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새출발기금 출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가 오늘(10/4) 새출발기금 출범을 선포했다. 정부가 주도해 여러 금융기관의 협조를 받아 30조원 규모의 채무조정기금이 설립된만큼, 당장 빚에 허덕이는 소상공인들의 짐을 덜어내는 데 유의미한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그동안 새출발기금, 고금리대출 대환프로그램 등 일련의 조치들이 발표되었음에도 코로나19 유행 시기 경제난을 겪은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소상공인들의 부채 급증의 원인은 결국 영업금지·제한 등 정부 정책에 따른 영업손실에 있으므로 정부가 보다 책임지는 자세로 문제해결에 나서야 함이 자명하다. 그간 발표된 새출발기금의 운영방안이 과연 채무조정 절차가 채무자에게 우호적인 방향으로 집행될지, 정부 정책의 비용을 지역신용보증재단 등에 전가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으며,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소상공인의 부채 해소 역시 마땅한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지난 2년 간 정부 정책으로 대출 실적 상승이라는 수혜를 입은 금융기관의 책임 분담 역시 더 요구된다. 배드뱅크 외 기존의 공적채무조정제도 정비 역시 필요하다. 정부와 국회 등 전 국가기관의 역할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우선은 과거 정부가 운영했던 배드뱅크 정책의 문제점과 세간의 우려사항을 해소하려 신경 쓴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는 국민행복기금 등 역대 정부의 배드뱅크를 운영하면서 기금 출연자인 금융업권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지 않았고, 최근까지도 채권추심업자에 추심을 맡기고 상환 실적을 챙겨 ‘국민추심기금’이라는 비판도 받아왔었다. 캠코가 이러한 전례를 의식했는지, ‘새출발기금 운영방안’에서 채무조정 신청과 함께 채무자와 보증인에 대한 추심과 담보물에 대한 강제집행·임의경매를 중지하도록 한 부분이 눈에 띈다. 이외에도 채무조정 채권의 범위를 신용대출과 담보대출을 포괄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신용대출의 경우 개별 금융기관별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대출을 일거에 조정대상으로 삼은 점 역시 다중채무를 일괄적으로 해소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추심중단 등 긍정적이나, 금융업계 이해 많이 반영돼 우려

그러나 새출발기금의 운영방안에서 보이고 있는 문제점과 한계 역시 다수 확인돼 기금 자체의 운영 개선과 채무조정 시스템 전반의 구축 역시 요구된다. 우선 새출발기금 운영안을 보면 여전히 금융기관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점이 확인된다. 정부는 원칙적으로 차주의 채무조정 신청 시 새출발기금이 해당 대출채권을 금융회사로부터 매입해 채무조정에 참여하겠다고 하나 채권 회수 가능성이 있는 부실우려 차주의 채권이나 담보채권에 대해서는 채권을 매입하지 않는 중개형 채무조정도 가능하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즉, 부실우려가 큰 대출은 새출발기금으로 해결하되 상환가능성이 높은 채권에 대해서는 중개형 채무조정으로 남겨둬 금융기관이 계속 보유하도록 허용한 것이다. 이는 재원의 90% 가까이를 금융기관의 출연기금으로 충당하는 새출발기금의 성격이 반영된 것으로 정부의 소극적 재정 지출을 그 원인으로 지목할 수 밖에 없다. 정부가 소상공인 피해 회복에 직접 지원 비용을 아끼려는 것은 유감이다. 그러나 기왕 새출발기금 운영방안이 확정된만큼, 중개형 채무조정이 채무자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이루어지지 않도록 보다 세심하고 채무조정 운영을 요구하는 바이다.

매입형 채무조정 역시 면밀히 검토해야할 사항이 있다. 코로나19 시기 정부의 대출보증 상당수가 지역신용보증재단을 통해 이뤄진만큼 금융기관이 채권을 싼 값에 기금에 매각하면서 그 손실분을 지역신용보증재단에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새출발기금 설립이 언급되기 시작한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되어 온 사항이다. 정부는 코로나 19시기 영업금지·제한 정책에 따른 소상공인·취약계층의 손실 부담을 재정으로 직접 보상했어야 함에도 이를 모두 개인의 빚으로 떠넘겼고, 이러한 정책 기조에 따라 금융기관 역시 대출실적을 쌓았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부채 증가에 1차적 책임이 있는 정부와 정부 정책의 혜택을 받았던 금융기관이 부채 해소를 위한 출구 마련에 있어서는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고 지방에 비용을 떠넘기는 식으로 기금이 운영되어선 곤란하다. 새출발기금이 운영됨에 있어 금융기관이 지역신용보증재단이 보증한 채권만 기금에 넘기지 않도록 채권 보증 부분을 잘 통제하고, 부채 해소를 위한 사회적 비용 분담이 고르게 이루어지도록 면밀히 살펴야 한다.

제도 사각지대, 장기상환 어려운 취약채무자의 부채 청산 위한
공적채무조정 제도 구축 시급해

새출발기금의 채무조정에서 정책 대상자들의 목소리가 수시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안되어야 한다.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해 채무조정의 구체적인 사항을 비공개토록 하고 있는데, 이 기금이 설립된 배경에 정부가 온전한 손실보상을 실시하지 않은 관계로 소상공인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현재 새출발기금 이사진 중 명시적으로나마 소상공인의 입장을 대변할만한 사람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 단 1명뿐이고, 그외 새출발기금 운영방안에서 현장 당사자의 입장을 확인하고 반영하기 위한 절차는 눈에 띄지 않는다. 현재 자영업이 대한민국 전체 고용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경제적인 비중이 크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소상공인 대책은 가능한 모든 상황을 가정해 귀를 열어두고 요구사항을 반영해야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수 있다. 따라서 소상공인 당사자에게 보다 개방적인 기금운영이 요구되며, 관련 단체 전문가의 참여를 보장하거나 다양한 소상공인·자영업자와의 정기적인 간담회 등을 통해 현장의 애로사항을 수시로 청취·반영할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

궁극적으로는 코로나19 시기 소상공인 부채의 원인의 근원에 대한 진단과 더불어 보다 종합적인 정책이 요구된다. 새출발기금과 같은 배드뱅크 방식의 채무조정은 금융기관과의 협약에 따라 이루어지는 사적채무조정의 성격이 강하므로 강제적 효력이 부재하기 때문에 반드시 채무자 우호적인 방향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보장하기 어렵고, 협약을 맺지 않은 기관의 채무에 대해서는 조정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한, 채무조정 기간이 최장 10년으로 장기화되는 점은 한계 차주들의 채무조정 탈락율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며, 새출발기금의 대상자 역시 손실보상·재난지원금 수령 차주나 대출금 만기연장·상환유예조치 이용 차주 등으로 국한돼 혜택을 받지 못하는 채무자들 역시 많을 것으로 보인다. 새출발기금의 채무조정 절차를 밟기에 적합하지 않는 취약 차주나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채무자에 대해서는 보다 강제력이 있는 기존의 개인회생·파산 절차와 같은 공적채무조정제도가 안전망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소상공인 부채 급증은 정부의 책임, 손실보상 소급적용해야

이를 위해선 지역의 금융상담·지원 기관이나 신용회복위원회, 캠코 등이 채무조정 전 상담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법원과의 연계도 강화해 채무자들이 적합한 채무조정 절차를 안내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간 문제제기되어 온 개인회생·파산제도의 지역적 격차 문제를 해소하는 한편, 전반적인 채무조정 절차 운영과 면책 결정이 신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하며, 특히 신청 후 변제인가까지 절차가 까다롭고, 변제기간 동안 공제되는 생계비 산정이 과소하게 평가되는 등 문제점이 많은 영업소득자 개인회생 절차 개선이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2021년 7월 7일 이후의 손실에 대해서만 보상하도록 한 현 손실보상 제도에 대해 위헌심판청구가 이루어진 상황이므로 감염병 유행에 따른 피해가 극심했던 2020년~2021년 상반기 동안의 손실에 대한 보상을 보장할 법적 근거 마련도 시급하다. 정부와 국회, 법원에 이르는 모든 정부기관과 금융기관이 책임을 통감하고 감염병 유행에 따른 사회적 고통을 분담해 해소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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