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10.29이태원참사 2024-01-24   140

[편지] 대통령님, 설마 이것까지 거부하실 겁니까

참사 발생 438일 만에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여당 요구를 반영한 수정안이었지만, 여당은 끝내 표결을 거부했습니다. 대통령실은 거부권 행사의 뜻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특별법 공포를 애타게 기다리는 유가족들이 대통령에게, 시민들에게, 하늘로 간 자녀에게 전하는 말을 몇 차례에 걸쳐 소개합니다. [기자말]

▲ 국민의힘이 이태원참사 특별법 거부권 행사 건의를 결정한 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진상규명 필요성에 대해 김의진 어머니 임현주 님이 발언하고 있다.
ⓒ 10.29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글쓴이 임현주, 희생자 김의진의 엄마

아들은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고 들른 이태원에서 인파에 흽쓸려 돌아오지 못했다. 언제나 살가운 맏아들이었다. 아낌없이 사랑을 줄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루아침에 아들을 잃고 분명 무언가 잘못 되었다고 생각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게 국가의 역할인데 그날의 진실과 책임을 묻지 않으면 이런 일은 반복된다고 생각해, 유가족협의회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사랑하는 너를 가슴에 묻은 지 446일!

사랑하는 나의 아들, 나의 천사, 보배로운 사랑아!
너의 삶이 얼마나 따뜻하고, 성실하고, 보배롭고, 아름다웠는지를 엄마는 알고있지!
네가 삶을 간절히 사랑하고 소중하게 가꾸었으며, 가족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누구보다 자존심 강하고, 존중받기를 원했고, 멋지고 찬란한 미래를 계획했는지 알고 있단다!

이처럼 아름답게 빛나던 보배로운 159명 청년들이 천하보다 귀한 생명을 잃고, 이제는 더이상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지옥같은 446일의 시간이 흘렀다니 세상이 미치지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비극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이냐!

159개 별들은 책임감 있고, 성실하게 그들의 역할을 감당하며, 삶을 열정적으로 살았던 이땅의 건강한 청년들이었더구나! 그러나 착하고 아름답고 성실하게 살았으니,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거라고 믿었고, 그들의 행복과 사랑이, 영원히 지켜질거라는 믿음이 한순간에 무너지다니! 어떻게 아까운 나이에 아무 잘못도 없이 존귀한 삶을 강제로 종료당할 수 있다는 말이냐!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은 이 땅의 보배로운 청년들의 인권과 자유가 존중받지 못한 비극적인 사회적인 참사로 대한민국 국치의 날이 되어버렸구나! 5.5평 좁은 공간에 159명 청춘이 출구없는 길위에 갇혀서 그대로 서서 압사를 당하다니!

몸이 마치 사방에서 눌려서 터지는 듯한 고통과, 점점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와 살려달라는 간절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구조도 받지 못한 채 고독하게 억울한 희생양이 되었다는 게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현실이란다!

그곳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줄 국가는 없었으며, 이땅의 청년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자유는 철저히 무시되고 방치되고 유린되었다!

13만 인파를 예상하고도 해마다 배치되었던 기동대는 배치되지 않았고, 마약수사에 집중하는 등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국가와 행정기관은 예방, 대비, 대응, 구조, 수습 모든 영역에 있어서 무능하고 무책임했더구나!

하물며 참사 446일이 되어가는 오늘까지도 뚜렷한 참사의 개요, 원인, 책임, 대안 등을 제시하지 못한 채, 무시와 외면으로 피해자들을 더욱 분노, 절규하게 하고 있다니!

참사의 진상이 합리적으로 규명되고, 책임의 소재가 명확하게 밝혀지고, 거기에 대응하는 처벌이 이루어져야 재난참사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것인데, 그 안전관리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는 한 우리는 여전히 위험을 안고 산다는 것이지!

참사의 본질이 무엇이냐! 너희들이 전쟁터에 나간 것이 아니고 친구, 가족, 연인과 행복한 추억을 만들고자 갔던 그곳이 아비규환의 현장이 되었다니 기가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인파밀집 관리를 책임져야 할 행정이 마비되었고, 컨트롤타워가 부재했고, 시스템이 붕괴된 것이 분명한데, 왜 사과하는자, 책임을 지는자가 아무도 없는 것인지! 무능, 무지, 무책임으로도 부족해서 양심없고 잔인한 책임자의 민낯 앞에 우리 희생자와 가족들은 얼마나 더 참아야한단 말이냐!

159명의 별들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치가 얼마나 존귀하고 보배로운지 알지 못하는 그대들이여! 도대체 우리가 얼마나 참으며 분노를 삭혀야 하는가!

사랑하는 내 아들 김의진의 삶이 어떻게 강제종료되었는지 어느 누구도 설명해준 자가 없는데, 진실규명이 끝났다고 말하는 정치인에게 묻고 싶습니다.

이름에 합당한 정의와 진리의 삶을 살고자 무한노력했던 내 아들에게 굴욕감을 주고, 억울한 희생으로 찬란한 그의 미래를 무참히 짓밟은 불의의 세력 앞에 분명히 밝히고 싶은 명제가 있습니다. ‘정의는 반드시 승리하며, 진리는 반드시 드러나고, 진실은 절대로 숨길수 없다’는 만민이 아는 진리입니다!

억울한 참사의 합리적 진상을 분명히 밝혀야하지 않겠습니까! 행복한 결혼을 앞두었던 7쌍의 삶이 산산조각 나고, 사랑하는 연인을 눈 앞에서 잃고, 부모의 30주년 결혼기념여행을 예정했던 ‘해피트리’ 가족의 행복이 꺾이고, 존경받는 아빠이며, 책임감있는 가장의 큰 꿈이 산산히 짓밟히는 등 이 처참한 비극 앞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책임자는 철저히 처벌받아야 합니다!

159개 별들의 성실과 열정을 다해 살아온 아름다운 삶의 흔적들은 반드시 온전하게 기록되고 기억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들을 소중한 그들의 아름다운 자리로 돌려놔야 하고 명예회복하도록 해야 합니다!

▲ 유가족들이 국민의힘 특별법 거부권 건의 결정 직후 용산대통령실 앞에서 삭발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10.29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공정과 상식을 말씀하신 대통령님!

책임있는 자에게 딱딱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말씀하신 님의 말씀처럼 이 정부의 경찰과 검찰이 그렇게 무능하지 않다는 증거를 보여주십시오.

‘특검을 거부하는 그 자가 범인이다!’라고 말씀하셨지요. 저희는 범인을 잡을 기회를 일단은 놓치거나 기회를 뒤로 미룬 것 같습니다.

‘특별조사위원회를 거부하는 자! 그 자가 책임자다!’라고 저는 감히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대통령님께서도 책임주의를 강조하셨으니, 설마 특조위까지 거부하시지는 않으실거라 믿습니다.

햇살처럼 밝은 사랑하는 아들과 마지막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헤어졌는데, 참사 15시간 만에 차가운 영안실에서 만났고, 등 떠밀리듯이 아들의 장례를 치르고도, 그 아들을 보낼 수 없어 찢어지는 가슴에 품고 통곡하고 오열하며 살아가는 부모의 슬픔과 고통을 공감하신다면, 그날의 진실규명, 책임자 처벌, 희생자의 명예회복을 위한 이태원 특별법을 반드시 공포하시어 이 땅에 정의를 바로 세워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159별들의 억울한 희생으로 인해 이땅에 무엇보다 생명과 안전의 가치를 존중하게 되고, 국가의 역할과 위정자들의 책임있는 행실을 견고히하는 초석이 되어야합니다. 이런 비극은 더이상 재발해서는 안 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하는 국가는 그 사명을 다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사랑하는 의진아! 의진이는 엄마와 여전히 사랑하며 호흡하며 부대끼며 엄마의 가슴속에서 영원히 존재하자꾸나! 사랑한다 내아들💌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공포를 촉구하는 유가족들의 편지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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