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시민사회일반 2002-05-28   715

월드컵, 세계인의 축제에 가려진 어두운 진실

노동자·아동노동착취 월드컵 후원 초국적 기업 반대 캠페인 돌입

전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을 월드컵. 세계인의 축제의 장인 월드컵이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두운 진실이 숨겨져 있다. 축구공을 비롯하여 월드컵에서 사용될 스포츠용품중 대다수는 혹독한 환경에서 노동착취를 당하는 아이들과 성인노동자들에 의해 생산된다.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축구공을 생산하는 아이들이 공 한 개를 만들어 받는 임금은 우리돈으로 100∼150원 정도. 하루 12시간을 일하며 받는 임금이 2000원을 넘지 않는다. 작업환경 또한 열악해서 아이들은 수도없이 바늘에 찔리고, 시력이 나빠지기도 한다. 때문에 수년간 축구공을 만들어 온 아이들의 손은 곳곳에 굳은살이 박혀있다.

동남아시아에 진출해 있는 초국적 기업들의 제품을 생산하는 성인노동자들의 노동환경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 월드컵 공식 후원업체로 선정된 초국적 기업들은 이처럼 노동착취를 통해 생산된 스포츠 용품들을 세계곳곳에 비싼 가격으로 팔고있다.

▲ AMRC와 가톨릭노동사목전국협의회등 12개 시민단체들이 월드컵 후원 초국적 기업 반대 캠페인의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러한 초국적 기업들의 횡포를 막고, 월드컵의 페어플레이 정신을 노동현장에서도 되살리기 위한 캠페인이 시작되었다. AMRC(Asia Monitor Resource Center,홍콩), 가톨릭노동사목전국협의회, 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 다산인권센터, 새사회연대 등 12개단체가 주축이 되고 민주노총과 참여연대가 후원하는 ‘노동자·아동노동착취 월드컵 후원 초국적 기업반대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세계아동노동반대행진(Gloval March Against Child Labour) 등 해외단체들과 함께 초국적 기업의 노동착취를 반대하는 캠페인에 나섰다.

동남아 진출 한국기업들 횡포도 심각

‘노동자·아동노동착취 월드컵 후원 초국적 기업반대 캠페인’은 5월 27일부터 월드컵 개막식이 열리는 31일 까지 진행된다. 캠페인 첫날인 27일 10시 30분 공동행동은 영상미디어 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피파, 스포츠용품 생산기업, 월드컵 후원 초국적 기업, 해외 한국기업에 대한 요구를 내용으로 하는 성명서를 낭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캠페인 취지와 함께 초국적 기업의 횡포와 그에 신음하는 아동노동자들의 현실이 집중적으로 이야기되었다. 기자회견도중 보여준 영상에서는 열악한 노동환경속에서 혹독한 노동에 시달리는 아동노동자들의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 기자회견을 마친후 거리에서 월드컵 후원 초국적 기업과 해외진출 한국기업의 비인간적 행태를 알리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와 함께 동남아지역에 진출한 한국기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나서 한국인 기업주들의 비인간적인 행태를 고발했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기업에서 종사하는 임만(Iman Lahmana) 씨는 “한국인 기업주들은 예의가 없고, 사람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다. 현지노동자들을 때리고 욕하기도 한다”며 한국기업주들의 행위를 비난했고, 스리랑카에서온 페레라(Perera habarakadage) 씨는 “노동조합 설립은 가능하지만 탄압이 심해 제기능을 못하고, 일주일에 화장실에 갈 수 있는 시간을 정해놓는 등 화장실조차 마음대로 가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공동행동은 기자회견 말미에 영등포산업선교회 박진석 목사가 대표로 낭독한 성명서를 통해 “피파는 축구용품 생산에 아동노동을 사용하지 말 것을 관련기업에 강력히 요구하고 제재할 것, 월드컵 후원 초국적 기업은 노동자의 생활임금 보장과 노동자의 조직, 결사의 자유를 인정 할 것, 해외투자 한국기업은 해외 각국의 노동법을 준수하고, 한국정부는 해외진출 기업에 대해 인권교육을 실시, 감사하고 침해 발생시 해결을 위해 적극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초국적 기업 반대 거리캠페인 및 서명운동 벌여

▲ 축구공을 꿰메느라 손이 깊숙히 페이고 나무처럼 딱딱하게 굳어진 아동노동자의 손
기자회견에 이어 공동행동은 종로 YMCA 앞에서 초국적 기업을 반대하는 거리캠페인을 벌이고 서명을 받았다. 또한 ‘아동노동착취반대’라고 새겨진 티셔츠(1장 5000원)를 행인들에게 팔기도 했다.

거리에 나선 이들은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화려한 세계인의 축제의 장 월드컵의 이면에 있는 아동노동자와 현지노동자들의 현실을 알리고, 초국적 기업에 반대하는 캠페인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캠패인에서 마이크를 잡은 새사회연대 이지현 씨는 기자회견에서 보여진 영상을 떠올리며 눈물을 감추지 못한 채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그는 “아동들에게 실과 바늘대신에 교육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말하며 “페어플레이를 외치는 월드컵 정신이 노동현장에도 깃들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AMRC의 김애화 씨는 “아동노동문제는 성인노동문제와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며 “한국인들이 인권에 대한 뚜렷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자”라고 주문했다.

‘노동자·아동노동착취 월드컵 후원 초국적 기업반대 공동행동’은 이날 기자회견과 거리캠페인을 가진데 이어, 28일 오후 2시 영상미디어 센터에서 [“왜 월드컵이 문제인가?” – 초국적 기업 착취에 기댄 월드컵]이란 주제로 공개 토론회를 가진다. 또한 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수원과 서울, 구미지역 노동조합을 방문하는 ‘아시아 노동자 투어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인터뷰-인도네시아 한국계 스포츠 기업에서 근무하는 조코(Joko Heriyono) 씨

“임금 7만원에 12시간 노동, 이를 고발하기 위해 왔다”

▲ 외국 한국계 기업의 야만적 행태를 고발하기 위해 한국에 온 조코(Joko Heriyono)씨
– 근무하는 곳은?

인도네시아에서 NIKE를 하청받아 생산하는 도손(PT Doson)이라는 기업이다. 그 기업 노조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 한국계기업에서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다는데?

최저임금(58달러, 우리돈으로 약 7만원)을 지급하면서 하루 12시간 노동을 시키고 있다. 또한 노동자들을 군사적으로 대해 위압적이고 비인간적이다. 그리고 휴가나 휴식시간이 주어지지 않고 있다. 내가 일하는 공장의 경우 얼마 후 이전을 하게 되는데 노동자의 반 이상이 해고될 예정이다. 하지만 해고자에 대해 퇴직금 지급을 하지 않는 등 노동자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 노조위원장이라고 했는데 노조에서 처우개선을 요구하지 않는가?

노조가 있긴 하지만 고용주에게 제대로 요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어용노조로 설립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탄압이 심해 회사와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두려워 하고 있다.

– 탄압이라면?

해고다. 경우에 따라서 노조원들을 회유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해고시킨다. 해고가 두려운 것은 해고된 노동자의 경우 다른곳에 취업하기가 매우 힘들지만, 기업은 필요한 인력을 손쉽게 고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한국에 온 목적은?

한국기업들이 동남아에 진출해서 현지 노동자들을 얼마나 탄압하고 있는지 고발하기 위해 왔다. 한국인들이 그러한 해외기업에 대해 신경을 쓰고 그들이 노동법을 준수하도록 감시해 주길 바란다.

한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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