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주거 2023-12-06   429

다가구·신탁 전세임대, 생색내기 대책 그만두고 ‘선구제 후회수’, 최우선변제금 회수 대책 마련하라

오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전세사기특별법 개정과 정부의 지원대책 보완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올해 5월 정부와 국회가 변변한 실태조사도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거듭되는 피해자들의 사망과 경공매 강행을 막기위해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과 지원대책을 시급히 마련한지 6개월 만이다. 당시 정부와 국회는 특별법과 관련 지원대책을 시행해본 이후 확인되는 문제점들을 점검하여 6개월 후 법안 개정을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후 9천여명의 피해자가 특별법상 피해자로 인정받았지만 수원, 대전 등에서 또 다른 피해사례들이 확인되면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는 계속 확대되어왔다. 내년까지 다가구·다세대 주택 등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역전세난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내년 상반기에는 대규모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전세사기 피해지원 현황 평가와 개선방향은 여전히 안일하다. 정부는 경공매 유예 등으로 현재 주거이전에 따른 지원실적이 적지만 경공매가 본격화되면 우선매수권이나 공공임대 입주 등 실적이 증가할 전망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말그대로 이는 전망일 뿐 이러한 지원대책을 실제로 쓸 수 있는 피해자들이 얼마나 되는지, 이러한 지원대책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무엇인지, 그래서 무엇을 개선해야하는지에 대한 언급은 단 하나도 없다. 지난 6개월 동안 민간연구소와 피해대책위, 지자체가 피해지원 대책의 실효성을 확인하기 위해 수 차례 실태조사를 진행하는 동안 정부는 피해자들이 작성한 피해결정 신청서의 정보를 조합해 매우 기초적인 통계만을 내놓는데 그쳤다. 내년에 유예된 경공매가 다시 진행되면 결국 이러저러한 추가 요건 때문에 우선매수권이나 LH 매입임대, 공공임대주택, 대출지원 등 그 어떤 것도 받지 못하고 길거리로 내몰리게 될 피해자들의 미래가 눈 앞에 선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의 피해주택 매입 실적이 0건인데는 이유가 있다. 지원대책을 마련하면서 애초부터 피해주택 중 불법건축물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현재의 매입기준에 따르면 대상이 얼마나 되는지 사전조사도 없이 탁상공론식 대책 발표에만 급급했기 때문이다. 피해대책위가 단 100 가구만이라도 샘플조사를 해서 매입대상이 얼마나 되는지, 대다수 주택이 매입대상에서 제외되는 주된 이유가 무엇인지 원인을 찾아야 개선을 하지 않겠냐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국토부는 신청이 구체적으로 들어오면 그 결과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을 것이라는 답변만 반복했다. 그 결과가 LH의 매입임대 실적 0건이다. 지난 6개월간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와 검증도 없이 허송세월한 셈이다.

이번에 정부가 새롭게 내놓겠다는 다가구주택의 매입대책도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구분소유 물건인 아파트나 다세대주택에 비해 다가구주택은 호수 쪼개기, 지상·지하층 불법증개축 등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에 불법건축물 대책 없는 다가구매입은 말그대로 실효성 없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불법건축물이 아닌 다가구주택 매입은 이미 정부가 실행하고 있던 대책인데 굳이 전세사기 특별법에 담을 이유도 없다. LH 전세임대의 경우도 이미 기존에 있던 프로그램일 뿐만 아니라 피해주택을 경락받은 임대인이 원치않으면 애초에 불가능한 지원대책이다. 그런데 피해주택 매입실적이 낮으니 이번엔 다가구 매입, 그 다음엔 전세임대를 또 다시 피해자들을 상대로 실험을 해보겠다는 것인가? 정부가 대책을 내놓으면서 최소한의 책임도 성의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주무장관인 원희룡 장관은 지난 6개월간 피해자들의 면담요청에는 묵묵부답하면서 유튜브에는 출연해 전세사기 대책을 자신의 치적인 양 여론을 호도하고 끝까지 실효성 없는 대책만 늘어놓고 있다.

우선매수권이나 공공임대주택 지원, 대출 지원대책 또한 다르지 않다. 정부는 우선매수권을 통해 피해자들이 감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주택을 매입하고 있다고 하지만 우선적으로 배당되는 선순위 근저당 금액(한국도시연구소와 주거권네트워크 실태조사에 따르면 피해가구의 62.7%에 선순위 근저당권이 존재함)과 회수하기 어려운 보증금을 감안하면 피해회복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게다가 이마저도 기존에 갚아야할 전세대출 문제가 해결되지 않거나 추가로 조달할 낙찰자금, 경락자금대출 등 요건에서 제외되면 애초부터 이용할 수도 없다. 전국대책위가 지난 8월 진행한 자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피해가구의 77.9%가 기존 전세대출을 안고 있었지만 이중 절반 가까이가 20년 특례채무조정제도를 이용하기 어려워 신용불량자로 내몰릴 위기에 놓여있었고, 기존 전세대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경락자금대출 등도 받을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게다가 비주거용 오피스텔, 근린생활시설 등 멀쩡히 전세대출과 전입신고가 가능했던 주택들도 우선매수권 행사를 위한 경락자금대출에서 제외되거나 거액의 이행강제금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과연 우선매수권을 활용할 수 있는 피해자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수요에 비해 확보된 주택도, 평수도 턱없이 적은 공공임대주택 지원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난 겨울과 봄 피해자들을 연달아 죽음으로 내몰았던 최우선변제금 문제는 결국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한국도시연구소 실태조사에 따르면 피해가구 중 71.2%는 지역별로 2-3천만원 수준인 최우선변제금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 5월에도 정부는 애초에 소액임차인이었다가 재계약 등을 통해 최우선변제금을 받지 못하게 된 피해자들이 전세대출을 받을 경우에만 최우선변제금만큼을 무이자로 대출해주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8월에 시행한 피해대책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그 대상은 전체 피해자의 5%도 되지 않았다. 전체 피해자의 5% 도 대상이 되지 않는 대책을 정부 대책이라고 할 수 있는가. 실제로 정부의 피해지원 실적 발표에서 최우선변제금 무이자 지원은 아예 따로 집계조차 되지 않았다.

그런데 어제 있었던 국토위 전체회의만 봐도 정부와 여당은 아직 아무런 문제의식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정부여당의 극렬한 반대로 그나마 반쪽자리로 제정된 특별법과 정부 지원대책이 실행 6개월 이후 피해자들에게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도 여전히 다른 범죄 피해자들과의 형평성을 운운하며 다가구 매입, 신탁주택 전세임대주택 같은 땜질식 대책만 반복하고 있다. 게다가 유독 국토소위 위원장인 김정재 의원은 ‘선구제 후회수’ 대신 ‘보상’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마치 엄청난 재원이 들어가는 것 같은 표현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피해자가 ‘선구제 후회수’ 프로그램을 이용하지도 않을 뿐더러 상당수의 보증금은 말 그대로 후회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정부여당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정부 재원이 크게 소요되지 않는다.

만약 정부여당이 선구제 후회수를 받지 않겠다면 △최소한 최우선변제금도 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에게 최우선변제금만큼은 주거비 지원을 하거나 회수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다가구·신탁·비주거용오피스텔·근린생활시설·불법건축물 등 피해주택이라면 주택 유형을 가리지 않고 매입하는 것은 물론 △전세피해자로 인정되면 금융지원 프로그램에서 추가적인 요건을 모두 폐지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 피해임차인이 입증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임대인의 기망’이나 ‘다수 임차인’에게 피해를 입힌 사실 등은 피해자 인정요건에서 아예 삭제해야 한다. 매입임대나 전세임대, 특례채무조정, 디딤돌·버팀목대출, 특례보금자리론 등 기존에 존재하던 프로그램과 지원기준을 고수하면서 모아놔봤자 누더기 대책에 불과하고 필연적으로 사각지대가 계속해서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기존 특별법과 정부대책의 부실함이 광범위하게 확인된만큼 정부와 국회에 그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대책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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