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시민사회일반 2003-05-05   672

속이 까맣게 타버린 농민들의 ‘아스팔트 농사’

한-칠 자유무역협정 비준반대, 4월 내내 거리농성

“이 바쁜 농번기에 왜 우리가 여기서 싸우고 있어야 합니까!”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합(이하 전농) 사무총장의 격정적 목소리가 여의도에 울려 퍼졌다. ‘근조농업’ 상여를 맨 50여 명의 농민들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비준 철회를 위한 24일간의 거리농성’를 마치는 정리집회 자리에서였다.

▲집회 후 ‘근조농업’ 상여를 태우고 있다.

지난 2월 15일 한국과 칠레 양국 정상간 정식 서명까지 마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 이하 FTA)은 국회비준만을 남긴 상태다. 3개 품목(쌀,사과,배)만을 남기고는 완전히 수입문호를 개방하는 한-칠FTA에 대한 농민들의 위기의식은 대단하다. 농업수출 세계3위인 칠레가 물량공세를 하게되면 우리 농업은 살아남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일본과 유럽만하더라도 칠레와의 협정에서 대다수의 농업품목을 예외로 두었을뿐 아니라, 미국은 98개 품목의 예외를 가졌다는 것. 유독 왜 한국만 스스로에게 불리한 협정을 맺으려고 하는지에 대해 농민들은 의문과 분노를 표시했다. 새 정부의 비준안이 4월 임시국회에 상정되자, 전국농민회총연합 등이 모인 전국농민연대는 임시국회가 열리는 내내 국회 앞 여의도공원에서 거리농성을 펼쳐왔다.

“350만 농민이 150만으로 줄어들 것이다”

“한-칠FTA 못 막으면, 앞으로 우리는 농사 짓고 싶어도 못 짓는다”고 농민들은 걱정한다. 이 위기의식이 1년 중 가장 바쁜 농번기인 4월에 농민들을 여의도로 불러 모았다. 24일 농성기간 동안 농민들은 1박 2일씩 번갈아 참여하며 ‘아스팔트 농사’와 ‘농번기 일’을 동시에 해왔다. 농성기간 내내 매일 같은 시간 ‘근조 상여’를 메고 국회 앞 농성을 벌이고 서울 시민에게 15만장의 유인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민동욱 전농 교육팀장은 “본격적으로 칠레 농산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현재 350만 가량의 농민은 150만으로 줄어들 것으로 본다”며 상황의 심각성을 알렸다. “현재 정부는 농산물을 내주는 대신 공산품을 팔아 이익을 내겠다고 하지만, 이미 한국공산품은 칠레시장을 잠식한 상태. 추가이익보다는 농업으로 인한 손해가 더 크다”며 비판했다. 또한 “쌀 포함해 31%, 쌀 제외하면 9%가량의 식량자급률을 가진 우리나라가 더 수입의존을 확대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최소한의 식량안보는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실효성 없는 농업정책을 내놓고 무조건 믿으라는 식의 대책은 곤란하다고 지적한다. “94년 우루과이라운드특별법으로 농가에 80조를 지원했다고 하지만, 그 10년사이 농민들의 수익은 67% 늘고, 빚은 271% 늘었다”라며 과거 예를 들었다.

▲농민들의 마음은 까맣게

타들어간다

한-칠FTA 비준철회까지 ‘아스팔트 농사’는 계속 될 것

전농을 비롯한 농민단체들의 노력으로 ‘한-칠FTA 비준반대’에 4월 30일 현재로 136명의 국회의원이 서명한 상태다. 그러나 앞으로 갈길은 더욱 멀기만 하다. 언제 비준통과가 될지 모르는데다가 심각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농민들만 외롭게 싸우고 있다는 점이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일단 정리집회를 마치고 ‘근조농업’ 상여를 태우면서도 농민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불타는 상여를 전경들이 중간에 끄려고 하자 다소 몸싸움이 있기도 했으나, 농민들은 서둘러 집회를 마쳤다. 농번기 햇살이 아깝기만 한 농부들은 어서 빨리 논과 밭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서둘러 헤어지면서도 이 약속만은 잊지 않았다. 다음 임시국회때 다시 ‘아스팔트 농사’를 짓기 위해 여기 모이자는 약속.

최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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