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시민사회일반 2005-09-05   824

열린우리당 조성태 의원이 발의한 테러방지 법안은 국정원 개혁에 역행한다

존 쿠시의 2003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야만인을 기다리며>는, 국가가 실존하지도 않는 야만인의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는 명목을 내세워 국민들을 소문 속의 야만인보다 훨씬 더 잔인하고, 혹독하게 억압하는 과정을 묘사한 소설이다. 2005년 대한민국은 존 쿠시의 소설이 현실화될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지난 8. 26. 열린우리당의 조성태 의원 등이 테러 위협을 명분으로 내외국인의 기본적 권리를 제한하는 테러방지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이 법안은 국민들에게 테러에 대한 공포심을 유발시켜 종국적으로 국가정보원에게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법안은 국가테러대책회의와 대테러센터를 설립하여 군병력을 동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출입국 통제, 금융거래, 통신이용 등 정보수집‧조사권한, 여행규제, 행정각부 기능을 기획‧조정할 수 있는 등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대테러센터를 국가정보원 산하에 두고 제반 집행권을 두고 있는 것이다. 법안 명칭이 테러방지법일 뿐, 그 실상은 ‘국가정보원 강화법’에 다름 아니고, 이 점에서 현재 국회 정보위에 계류중인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 발의법안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최근 국가정보원은 불법도청문제, 정치개입문제 등으로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게다가 국가정보원은 국가에 의한 반인륜적 범죄행위 당사자로 지탄을 받고 있으나 지금까지 제대로 된 내부개혁을 이루지 못하여 국회에서 국가정보원 개혁과제가 한창 논의 중에 있다. 국가정보원을 해외정보처로 개편하고, 권한을 축소하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나 아직 시작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와중에 국가정보원의 권한강화를 골자로 한 법안이 제출된 것은 시대착오적이고, 국민적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한국은 이미 1997년부터 통합방위법을 제정하여 항공‧해상 등 모든 경로로부터의 테러에 대비한 통합방위체제를 구축하고 있고, 2004년까지 한국정부는 제도적‧법적으로 테러대응체제를 완비하였다고 유엔에 보고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국가정보원에 모든 권한을 집중시키는 테러방지법을 제정하고자 하는 것은 그 의도가 테러방지가 아닌 다른 곳에 있다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

이미 확인한 바와 같이, 수백년 동안 IRA의 테러를 받고 있는 영국에 강력한 테러방지법이 있었지만, 지난 7월 런던테러를 막지 못했고, 9.11테러 역시 테러방지법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테러의 위협은 그 원인이 되는 국가간‧지역간 분쟁과 갈등을 해소함으로써만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미국에서 조차 이라크에서의 철군이 본격 논의되고 있는 현재, 한국에 대한 테러위협은 자이툰 부대의 철군을 통해서만 해소시킬 수 있다. 자이툰 부대를 존속시키는 한 아무리 강력한 테러대응체제를 구축하더라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진정으로 테러를 막고자 한다면 국회는 국가정보원의 개혁과 권한축소에 서둘러야 하며 이와 함께 테러리스트의 표적이 되는 자이툰 부대의 철수를 위해 당장 나서야 할 것이다.

2005년 8월 30일

테러방지법제정반대 공동행동

*참고> 지난 8월 26일 조성태 의원의 대표발의 법안에 박상돈, 유필우, 심재덕, 유재건, 김한길, 안병엽, 서재관, 이계안, 이근식, 김성곤, 우제창, 이시종, 강봉균, 신중식(이상 열린우리당) 이해봉, 엄호성, 곽성문, 황우여, 이진구(이상 한나라당), 최인기(무소속) 등 21인의 의원이 서명하여 <테러방지 및 피해보전 등에 관한 제정 법률안>을 공동발의하였다. 이로써 현재 국회 정보위에는 지난 3월 공성진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과 함께 2개의 테러방지법안이 상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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