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쪼개기 중단하고 무늬만 경쟁체제 KTX·SRT 통합해야
불법파업 운운, 노동3권 훼손·노동 탄압 없어야
오늘(9/14)부터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가 수서행 KTX 투입과 고속철도 통합, 시설 유지·보수 업무 이관 등 쪼개기 민영화 중단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한다. 철도노조는 필수유지인력 9천 3백여 명의 조합원은 현장에서 근무하며 파업 중에도 시민의 안전한 열차 이용을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수서행 KTX 운행, 코레일·SR 통합 요구 등 정부 정책을 명분으로 하는 파업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국민불편을 초래하는 파업에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철도노조의 파업은 철도민영화를 막고 공공성을 확대해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민영화가 초래할 폐해를 막아내겠다는 시민 모두를 위한 투쟁이다. 참여연대는 윤석열 정부가 철도민영화에 반대하는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촉구하며, 모든 파업에 불법 프레임을 씌워 노동권을 훼손하고 노동자와 노조를 탄압하는 반헌법적인 행태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철도노조는 오랜기간 공공부문에 불어닥친 시장화, 민영화 시도를 막아내는 투쟁을 벌여왔다. 2005년 노무현 정부는 철도시설공단과 코레일을 독립적인 기관으로 분리하는 상하분리-공공소유 유형으로 개편했다. 이명박 정부는 민간자본이 수서발 KTX 운영의 지배권을 가져가는 철도민영화를 추진했지만, ‘재벌 특혜’ 등 많은 논란과 반대에 부딪혔다. 이후 박근혜 정부는 철도민영화를 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뒤집고, 코레일과 수서발 KTX 노선 자회사 간의 이른바 ‘철도경쟁체제’를 도입했다. 이는 겉으로는 노무현 정부의 상하분리-공공소유 유형을 유지하는 듯 보이지만, 그 실상은 경쟁·개방·분할 등을 지향해 민영화 기반을 다지는 것이었다. 특히, 수서발 KTX 노선 자회사인 SR을 주식회사로 설립하여 주식을 매각하면, 언제든지 민간이 경영권을 가져갈 수 있게 문호를 열었다. 이처럼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계속해서 철도경쟁체제 도입을 추구하며 철도민영화를 추진해왔다는 점에서 철도노조의 투쟁과 노동시민사회의 연대가 없었다면, 우리나라도 요금 인상과 안전 위협 등 철도민영화의 폐해를 겪은 나라들의 전철을 밟았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국민적 반발을 초래할 수 있는 민영화를 전면화하기보다 차량정비, 유지보수, 관제권 등을 민간기업으로 이관하는 ‘쪼개기 민영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철도산업의 특성상 운행과 유지보수 체계는 유기적으로 통합되어야 가장 높은 수준의 열차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도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철도시설 유지보수 업무’ 및 ‘관제권’을 이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지난해 국토부가 ‘철도안전체계 심층진단 및 개선방안 연구’ 용역을 코레일 등과 공동발주하며 관제 및 시설유지보수 등 코레일에 위탁하고 있는 국가사무를 집중 진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현행 철도산업기본법(제38조 철도시설 유지보수 시행업무는 철도공사에 위탁한다)에서도 명백히 금하는 것으로 위험의 외주화를 초래할 일이다. 관제업무 또한 마찬가지다. 수송밀도가 높은 일본과 중국 등에서도 운영자가 관제업무를 수행하는데 이를 분리시킬 경우, 관제사·기관사·역직원 등 간 유기적 협력체제 유지가 어려워 안전을 위협할 우려가 크다.
철도쪼개기 등 민영화를 저지하고 공공성을 확대하자는 철도노조의 목소리에 정부는 귀 기울어야 한다. 당초 국토부가 주장한 철도경쟁체제는 SR 지분 59%를 보유한 사학연금·기업은행·산업은행 등이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하며 투자 연장을 하지 않고, 이로 인해 부채비율이 치솟은 SR을 구하기 위해 정부가 현물출자에 나서며 실패를 드러냈다. 윤석열 정부는 중복비용과 공공성 악화를 초래하는 철도경쟁체제를 억지로 유지하기 위해 재정건전성 확보를 요구하는 다른 공공기관과는 다른 이율배반적이고 특혜적인 출자를 감행했다. 게다가 경쟁을 추구한다면서도 KTX의 수서역 투입은 거부하고, 신규노선 운행 차량 확보도 없이 무리하게 SRT 노선을 확대해 기존 SRT 운행 지역의 좌석 축소 등 시민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 철도노조의 파업은 이러한 모순을 바로 잡고, 철도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공공성 강화 목소리를 외면한 채, 그저 불법파업 운운하며 찍어누르기에 급급하다. 민영화는 어떻게 포장하더라도 우리사회 공공성을 훼손하고 우리 모두의 피해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정부가 억지로 유지하는 경쟁체제를 중단하고 KTX·SRT를 통합해 철도공공성을 강화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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