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학계 ‘5·31 선거’ 평가…‘조용한 가족’ 민노당 ‘자화자찬’ 시민단체 [2006-06-17]

학계 ‘5·31 선거’ 평가…‘조용한 가족’ 민노당 ‘자화자찬’ 시민단체

박상훈 주간 “양대 정파, 결과에 침묵 공조 무기력” 쓴소리
김영태 교수 “마니페스토운동 오히려 정당정치 약화” 일침

5·31 지방선거에 대한 학계의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6월 말에 출간될 반년간 <시민과세계>가 이를 특집으로 다뤘다. 성공회대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연구소가 지난 14일 ‘한국 민주주의와 지방선거’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었다. 희망제작소는 이에 앞선 13일 비슷한 주제의 토론회를 열었다.
개혁에 실패한 참여정부 심판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눈에 띄는 분석이 등장했다. 지방선거 이후에도 ‘침묵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에 대한 비판과 정책선거를 주도했다며 자화자찬하고 있는 일부 시민운동 세력에 대한 비판이다.

박상훈 도서출판 후마니타스 주간이 민주노동당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박 주간은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서로 다른 이유에서 ‘야단법석’인 열린우리당 및 한나라당과 달리, 이상하리만치 조용한 민주노동당의 내부 정치에 주목했다. 성공회대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연구소가 주최한 관련 학술대회에서 그는 “민주노동당이 5·31 지방선거의 결과로부터 심리적으로 이탈하고자 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조직적 무기력이 첨예하게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이 지방선거 결과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지난해 10·26 울산 재보선 패배 이후 사태 책임을 둘러싼 공방 끝에 당 최고위원들이 사퇴했던 것과 뚜렷이 비교된다. 박 주간은 민주노동당 내부 양대 정파가 일종의 ‘침묵의 공모구조’를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10·26 재보선의 경우 자주파 후보의 패배에 대해 평등파 쪽이 책임을 물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선 평등파 후보가 전략지역에서 출마하고 자주파 지도부가 선거 전략을 주도했다. 이런 저간의 상황이 “객관적 패배인 이번 선거 결과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담론적 억압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박 주간이 주목하는 것은 정파구조 자체가 아니다. 정파를 중심으로 한 갈등과 토론의 계기 자체를 은폐하려는 비민주적 리더십의 문제를 비판했다. 그는 “지금의 관성대로라면 민주노동당 역시 운동권 엘리트들의 기득권 구조에 그칠 뿐”이라고 경고하면서 “민주적 책임성부터 복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이 너무 조용해서 문제라면, 마니페스토 운동 단체들은 자화자찬이 너무 심해서 문제다. 각 후보들의 정책을 계량화해 평가하는 ‘정책선거운동’을 표방했던 마니페스토 운동에 대해 김영태 목포대 교수가 일침을 놓았다. 반년간 <시민과 세계> 특집에서 김 교수는 이 운동이 결과적으로 정당정치를 약화시켰다고 비판했다.

마니페스토 운동은 정책 실현을 위한 재원과 로드맵을 평가해 유권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낙천낙선운동과 달리 이 운동에 대해 중앙선관위는 물론 주류 언론까지 대대적인 후원과 보도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김 교수는 “전문적 학자나 시민운동가가 주도한” 이 운동이 “정책제안에 내재한 가치”의 요소를 배제했다고 비판했다. 예컨대 지역 개발사업의 경우, 그 실현가능성과 별개로 생태주의 입장에서 전면 거부해야할 정책도 적지 않은데, 이런 요소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각 정당의 지향에 대한 고려없이 정당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인 존재인 것처럼 각 후보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드러났다. 김 교수는 “성공적이었다는 평가와 달리, 마니페스토 운동은 매우 많은 문제와 한계를 갖는 운동이었다”며 “단지 유권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차원이 아니라, (시대정신과 가치를 표현하는) 정당정치를 오히려 약화시켰다는 점에서 문제였다”고 비판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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