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주거 2024-04-01   1435

[연속기고4] 비닐하우스 밖 가설건축물은 괜찮다? 위험천만 이주노동자 주거권

[22대 총선] 여기, 주거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있어요!

2024 총선주거권연대 연속기고

네 번째, ‘집이 아닌 곳’에 사는 이주노동자 이야기

노동, 빈곤, 종교, 청년, 주거시민단체 등은 부동산 정책만 난무하는 정치판에서 무분별한 부동산 규제 완화를 저지하고 주거불평등 심판, 온전한 주거권 실현을 위해 ‘2024 총선주거권연대’를 출범하였습니다. ‘2024 총선주거권연대’는 주거권 역행 후보 선정, 주거 분야 공약 평가 활동에 이어 주거 정책에서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연속기고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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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설건축물로 신고가 완료된 이주노동자 기숙사. 현행 대책만으로는 이런 기숙사 제공을 원천적으로 막아낼 수는 없다. <사진=이주노조>

벌써 3년 전이다. 2020년 12월 경기도 포천 한 농장 기숙사로 쓰는 비닐하우스에서 캄보디아 여성 이주노동자 속헹씨가 숨진 채 발견되었다.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비전문취업비자(E-9)를 받고 입국해 고용노동부가 지정 알선한 농장 기숙사에서 사망한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개인적으로 이 소식을 듣고 마음이 무거웠던 건 2016년, 아니 훨씬 전부터 많은 인권활동가들이 이런 비극을 경고했기 때문이다.

2016년 12월 14일 김삼화 당시 국민의당 의원,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익법재단 공감,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와 함께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이주여성 농업노동자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 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날 농업 분야 이주노동자 주거환경을 다룬 영상물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가 상영됐고, 고용노동부 또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1년이 지난 2017년 12월 22일, 고용노동부는 ‘농업 분야 외국인노동자 근로환경 개선방안’ 대책을 발표했다. “비닐하우스를 숙소로 사용하는 사업장은 신규 외국인력 배정을 중단(‘18.4월 배정 시부터)하고, 기 제공된 사업장은 자율개선기간 내 숙소를 개선하지 않은 경우 외국인 노동자 사업장 변경을 허용(‘18.2월 고시개정 예정)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더 이상 정식건축물이 아닌 가설건축물 기숙사 제공이 금지된다는 소식에 시민사회 단체들은 환영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고용노동부는 비닐하우스를 문자적으로 해석하여 비닐하우스 내 가설건축물 기숙사 제공에 대해서는 계속 허용했다. 2019년 1월 15일 외국인고용법 개정으로 ‘사용자가 외국인근로자에게 기숙사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100조에서 정하는 기준을 준수하고, 건강과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라는 규정(법 제22조의 2 제1항)이 신설되었지만, 건강과 안전을 지킬 수 없는 ‘비닐하우스 내 가설건축물’의 기숙사 제공은 계속 허용되었다. 제도개선과 법개정이 이루어졌음에도 속헹씨 사망을 막아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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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속헹씨가 거주했던 기숙사 내부 모습 <사진=최정규 변호사>

속헹씨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고용노동부는 부랴부랴 2020년 12월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아래와 같은 방침을 발표했다.

“농촌 등에서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조립식 패널 등 가설건축물을 주거시설로 이용하는 등 근로자의 안전과 인권침해 등이 우려됨에 따라 앞으로는 농축산업 외국인근로자의 주거시설 개선을 위해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조립식 패널 등을 숙소로 제공하는 경우에는 고용허가를 불허하기로 결정(제28차 외국인력정책위원회(’20. 12. 23.))하였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처럼 소중한 생명을 잃고서야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런 의문이 남는다. 이제 이주노동자의 주거권 문제는 모두 해결된 것일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The devil is in the detail’라는 말처럼 비닐하우스 밖에 있는 가설건축물, 지자체에 신고가 된 임시숙소 등 가설건축물은 이번 대책에도 빠졌다. 결국 이주노동자는 위험천만한 기숙사에서 계속 거주할 수 밖에 없다.

세계인권선언 제25조는 모든 사람이 “의식주, 의료 및 필요한 사회복지를 포함하여 자신과 가족의 건강과 안녕에 적합한 생활 수준을 누릴 권리”를 가진다고 천명하고 있다. 한국이 1978년 기압한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 제5조에서도 ‘(d)기타의 민권’에서 ‘(iii)주거에 대한 권리’를 명시한다.

인종과 국적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주거에 대한 평등하게 보장받아야 한다. 그러나 사회보장에 관한 국내법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주거권에 대한 언급이 없다.

고용허가제도는 외국인이 4년 10개월 동안 임시적으로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일을 하도록 하는 제도로 고용노동부가 사업장 알선부터 변경까지 독점하고 있다. 한시적 합법노동자인 이주노동자에게 주거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라고 할 수 없다. 또한 사용자에게만 떠넘길 문제도 아니다. 적절한 기숙사를 제공한 사용자에게 외국인 고용을 허가하고, 기숙사 설치 및 운영에 대한 예산을 국가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

22대 국회에서는 이주노동자가 기숙사에서 사망하는 이런 비극을 막아내도록 디테일을 살려 제대로 된 입법이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이 글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이주노동팀장, 최정규 변호사가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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