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연구소 칼럼(ip) 2011-08-02   6380

[칼럼] 희망 시국회의와 김진숙의 희망 토마토

겨울 지나 봄
봄 지나 여름
85호 크레인 고공
무정한 계절
세 번이나 바뀌었네

 

그러나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듯
절망은 희망을 꺾을 수 없네
이 거친 곳에도
희망은 피어나네

 

노동 형제 여러분,
대한민국 애국시민 여러분
여기에
희망 토마토가 열렸어요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자 <소금꽃나무>의 저자인 김진숙씨가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 올라 온 때는 작년 1월 6일이었다. 한 겨울이었다. 봄이 지나고 지금은 한 여름이 되었으니 그녀는 85 크레인 상공에서 세 번째 계절을 맞아 먹고 자고 싸우고 있는 셈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85호 크레인이란, 85톤의 중량을 들 수 있다는 뜻에서 ’85’라는 숫자가 붙었다고 한다. 지상으로부터 높이는 약 35m의 고공이다. 햇수로는 30년이 넘었단다. 김진숙이 생활하는 공간은 둘이는 눕기가 어려운 공간, 그래서 전기장판이 거의 반으로 접혀 있는 상태다.

김진숙이 사투를 벌리고 있는 85호 크레인은 지난 2003년에 김주익 씨가 고공 농성 129일 만에 목을 매 돌아간 곳이기도 하다. 김주익에 이어 또 다시 2주일 만에 곽재규 씨가 도크 바닥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그런 후에야 정리해고를 막아낼 수 있었지만 그 ‘불안한 평화’는 지속됐고 다시 회사 측은 정리 해고의 칼날을 빼들었다.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노사는 구조조정을 중단하는 것으로 서로 약속을 내 놓고 야만적인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그래서 김진숙은 그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며 농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측은 약속을 위반했을 뿐 더러, 김진숙 그리고 한진 중공업 노동자와 연대하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에서 달려 간 희망 버스 행렬을 막기 위해 용역깡패를 20억이나 주고 계약을 했다. 이 돈은 170명 해고된 노동자들의 연봉의 3분의1에 해당하는 거액이다. 그리고 한진중공업의 조남호 회장이란 사람은 국회 청문회에도 불응하며 해외 도피 행각 중에 있다.

 

김진숙의 85호 크레인 농성 200 일째를 맞아 영도 한진중공업 현장에서 “희망 시국회의 200″이 개최됐다. 예상한 것보다는 참석자 수가 많지는 않았고 시국회의 치고는 진행도 좀 어수선해 보였다. 그렇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큰 회의였다고 생각한다. 각계 각층의 사람들귀중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부당 정리해고를 철회해야 한다, 조남호 회장을 청문회에 세워야 한다는 발언은 물론, 조회장이 노동자와 함께 할수 있는 경영능력이 없으면 한진중공업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가장 중요한 이야기, 김진숙을 살려야 한다, 김진숙과 함께 지금 병중에 있는 이소선 여사, ‘두 여인’을 살려야 한다는 호소가 있었다. 시국선언문도 발표됐다. 회의 막바지에 김진숙 씨가 응답을 해 왔다. 특히 두 가지 말이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발언)준비를 많이 했는데 배가 고파서 못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1차 희망버스 때 , “지금까지 여러분들이 이 85호 크레인을 생각했다면 이제부터는 우리 조합원들을 기억해 주십시오. (…) 정리해고로 무너지고 용역깡패에게 짓밟힌 저 사람들을, 조남호가 버리고 언론이 버리고, 정치가 버린 저 사람들을 지켜 주십시오.”라고 웅변했던 때와는 좀 달랐다. 그런데도 그녀는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듯이 절망은 결코 희망을 꺾을 수 없습니다. (농성)100일이 되는 날 심었던 방울토마토를 오늘 수확했습니다. 이 거친 곳에서도 희망은 그렇게 피어납니다. 잘 지키고 잘 키워내겠습니다. 끝까지 함께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 거친 곳에서도 희망을, 생명, 평화 그리고 소통을 위한 희망을, 노동의 희망울,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는 복지국가 대한민국의 희망을 키워내고 있었다.

 

‘희망 시국회의 200’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요구하고 결의했다. 첫째, 한진중공업의 부당 해고는 철회되어야 하고, 사회 전역에서 남발되는 정리해고에 대한 대책마련을 위해 연대한다. 둘째,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 평화적 집회를 보장해야 하며, 한진중공업은 용역폭력을 중단해야 한다. 셋째, 한진중공업은 정리해고 문제에 대한 교섭에 즉각 나서야 하며 정부는 문제해결을 위한 중재에 나서야 한다. 동시에 해외로 도피한 한진 조남호 회장은 청문회에 나와야 한다. 그러면서 시국회의는 한나라당의 청문회 수용과 조남호 회장 출석을 명령하는 범국민 서명운동을 제안했다.

 

그런데 나는 한진 중공업 사태 그리고 김진숙의 목숨을 건 고공 농성과 관련하여 한 가지 문제에 대해 더 주의를 환기하고자 한다. 내가 주의를 환기하고자 하는 문제는 <희망 시국회의 200>에서도 관심이 부족했던 지점이다. 김진숙 씨는 농성 164일째 되는 날 영상과 육성으로 크레인 생활 공간을 공개한 ” 85호 크레인 생활” 속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한 바 있다. ( 김진숙위원의 85호크레인생활, http://plogtv.net/40)

 

“지금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의 본질은 사측이 이 공장(영도조선소)을 정리를 하고 필리핀 수빅조선소로 옮겨가려는 겁니다. 3년 동안 영도조선소는 수주가 한 척도 없었어요. 필리핀 수빅조선소에서는 63척을 받았습니다. 그것도 단협(단체협약) 위반입니다. 필리핀 공장을 건설을 할 때 노사가 합의를 했어요. ‘필리핀으로 수주를 일방적으로 받지 않는다.’ 그건 영도하고 같이 받는다는 얘기였지요. 그리고 그걸(필리핀 수빅조선소 건설) 빌미로 구조조정 하지 않는다는 걸 합의를 했어요. 그것조차 어겼습니다. 170명을 정리해고하고 그 명단을 발표한 다음날, 이른바 그 수주를 한 척도 못 받았던 무능한 경영진은 174억 원의 주식배당을 챙겨갔습니다. 제가 어떻게 내려 갈 수 있겠습니까? 여기서.”

 

위와 같은 김진숙의 발언은, 한진중공업 사태의 본질을 압축적으로 요약해주고 있는 말이다. 즉 이 사태가 일반적인 정리해고와는 성격이 상당히 다르며, 그 이상의 문제임을 말해주고 있다. 물론 김진숙이 말하고 있는 이런 정황에 대해 우리는 여러 정보들을 통해 대체로 알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김진숙의 육성 지적은 특별한 중요성을 갖고 있다. 한진 중공업 사태는 세계화 시대 한국의 대기업, 그것도 공기업을 불하받고( 한진중공업은 공기업인 대한조선공사를 불하받았다 ), 고환율 및 각종 규제 완화로 엄청한 특혜, 특권적 이익을 챙긴 재벌 기업이 노동자, 하청기업 등 이해당사자와 국민경제에 아무런 책임도 지지않고, 멋대로 해외 이전을 하며 노동자를 일반 상품처럼 잘라도 되느냐 하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다시 말해 세계화 시대 국경을 자유로이 나락들락하는 한국 재벌기업의 개혁 문제, 그 사회적 책임기업으로서의 개혁의 의제를 제기함과 동시에, 97년 IMF 체제 아래 완전히 고삐가 풀려 버린 국경에 대한 새로운 관리를 요구하는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한진 중공업 사태는 통상적인 정리해고문제 이상의 것이고 일개 기업문제 이상의 문제이며, 김진숙의 크레인 농성 또한 한 노동 투사의 농성 이상의 문제인 것이다. 한진 중공업의 문제는 곧 2008년 미국발 세계경제위기와 자본 세계화 위기 이후,그리고 ‘노동없는 민주주의’ 20년 이후 한국 자본주의의 민주적 새판을 짜는 문제, 민주적 참여 주체로서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는 보편복지국가 대한민국의 새 판을 짜는 문제이다.

 

나는 한진중공업 사태에서 보는 바와 같은 천민적이고 야만적인 기업주의 행태는 헌법 119조 2항의 경제 민주화 조항에도 위배된다고 생각한다. 잘 알다 시피, 헌법 119조 2항은 ”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라고 말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르자면, 한진중공업 회장 조남호씨는 부당한 정리해고를 취소하고,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추구해야 할 사회적 책임을 갖는다. 그리고 공정 사회- 만약 그 말이 무늬만의 허구가 아니라면- 를 새로운 국정 기조로 내세우고 있는 이명박 정부는 헌법 조항대로 마땅히 문제해결을 위한 “규제와 조정”- 중재가 아니라- 에 나서야 할 것이다. 당연히 정운찬씨가 맡고 있는 “동반성장위원회”도 한진 중공업 사태 해결과 노사간의 명실상부한 동반 성장을 위해 맡은 바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병천 강원대 교수, <시민과 세계> 공동편집인

 

* 이 글은 2011년 7월 26일,  프레시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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