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10.29이태원참사 2024-01-24   133

[편지] 무릎 망가지도록 159배를… “특별법, 공포해주십시오”

참사 발생 438일 만에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여당 요구를 반영한 수정안이었지만, 여당은 끝내 표결을 거부했습니다. 대통령실은 거부권 행사의 뜻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특별법 공포를 애타게 기다리는 유가족들이 대통령에게, 시민들에게, 하늘로 간 자녀에게 전하는 말을 몇 차례에 걸쳐 소개합니다. [기자말]

▲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국회 앞 도로에서 특별법 신속 통과 피켓팅을 하고 있다.
ⓒ 1029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글쓴이 : 안영선, 고등학생 희생자 김동규의 엄마

친구 같은 아들 동규를 참사로 잃었다. 동규 할머니가 “동규를 위해서 뭐라도 할 수 있을 때 해라. 그래야 후회도 없다”고 한 말에 힘을 얻어 유가족협의회 활동을 시작했다. 동규가 그 날 돌아오지 못한 이유를 알기 위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유가족들 활동에 빠지지 않으려고 한다.

사랑하는 우리 애기 동규야! 너무 보고싶고 애달파서 이제는 이름을 부르기조차 엄마는 힘이 드네. 하루 아침에 네가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게 엄마에게는 지옥이 따로 없는것 같아.

언제나 다정하고 애교쟁이였던 엄마에게 친구같던 아들 동규야, 처음 너를 보내고 ‘1년이 지나도 아무것도 변하는 게 없을까봐 겁이 난다’고 했던 엄마 말이 현실이 되던 너의 1주기에 참 많이도 울었던 기억이 난다.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일도 많다며 열심히 지내던 너는 그곳에서도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

동규야! 몇 주 후면 너의 고등학교 졸업식이 있어. 예쁜 꽃 사서 우리 동규 졸업식 축하해 주러 갈께. 그날 엄마가 좀 많이 울어도 동규가 엄마 좀 봐주라. 엄마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자주 말했었는데 그 약속 지키지 못하고 있어서 미안해.

엄마 소원은 따뜻했던 우리 동규를 한 번 만 더 안아보고 싶다. 그리고 말해주고 싶어. 엄마 아들로 와줘서 고맙다고, 그리고 많이 행복했다고.

사랑한다. 우리동이, 엄마아들 동규야.


▲ 국회의사당 역 앞을 지나는 시민들을 향해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에 관심을 호소하는 피켓팅을 하고 있다.
ⓒ 10.29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글쓴이 : 진창희, 희생자 진세은의 고모

세은이는 친척들 사이에서 웃음을 선사하는 존재였다. 집안의 긍정에너지 세은이를 잃고 힘든 시간을 보내는 세은 엄마아빠에게 힘이 되고자 유가족협의회 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연대하는 시민으로 활동했지만 이렇게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은 채 또 다른 이태원 참사의 당사자가 될 줄 몰랐다. 이번만큼은 달라야한다는 마음으로 대전과 서울을 오가며 진상규명 촉구 활동을 하고 있다.

스물두 살 대학생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친구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8년 만에 맞이한 화이트크리스마스를 우리 아이가 얼마나 기뻐했을까요? 친구들과 재미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동분서주 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남자 친구도 생겨서 더더욱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가까운 사람이 주는 상처에 눈물 짓다가 툭툭 털고 일어섰을지도 모릅니다.

그냥 그렇게 아이가 성장하고 나이 드는 모습을 지켜보며 힘이 되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이를 잃고 추억도 잃고 눈이 쌓인 여의도 벚꽃길 위에서 오체투지를 하고 무릎이 망가지도록 159배를 하였습니다. 눈바닥 위를 온 몸으로 엎어지듯이 버틴 지난 일년이었습니다.

우리의 머리 위에도 저 얼어버린 벚나무가 꽃을 피울까요? 잃어버린 아이와의 환하고 빛나던 추억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것입니다. 억울하고 원통하지만 이 모든 현실을 받아들이기 전에 제대로 된 조사 한 번 해봐야겠습니다. 무엇 때문에 서울 거리 한복판에서 159명이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 알아야겠습니다. 독립적인 조사기구를 꾸려 처음부터 차근차근 들여다 봐야겠습니다.

▲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눈 덮힌 국회 둘레길을 오체투지 하며 행진하고 있다.
ⓒ 10.29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지난해 국정조사에서 재난 참사전문가들이 가장 강조한 부분은 피해자 중심으로 진상규명을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태원 특별법은 지난 1년 동안 행안위와 법사위를 통과하고 국회의장의 중재안과 야당 수정안을 받아들이면서 매우 후퇴한 법안이 되었습니다. 피해자 중심의 진상규명 운동에 단 한 발자국의 진전도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양보에 양보를 거듭해야했던 이유는 오로지 조사기구의 출범이 절실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우리에게 용기를 주고 힘이 되어준 세월호 유가족들과 재난 참사 유가족들께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때문에 그 어느 법안보다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이태원 특별법을 대통령이 거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즉각 공포하여 주십시오!!!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공포를 촉구하는 유가족들의 편지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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