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10.29이태원참사 2024-01-24   1013

[편지] 이태원 특별법을 한 번만이라도 들여다 보십시오

참사 발생 438일 만에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여당 요구를 반영한 수정안이었지만, 여당은 끝내 표결을 거부했습니다. 대통령실은 거부권 행사의 뜻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특별법 공포를 애타게 기다리는 유가족들이 대통령에게, 시민들에게, 하늘로 간 자녀에게 전하는 말을 몇 차례에 걸쳐 소개합니다. [기자말]

▲ 체감기온 영하 20도의 날씨에도 유가족들은 정부에 이태원참사 특별법을 공포해달라고 촉구하며 밤새도록 15,900배를 올렸다.
ⓒ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글쓴이 : 이숙자, 희생자 강가희의 엄마

‘엄마 가슴 아픈 일은 절대로 안 한다’던 딸을 참사로 잃었다. 두 명의 절친도 함께였다. 참사 직후 기사에 달린 댓글에 놀라 뉴스를 보지 못했고, 서울광장에 분향소가 차려진 것도 참사 발생 6개월이 지나서야 알았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난생 처음 1인시위, 기자회견도 해가며 유가족협의회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하늘의 별이 된 강가희의 엄마입니다.

“엄마 나 다녀오께.”
“응 재미나게 놀다와.”

이 말이 딸과의 마지막 대화일 줄은 꿈에도 생각못했습니다. 친구들과 같이 간 이태원 핼러윈 축제.

그 나이 또래에 맞게 인생컷 추억쌓기를 즐기러 갔을뿐인데 어떻게 서울 한복판 거리에서 그 많은 159개 별들이 누구의 도움 하나 받지 못하고 생을 마감해야 했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날 국가는 존재하고 있었던 건지, 정부는 무얼하고 있었던 건지 답답합니다. 화가 납니다. 눈물이 납니다.

어느 부모가 자식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우리는 거리에서 목이 터져라 외치고, 또 외치는 것입니다. 단식을 하고 삭발을 해도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우리의 요구를 듣지도 않습니다. 대통령님도 이태원 특별법에 대한 거부권을 만지작 거리고 있습니다.

검사출신 대통령님!!!

이태원 특별법을 한 번만이라도 들여다 보십시요. 어디가 위헌적이고 어디가 악법입니까?

여당과 야당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앙보하고 또 양보했습니다. 특검요구권한을 포기하고 유가족의 조사위원 추천권도 포기했습니다. 그 어느때보다 중립적이고 중립적인 특별법입니다.

이것마저도 거부하신다면 우리는 확신할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대통령과 이 정부가 무엇인가 감추고 있다’,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이 이 정부에 있다’라고 말입니다. ‘특검을 거부한 자가 범인’이라던데, 특별법을 거부하는 자가 바로 범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할 마음이 있다면 하루속히 이태원 특별법을 즉각 공포해주시길 바랍니다.

글쓴이 : 이성환, 희생자 이상은의 아빠

참사로 하나 뿐인 딸을 잃었다. 그렇게 가고 싶어했던 회사에서 합격 통지가 도착했지만 이미 하늘의 별이 된 이후였다. 자기 인생 계획도 꼼꼼히 세우고 무엇이든 야무지게 해내던 딸이었다. 슬픔을 혼자 감당할 수 없어 유가족 모임에 나가기 시작하면서 유가족협의회 발족부터 함께 했다. 국회와 분향소를 매일 오가며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 활동에 지금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대통령님께 간곡히 호소 드립니다.

저희는 일상을 살다가 하루아침에 허망하게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 보내고 유가족이 된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저희는 10월 29일 그날의 진실을 알고 싶을 뿐입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열심히 살다가 숨 한번 쉬러 갔을뿐인데, 우리 아이가 왜 돌아오지 못했는지 알고 싶을 뿐입니다.

그날 이후 비통함에 슬픔을 부여 잡고 고통 속에 살고 있습니다. 오직 그날의 진실을 찾고 아이들의 명예를 회복하고자 하는 일념 하나로 하루하루를 버텨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날의 진실을 알기 전에는 우리 아이들을 보낼수가 없습니다. 시간을 돌이켜서 사랑하는 아이들을 다시 볼 수는 없겠지만, 살아남은 자의 소명으로 우리 아이들의 존엄을 증명해야만 합니다.

그 날 국가는 왜 없었는지 왜 국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지…
대통령님, ‘국민의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 챙기겠다’고 하셨습니다.
대통령님, ‘오직 국민만 믿고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고 하셨습니다.
대통령님,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 마지막까지 간절하게 믿고 싶습니다. 권력의 잣대가 아닌 인간의 양심으로 믿고 싶습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대한민국 모든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키 위한 법입니다. 유가족의 피와 눈물이자 안전한 사회에서 살고 싶은 온 국민의 요구입니다.

이태원참사 특별법을 거부하는 것은 미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습니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항상 그렇게 굴러 왔었음을 우리는 똑똑히 알고 있습니다.

“이태원 특별법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 주십시오.”
“이태원 특별법 즉각 공포해 주십시오.”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공포를 촉구하는 유가족들의 편지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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