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기고] 아무리 표가 급해도… 여도 야도 종부세 완화가 웬말

아무리 표가 급해도…여도 야도 종부세 완화가 웬말

정세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충남대 교수

 

지난 5월20일, 16명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다주택자의 종부세 과세 기준액을 현행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높이는 법률 개정안을 제출했다. 또한 23일에는 윤석열 정부가 종부세 부과를 결정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75%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거대 야당과 새 정부가 고가 및 다주택자에게 어떻게 하면 더 많은 혜택을 줄 것인가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부동산 세제 완화 기조는 지난 대선 때부터 시작됐다. 자신의 부동산 정책을 실패로 규정하고, 이를 민심을 잃은 가장 큰 문제로 진단하더니 거침없이 부동산 세제 완화 정책을 내놓고 있다.

 

부동산이 주요 원인이었던 것은 맞다. 그러나 세금을 실제로 더 많이 낸 계층은 일부에 국한되었다. 대다수 국민이 분노한 이유는 부동산 세제가 과도하게 강화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더불어민주당이 임기 내내 핀셋 규제, 뒷북 규제를 펴면서 풍선효과를 야기한 것, 땅 투기 근절과 대출 규제에 실패한 것, 그로 인해 투기를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방치하고 조장한 것에 분노했다고 보아야 한다. 즉 말과 행동이 다른 정책을 폈고 이러한 정책 하에서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에 국민들이 크게 실망한 것이다.

 

따라서 더불어민주당이 반성해야 할 것은 말과 행동을 다르게 함으로써 정부를 믿지 않고 투기를 일삼은 무리가 큰 수익을 얻게 내버려 둔 것이다. 국민이 분노한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따라서 이제라도 조세 정의를 세우고, 서민 주거 불안을 해소하며 자산 불평등을 완화할 부동산 세제를 제시하는 것이 마땅한데, 오히려 표를 준 지지층을 이반시킬 정책으로 선회하고 있다. 이러다가 국민의힘마저 앞지르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더불어민주당은 다주택자의 과세 기준을 낮추는 이유로, 고가의 1주택자보다 중저가의 다주택자가 세 부담이 높아서 다주택자 조세 형평성이 훼손되고 있음을 들었다. 그러나 그런 이유라면 고가 1주택자의 과세 기준을 강화하면 되는 일이다. 그리고 고가 1주택자 과세를 강화하는 것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낮은 우리나라의 보유세 실효세율을 높이는 길이기도 해서 더욱 바람직하다. 우리나라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고작 0.17%다. OECD 15개국 평균이 0.44%인데 우리나라는 그 절반 이하인 것이다.

 

부동산 보유세는 공평 과세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 부과하는 것이다. 부동산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요소인데 일부가 독점하면 대다수 국민이 괴로운 삶을 살게 된다. 따라서 열심히 일하면 그 소득으로 적정한 수준의 주거를 마련할 수 있도록 국가는 적절한 규제를 통해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 이를 위한 중요한 수단이 보유세이다. 다만 보유세는 장기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양도세로 보완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방선거용으로 다주택자 종부세 완화를 추진하는지 모르지만, 이러한 정책은 오히려 지지층의 더욱 큰 실망과 이반만을 야기할 뿐이며 부동산 망국병을 치유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미 이명박 정부의 대규모 감세 경험을 통해 종부세 감세는 부자 감세임을 국민은 알고 있다. 당시 부자 감세라고 비판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자가당착적인 종부세 완화 시도를 멈추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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