위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낙후된 서비스업을 발전시키는 전략이 한미 FTA 추진인가”라며 “한국 서비스업의 특성상 한미 FTA가 불러올 구조조정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서비스 종사업체는 극소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자료 어는 것을 봐도 한국 서비스업의 특성에 기반해 고민한 전략이 없다”며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노력할 거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정부의 태도에 회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서비스업 개방과 관련해 줄곧 근거로 제기하는 ‘월마트의 실패’는 국내유통산업을 성공시켰지만 그 이면에는 재래시장의 몰락이 있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일반적으로 믿고 있는 금융서비스 시장 개방에 대해서 문제는 개방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고 개방의 대상과 수준에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이미 외국의 금융서비스가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이라며 “론스타 사태를 우려하듯 개방이후 더 많은 자본이 들어오는 것이 문제인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교수에 따르면 한미 FTA로 인해 국경간 거래(국내에서 해외에 있는 금융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것)와 해외소비(한국인이 외국에서 자유롭게 소비할 수 있게 하는 것)가 자유화 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이는 신금융서비스라는 한국에는 없는 외국 금융서비스까지 도입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한국의 금융제도는 아무런 규제감독 장치를 마련하지 못하고 급변할 수밖에 없다.

김교수는 바로 급변하는 제도 속에서 도태되는 한국의 금융기관과 금융감독기관의 몫을 고스란히 외국자본이 차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주목했다. 그는 “한미 FTA 협상과정을 늦춰야 하는 이유는 외국자본이 추가로 더 들어오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의 대응능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국내 경제질서가 급변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미FTA에 대한 대응능력 부재가 더 큰 문제 야기

이상윤 정책위원은 보건의료체계의 변화를 염려했다. 특히 병원의 영리법인화와 외국민간보험의 도입을 가장 큰 문제로 봤다. 이 정책위원은 “병원에 투자해 돈을 벌겠다는 것이 정부의 인식”이라며 “영리화 결과 고용창출에 기여하는 산업이 될 수 있을지 조차 의문이며 기본적으로 병원은 공적 서비스로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미 FTA가 체결되면 필연적으로 보건의료 규제가 풀릴 수밖에 없다”며 “규제가 풀리면 현재로서 추진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민간의료보험 상품도 도입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병원을 가지고 돈 버는 나라는 전세계에 미국밖에 없다”며 “미국형 민간의보제도로 갈 것인지 유럽식의 사회보장제도로 갈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지애 환경운동연합 기획부장은 한미 FTA가 가져올 화경오염, 생태계파괴 등에 대해서 우려를 나타냈다. 임 기획부장은 “광우, GMO 식품 등 미국산 식품의 안정성은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상태”라며 “미국은 이미 유럽의 GMO 식품 표시제도 WTO에 제소한 바가 있어 자칫 우리 정부에 의해 안전하지 못한 식품을 제공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미 FTA로 몰락할 수밖에 없는 농업의 중요성을 제기하며 “단순히 환경적 가치만으로도 농업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에서 넘어온 유기농 농산물을 안전하다고 그 누가 먹을 것인가”라며 “농업의 홍수방지역할, 생태계보호, 지하수 정화작용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기획부장은 “일정정도 이상의 사업에 대해서는 환경영향 평가를 실시한다”며 “사전에 FTA의 영향에 대한 검토를 하고 손익계산서를 정확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속가능사회를 말하는데 세계화를 하려면 인간적인 세계화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발언을 마쳤다.

김정명신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대표는 5.31지방선거로 인한 교육 난개발 문제, 자발적 자율화 문제, 학교의 영리법인화 문제 등을 ‘교육의 3중고’로 규정했다. 김정 대표는 “5.31 지방선거에서 교육문제를 거론하지 않고서는 자치단체장이 되기는 힘들 지경”이라며 “이미 특구법에 영향을 받고 있는 지역에서는 각종 교육기관들이 난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자발적 자율화 조치를 통해 차근차근 교육개방으로 방향을 이동하고 있다”며 “정부의 이중적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학교를 영리법인화 한다면 학생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며 “시민사회단체가 운동을 하고는 있지만 보통사람들은 우리아이들만은 각개 약진을 통해 기득권에 편입시키면 된다는 심정으로 외국의 교육서비스를 바라고 있는 것도 현실”이라고 밝혔다.

김정 대표는 “현재까지 FTA와 관련한 교육분야 쟁점이 알려진 것도 없고 교육부 관계자들도 FTA에서 교육분야는 다루지 않는다고 하고 있다”며 “단지 예측만 할 뿐이지만 교육개방이 되면 교육비의 사적부담이 가중될 것은 뻔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 미디어 시장 대미종속에 빠질 수도

양문석 언개련 정책위원은 한미 FTA가 체결돼 발효되면 필연적으로 한국광고공사 해체, 편성쿼터제 철폐, 외국인 소유지분 참여 및 확대가 현실화 될 것을 우려했다. 양 위원은 “한국광고공사는 어느 정도 공공적 성격을 가지고 있어 지역방송과 EBS 등의 공영방송을 보호하고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광고공사가 해체되면 이들 지역방송뿐만 아니라 인쇄매체의 광고시장까지 침탈당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상파 방송사가 광고직거래로 들어가면 저널리즘이 정치, 자본권력에 종속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대미종속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양 위원에 따르면 외국인에 대한 소유지분을 확대하면 필연적으로 다공영방송 체제인 한국 방송시장은 다민영방송 체제가 될 수밖에 없으며 이것은 방송의 하향평준화를 의미한다. 그는 “방송의 소유지분 제한이 철폐되면 여론 형성의 중요한 축이 무너지게 된다”며 “여론장악의 흐름들은 재벌이나 신문재벌의 뜻대로 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응방향에 대한 의견 제시도 적극적이었다. 최태욱 교수는 “한미 FTA를 지금에 와서 결렬시킨다는 것은 외교적으로도 무리수”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최장기화 전략 즉 지연전략”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일 FTA도 5년이 넘어 6차회담때부터 결렬상태로 지금도 그대로”라며 “미국과의 FTA에서도 우리의 마지노선을 정해 낮은 수준의 FTA를 수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의 조약 체결에 관한 동의권을 인정하는 통상절차법을 개정해 정부가 한미 FTA 논의를 독점화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며 “한미 FTA를 지연시키면서 국내 대책을 마련하는 활동을 펼쳐야 한다”고 전했다. 최 교수는 “FTA 일반과 한미 FTA는 차별화해야 한다”며 “낮은 수준의 FTA라면 세계화, FTA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우리가 반대하는 것은 지금 한미 FTA를 졸속적으로 처리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이라고 밝혔다.

김상조 교수도 “100% 지지한다”며 “단순히 반미와 연결시켜 한미 FTA를 반대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FTA한다고 해서 우리 경제정책을 미국이 결정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내의 이해관계에 따라 내재화돼 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의 이같은 발언은 한미 FTA 저지 범국본의 입장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범국본은 이미 여러차례 밝힌 대로 FTA 자체에 대한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범국본, FTA에 대한 시각차도 존재

이원재 범국본 공동상황실장(문화연대 공동사무처장)은 이에 대해 “한미 FTA와 FTA 일반에 대해서 선을 긋고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FTA자체와 세계화 사이에 입장을 정해야 한다”며 “과연 시민사회안에서 FTA가 한미 FTA가 아닐 경우에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실장에 의견에 대해 최태욱 교수는 “FTA자체가 신자유주의적 도구라는 것은 옳은 얘기”라며 “하지만 모든 FTA자체가 신자유주의적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강요하는 FTA가 아니라 낮은 수준의 FTA를 고안해 내야 한다”며 “FTA는 정형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할 때 한미 FTA는 세계화와도 차별되는 아주 특별한 문제”라고 말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화, 신자유주의가 아니라면 FTA에 대해서는 일정정도 호의적인 입장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대중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이 적극 강구돼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양문석 위원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여론을 주도해나갈 수는 없게 됐다”며 “방송제작자나 인터넷 매체뿐만 아니라 보수 언론 조차도 일단은 FTA를 추진하는 현정부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힘의 균형을 잡아가는 시기”라고 평했다.

이상윤 위원과 김정명신 대표도 대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국민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의약품이나 광우병 같은 주제로 다가갈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임지애 기획부장 역시 “FTA 논의가 너무 큰 틀로만 가고 있다”며 “너무 어렵고 전문적인 얘기만 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언어로만 얘기해서 한미 FTA의 폐해에 대해 국민들이 절실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정명신 대표는 “시민사회단체는 우선적으로 자신들의 단체 회원들의 삶부터 변화시킬 노력이 필요하다”며 “어디까지는 막아야 하는지 등에 대해 자신의 범위에서 최대한 공유하고 활발하게 결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성호 기자 junpark77@ngo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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