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주거 2022-08-17   236

[논평] 윤석열 정부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에 대한 참여연대 입장

어제(8/16) 윤석열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향후 5년 계획과 민간의 활력 제고, 공공 지원, 주택품질 제고 등을 골자로 한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을 발표했다. 규제 완화를 통해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과 민간도심복합사업 등 수도권 위주의 민간개발 사업을 촉진해 향후 5년간 270만호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인데, 공공의 역할과 책임을 최소화한 채 민간 사업자의 부담을 줄여주고 규제를 완화해주는 것으로 국민 주거안정이 실현될 지 의문이다. 아울러 이를 통해 최근 금리상승 등으로 안정화되고 있는 주택 가격 상승을 다시 부추기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참여연대는 버블 해소 시기에도 여전히 민간주택 공급확대, 규제 완화 중심의 대책으로 집값 부담을 증가시켜 결과적으로 청년층, 무주택자, 취약 계층의 주거 위기 불안을 가중시킬 우려가 큰 윤석열 정부의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이에 대한 대폭적인 수정을 촉구한다.

버블 해소 시기에도 공급확대 중심의 대책 제시

이번 방안에서 가장 큰 문제는 주택수요자의 소득수준에 비하여 과도한 부동산 버블가격 형성과 고금리 등으로 향후 3~4년간 가격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임에도 윤석열 정부는 집값 상승기에나 나올 법한 공급 중심 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이것이 시민들이 원하는 주택 정책인가? 정부가 의뢰했다는 조사기관들의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74.2%는 정부 주택 정책의 최대 문제점이 소득 대비 높은 집값이라고 답했다. 시민들은 주택 공급이 적어 문제라고 답하지 않았다. 게다가 발표된 주택 공급 대책이 대부분 추상적이고 주택 공급 물량을 특정할 만한 구체적인 공급 계획 발표도 전혀 없었다. 

 

무주택자들은 자기 소득으로 감당할 수준으로 주택 가격이 하락할 때까지 버티는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시기에 국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정책은 주택 시장의 하향 안정화, 민간 임대차 시장의 안정화를 유도하고,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대책은 시민들의 답변 방향과는 동떨어지게 민간 주택 공급, 이를 위한 규제 완화, 공공의 기능과 역할 축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작년 말부터 금리인상 등으로 부동산 시장은 하강 국면에 접어들어 주택 수요는 급속하게 축소되고 있다. 금리와 건설비 급상승, 주택 수요 축소가 이어지는 시기에는 민간 사업자들 역시 주택 공급을 서두르지 않게 된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지난 수년간의 주택가격  급등 원인에 대한 진단과 대책이 모두 틀렸음을 인정하지 않고 계속 헛발질하는 민간 주택 공급 확대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번 정부 발표처럼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재건축부담금 완화, 안전진단 기준 완화 등을 통한 공급확대 방안은 소수 재건축 조합원, 건설사업자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민간개발 사업 추진의 장애물을 해소해 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대다수 무주택 서민들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재건축 등 개발사업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개발이익을 공적으로 환수하지 않으면 재건축 사업에 과도한 이익을 몰아주게 되어 더욱 재건축 사업을 과열시킬 우려가 있다. 그럼에도 이번 대책에서 대물적 개발이익 환수장치의 하나인 공공임대 공급 의무를 인센티브로 활용하겠다거나 1세대 1주택자에게 부담금 감면을 하겠다는 등 재건축 부담금 감면을 확대하겠다는 내용, 보수 정부 단골 메뉴인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또다시 들고 나오는 등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세입자, 영세가옥주 등에 이주대책 강화 없이 신속한 도심재개발만 강조할 경우 과거 이명박 정부 시기 뉴타운 사업에서 경험했던 강제퇴거 등 많은 사회적 갈등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투기공화국 재현으로 무주택자·취약계층 등 주거 불안 가중 우려

민간도심복합사업 촉진의 경우에도 도심내 저렴한 주택은 감소하고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세입자 상당수는 쫓겨나거나 더 열악한 주거 환경에 내몰리게 될 수 있어 문제다. 도심개발 대상 지역은 역세권 쪽방촌 등 세입자와 영세가옥주가 많아 분양주택만이 아니라 공공임대 등을 많이 건설해야 하고 그러한 공익적 필요성에서 용적율을 높여 공공임대 등을 많이 확보하려는 사업인만큼 공공이 주도해야 마땅한 사업이다. 그런데 이를 민간이 주도하게 할 경우 과도한 용적율 혜택 등만 챙기고 많은 세입자와 영세가옥주는 축출되는 사회적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실제 윤석열 정부가 민간 개발사업 촉진을 위해 공공임대 의무비율 완화 또는 폐지 등의 인센티브 추진까지 예고하고 있어 민간도심복합사업은 사실상 세입자와 영세가옥주들을 위한 대책이 되기 어렵다. 이와 같이 공공의 역할을 포기한 민간 주도의 공급은 투기를 조장하고 집값을 올려 결과적으로 서민 주거안정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을 수 밖에 없다.

이번 270만호 주택 공급 방안에서 실질적으로 공공임대 및 공공분양 주택 공급 방안은 사실상 기존 발표 내용의 재탕인 데다 실망스럽게도 구체적인 내용은 하나도 발표되지 않았다. 이번 발표에서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50만호(연간 10만호) 공급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언급한 수준을 넘지 않는다. 최근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요구가 더욱 거세지고 있고 서울시도 반지하 금지 대책을 내놓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보다 연간 3만호 이상 줄어든 연 10만호 공급 수준을 제시하는 등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계획 등의 추가적인 조치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취약계층과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주거복지 및 공공임대주택 공급 재원 확충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발빠르게 종부세, 양도세 등 부동산 부자들의 세부담을 크게 낮춘데 이어 재건축 부담금까지 낮추려고 하고 있어 공공주택과 주거복지 확대 재원 마련은 요원할 뿐이다.  

구체적 공공주택 공급 계획은 결여된 ‘빈껍데기’ 정책 발표에 그쳐

이번 발표에서 포함한 청년원가주택 정책도 큰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청년원가주택은 싱가포르의 환매조건부 분양주택 같은 성격으로 공공이 토지를 확보하고 있으면서 분양후 재판매할 때 공공이 이를 환수하는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공공 택지의 상당부분을 민간에 매각하려 하고 있어 이러한 환매조건부 분양주택 사업은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이처럼 윤석열 정부의 정책은 일관되게 공공의 기능을 민간의 공급을 뒷받침하는 수준으로 최소화하겠다는 것인데, 사실상 서민 주거 안정의 역할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 아닐 수 없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103.6%인 반면, 무주택자 비율은 44%에 달한다. 주거 불안정의 이유가 단순히 주택공급 부족에 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이다. 오히려 무주택 서민들이 부담 가능한 가격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 부동산 공약을 낼 시기인 2021년 말이나 2022년 1월과 지금은 주택 시장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그럼에도 윤 정부는 여전히 집값 상승기에 보수정치 세력이 주장하던 규제완화, 신속한 공급 등의 정책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다. 그러나 윤 정부가 맞닥뜨린 현재는 버블 형성기가 아니라 버블이 해소되는 시기다. 잘못된 진단과 대책으로는 주거안정을 간절히 바라는 국민들의 요구에 제대로 된 답을 내놓을 수 없다. 지금이라도 완전히 새로운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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