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4당 국회의원 및 피해대책위‧시민대책위 공동기자회견

세 명의 청년이 두 달 사이에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막막한 마음에 피해지원센터를 찾았지만 현행 제도로는 어쩔 수가 없다는 말 뿐이었다. 은행도 대출을 연장해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빚내서 집사라, 빚내서 전세살라는 정부 정책 때문에 집값이 폭등하면서, 영끌매수에 합류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듯한 세상이었지만 그들이 얻을 수 있는 건 전셋집 한칸 뿐이었다. 정부가 공인한 중개사와 감정평가사들이 들이민 시세를 믿었고, 별다른 경고없이 대출을 내준 보증기관을 믿었고 은행을 믿었다. 그러나 힘들게 모은 전재산을 날리고 하루 아침에 빚더미에 앉았다.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마지막으로 건낸 것은 밀린 공과금 고지서와 채무 독촉장 뿐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국회에 나와 전세사기가 사회적 재난이라고 보기 어렵다, 모든 사기 피해는 평등하다, 피해금액을 정부가 먼저 대납해주고 충당하는 제도는 있지도 않고 선례를 남겨서도 안된다는 무책임한 발언을 일삼고 있다. 전세사기에 정녕 정부 책임이 없는가. 전국에서 수천, 수만 명의 국민들의 기본적인 삶의 공간이 무너지고 있는데 이것을 다른 사기피해와 같이 볼 수 있는가. 사회적 재난이 아니라면서 정부여당은 무엇하러 특별법까지 내가면서 무슨 대단한 대책을 내놓는 것처럼 국민들을 기망하고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려 하는 것인가.
정부여당이 내놓은 전세사기 특별법은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법이 아니라 피해자들을 골라내고 갈라치기 위한 법이다. 모호하기 그지 없는 6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한다고 명시하여 피해자들을 걸러내는 것도 모자라 정작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내용들은 제외했다. 대신 도대체 얼마나 되는 피해자들이 이용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대책들만 줄줄이 늘어놨다. 전재산을 잃고 전세대출도 갚아야 하는 피해자들에게 우선매수권을 준다고 한들,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이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LH 매입대상이 되는 주택들도 그 기준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아 얼마나 구제를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정부가 선심쓰듯 내놓은 금융지원 대책들도 현장에서는 거절되는 사례가 허다하다. 다양한 이유로 대항력을 상실하거나 전세금이 2-3억을 넘는 피해자들, 근린생활시설 거주자들, 임대인에 대해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한정적이고 수사기관들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수사조차 개시되고 있지 않은 상당수의 피해자들은 아예 피해자로 인정받기 조차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정부여당은 대다수의 피해자가 대상이 된다는 주장만 늘어놓을 게 아니라 실제 어떤 유형의 피해가 얼마나 발생했고, 각 대책들이 얼마나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구체적인 판단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정부 여당이 내놓는 대책들을 보면 과연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유형들을 제대로 파악은 하고 있는지, 사각지대에 대한 대책은 고민을 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지경이다. 일방적으로 본인들이 세운 모호하고 불합리한 기준에 따라 피해자들을 골라내고, 이에 해당하지 않는 피해자들은 피해자 자격도 인정해주지 않고 최소한의 금융지원 대책에서도 배제하는 정부여당의 특별법안은 비정하다 못해 분노스럽기까지 하다.
야당들과 피해자, 시민사회는 한 목소리로 이번 특별법에 선구제 후회수 방안을 포함시킬 것을 촉구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에서 새로운 피해사례가 확인되고 있는 이번 전세사기‧깡통전세 사태는 분명한 사회적 재난이며, 정부정책의 실패에서 기인한 것이다. 워낙 다양한 피해유형이 존재하는만큼 가능한 모든 선택지를 피해자들에게 제시하고 그들의 피해유형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일부라도 보증금을 돌려받고 싶은 피해자들에게는 채권매입을, 그 주택을 매수하려는 피해자들에게는 우선매수권을, 그 집에 그냥 안정적으로 살기를 원하는 피해자들에게는 주택매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바로 야당들과 피해자,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바다. 설사 선구제 후회수 방안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한다면 그걸로 그칠 것이 아니라 최소한 최우선변제금도 받지 못하고 벼랑 끝에 내몰리는 피해자들을 위해 최우선변제금 만큼이라도 회수할 수 있는 별도의 대책을 마련하든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든가 다른 방안이라도 적극 모색하고 제시해야 한다. 그게 정부와 국회의 책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희룡 장관과 국민의힘은 보증금의 일부라도 돌려달라는 피해자들의 요구를 마치 전부를 돌려달라고 하는 것처럼 왜곡하고, 후회수가 가능한 부분을 의도적으로 숨긴 채 국민 혈세를 운운하고, 아무 관련없는 선순위 권리자만 좋은 일은 시킨다는 등 억지를 부리고 있다. 이미 정부가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혈세를 들여 매입하고 건설회사들의 미분양아파트까지 매입을 검토하겠다는 마당에 어째서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구제에는 이다지도 인색한가. 그 이중적인 행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일관되게 신속한 특별법 처리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특별법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만약 오늘(5/1)과 내일(5/2) 예정된 국회 국토위 법안소위와 전체회의에서 지금 정부여당이 내놓은 특별법안이 별다른 수정없이 처리된다면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는 법안과 다르지 않다. 애초에 피해자들이 경매중단을 요구하고 정부가 이를 수용한 배경에는 시간을 벌고 제대로 된 대책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포함된 것이다. 우리는 선지급 후회수 방안이 빠진, 정부여당의 피해자 골라내기 특별법을 단호히 반대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늬만 특별법이 아닌 피해자들의 현실과 목소리가 담긴 제대로 된 특별법이다.

- 제목 : “선구제 후회수 방안 제외, 피해자 골라내기”정부여당의 특별법안 반대한다
- 일시 장소 : 2023. 5. 1.(월) 오전 11시 40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 주최 :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국회의원, 정의당 심상정 국회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국회의원, 진보당 강성희 국회의원,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 진행순서
(1) 사회 : 김주호 전국피해대책위 실무지원 활동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
(2) 발언 : 안상미 전국대책위 공동제안자, 미추홀구피해대책위 위원장
(3) 발언 : 김남근 전세사기깡통전세 시민사회대책위원회, 민변 개혁입법특위 위원장
(4) 발언 :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5) 발언 :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
(6) 발언 : 용혜인 기본소득당 국회의원
(7) 발언 :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
(8) 기자회견문 낭독
보도자료 [원문보기/다운로드]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