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10.29이태원참사 2024-01-26   374

[편지] 윤석열 정부와 국힘은 뭐가 그리 두려우십니까

참사 발생 438일 만에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여당 요구를 반영한 수정안이었지만, 여당은 끝내 표결을 거부했습니다. 대통령실은 거부권 행사의 뜻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특별법 공포를 애타게 기다리는 유가족들이 대통령에게, 시민들에게, 하늘로 간 자녀에게 전하는 말을 몇 차례에 걸쳐 소개합니다. [기자말]

▲ 이태원 특별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하지 말 것을 촉구하기 위해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이 용산집무실 앞을 찾았다.
ⓒ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글쓴이 : 이애란, 희생자 조한나의 엄마

속 한 번 썩이지 않았던 착한 딸이자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였던 딸을 참사로 잃었다. ‘책임지지 않는 책임자들’의 모습에 의문이 분노로 변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고 해도 아이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풀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어, 분향소 지킴이도 하고 유가족협의회 활동으로 목소리를 내는 데에도 참여하고 있다.

2022년 10월 29일 소중한 딸을 잃은 조한나 엄마 이애란입니다.

벌써 딸을 못 본 지 1년이 지났습니다. 건강했던 딸을 내가 왜 보지도 만나지도 못하고 살아가야 할까요? 딸의 미래 인생을 보지도 못하고 남은 인생을 살아가야 할까요? 왜 그렇게 됐을까요?

아직도 의문투성이지만, 우리 유가족은 어떻게 해야 진실을 밝힐 수 있을지 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당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뭐가 그리 두려워서 눈앞에 진실이 밝혀지는 게 꺼려지십니까? 왜 밝혀지면 안 됩니까? 그렇게 두려우십니까?

만약 당신 자녀들이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참사를 당해서 못 보게 되어도 과연 이런 식으로 말하고 행동하실 겁니까? 당신들의 자녀가, 가족이 다음번 참사의 희생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국민이 우습게 생각되나요? 거부하면 그냥 시간을 질질 끌면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거 같은데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는 겁니다.

많이 참고 말을 순화해서 쓰느라 할 말을 다 쓰기 어렵네요.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랬다가는 당신들 자손대대로 벌 받을 겁니다.

악 소리조차 제대로 못내고 숨을 거둔 청춘들의 울부짖는 아우성 소리로 하늘과 땅이 흔들리고 있어요. 엄마, 아빠, 형제, 자매 유가족의 절규는 이 청춘들의 울부짖음입니다.

모든 국민이, 그리고 전세계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거부권, 진실 은폐를 방조하는 거부권이 가당키나 합니까?
참담하기 그지없고 개탄스럽습니다.

엄중히 경고합니다.
그 날의 진실을 밝히십시오. 특별법 거부권은 감히 생각조차 마십시오.
나의 사랑하는 딸을 제자리에 되돌려 놓으십시오. 내 딸의 억울함에, 이 어미의 억울함에 응답하십시오.

▲ 윤석열 정부에 특별법 즉각 공포를 촉구하는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글쓴이 : 최경아, 희생자 최보람의 고모

할머니의 끔찍한 사랑을 받았던 조카였다. 애도와 위로의 말보다 ‘이태원에 왜 갔느냐’ 희생자를 탓하는 말부터 꺼내는 사람들때문에 진상규명이 꼭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사 초기부터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대통령님 안녕하세요?

대통령님은 나라를 바로 세우고자 2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셨으리라 믿었습니다. 많은 고심이 있었지만 한때는 후보시절 여러가지 면에서 진심이 엿보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편찮으신 저희 어머님까지 모시고 가서 윤석열 후보님을 뽑았습니다.

하지만 정부 출범 6개월도 안 돼서 일어난 꽃다운 젊은 사람들 159명의 죽음을, 어떻게 이렇게 외면할 수 있습니까? 어떻게 우리 기성 세대들이 이 죽음을 이렇게나 외면할 수 있습니까?

저는 유가족으로서 이 나라의 대통령제가 잘못 됐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잘못 됐습니다. 제발 당신이 가진 권한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만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 이 나라에 미래가 있습니다.

참사만 아니었다면 각자의 위치에서 더욱 빛나고 아름다운 자기의 삶을 살아갔을 우리의 아이들입니다. 159명 희생자와 남겨진 그 유가족들의 간절함을 부디 외면하지 마시고, 거부권 행사를 멈추어 주십시오.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전무후무한 이 참사의 진실을 꼭 밝히게 해 주십시오. 진실규명을 통해 재발방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해 주시길 바랍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공포를 촉구하는 유가족들의 편지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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