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국가책임 외면, 규제완화·시장만능 매몰된 <경제정책방향> 내놓은 윤석열 정부

국가책임 외면, 규제완화·시장만능 기조에 매몰된 <경제정책방향> 내놓은 윤석열 정부

 

오늘(6/16) 윤석열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유례없는 물가상승과 치솟는 금리, 그리고 경기침체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이번에 발표된 새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새정부가 오늘 내놓은 경제정책방향은 <저성장 극복과 성장-복지 선순환>을 목표로 하고 있으면서도 그 내용은 과거 보수정부가 추진했던 ‘줄푸세’의 연장선 상에 있어 우려된다. 특히 새정부는 무엇보다 규제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규제완화와 규제일소를 천명하고 있는데 이 역시 이명박 정부의 ‘전봇대 뽑기’와 박근혜 정부의 ‘규제 길로틴’을 연상케 한다. 그동안 결코 성공했다고 말할 수 없는 관행적 규제완화 정책이 지금 우리가 처한 복합적인 사회경제 위기를 해결하는데 유의미한 해법이 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한편, 새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해 심화된 불평등이 연이은 물가인상으로 인해 고착화될 우려가 있는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불평등 완화를 위해 서민 가계의 안정과 취약계층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 때에 법인세 인하, 집부자를 위한 감세 정책을 펴고 금리 급등기에 금융 규제 완화를 추진하면서 재정 지출에는 총량 목표를 두어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세금은 덜 걷고, 지출을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결국 사회보장 확충, 공공성 강화, 보편적 복지 확대라는 시대적 요구와 방향에 부응하기는커녕 위기상황에서 심화된 불평등을 방치하겠다는 것에 다름없다. 참여연대는 저출생고령화, 불평등·양극화 등 당면한 우리사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경제민주화, 보편적 복지, 공공성 강화, 조세정의 등 사회경제 철학과 가치를 복원하고 이를 통한 진정한 체질 개선을 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부의 역할과 책임을 민간에 전가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공공 주도의 ‘민생대개혁’ 방향으로 전면적으로 수정할 것을 촉구한다. 

 

다음은 참여연대가 모니터링하는 주요 분야에 대한 약평이다.    

[조세⋅재정] 심각한 경제적 불평등과 자산·소득의 양극화 문제에 직면한 한국사회에서 유연한 재정 운용을 통한 복지 지출 확대와 세제 정상화를 통한 부의 재분배는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사회적 요구다. 그러나 새정부는 이에 역행하며 재정준칙의 법제화에 더불어 법인세, 보유세, 상속증여세 및 금융투자소득세 등 고소득 고자산 과세에 대규모 감세 시행을 예고했다. 새정부는 구속력 있는 재정준칙의 법제화를 추구한다며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을 내걸었지만, 재정준칙은 위기 대응 시 국가의 유연한 재정 운용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 기준금리 인상 등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한국 경제, 특히 가계 민생 경제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충분한 세원 확보를 통해 복지 지출을 늘리키는커녕 보유세 완화, 주식양도소득세의 사실상 폐지, 기업 세제 감면 확대 및 법인세 완화 기조는 위기 대응 대책일 수 없으며 오히려 자산 양극화를 부추길 뿐이다. 부자 감세 시행을 예고하고도 다른 세원 확보 계획 없이 긴축 재정 기조를 내걸고 있는 상황이라, 이대로라면 저부담 저복지로 나아갈 위험이 있어 몹시 우려된다. 정부는 담세력이 있는 집단에 누진적으로 과세를 강화하여 조세 정의를 확립하고, 재정 확보를 통해 사회복지 안전망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재벌개혁⋅경제민주화] 이번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에 대한 의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경제운용의 중심을 정부에서 민간·기업·시장으로 전환하고 이를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한다면서 그 부작용이 될 수 있는 기업의 지배력남용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 시장경제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라고 할 수 있는 공정거래 확립에 대한 체계적인 방향도 찾아보기 어렵다. 덩어리 규제를 발굴하여 관련 제도·법령 등을 통합적으로 정비하는 ‘규제 원샷해결’을 외치면서, 기업 맞춤형 정책만을 남발하고 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기준 상향 및 친족범위 조정, 경제범죄 형량 합리화, 부당지원 및 사익편취 예외인정 범위 명확화를 위한 심사지침 개정, 복수의결권 도입, 민간 주도 플랫폼 자율 규제 등이 바로 이를 증명한다. 공정한 시장을 조성하겠다면서도 구체적인 방향성은 부재하다. 작년 상생협력법 개정으로 도입된 기술탈취 행위에 대한 징벌적손해배상 규정을 어떻게 더 강화할지 그 방향성은 보이지 않고, ‘객관적’이라는 명분으로 전속고발제도를 축소 운용할 우려도 크다. 납품단가연동제는 법률 개정이나 정부의 제도적 강제 없이 표준계약서 마련만 추진한다는 방침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시장 자율에만 맡겨두면 대·중소기업 간 불균등한 거래상 지위로 볼 때 시늉에 그칠 것으로 보이고 효과도 의심된다. 투자·상생협력촉진 과세특례제도의 폐지 역시 대기업에 집중되는 부의 일부라도 중소기업, 노동자들에게 분배하고자 하는 제도의 취지를 망각한 조치로 고용없는 성장 혹은 저성장 시대의 상생에 역행하는 조치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복지]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에서 감염병 재난 상황에서 더욱 악화된 불평등과 양극화 위기를 극복할 의지를 확인할 수 없다. 노인빈곤율 OECD 국가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데도 사회적 연대를 통한 노후소득 보장제도인 공적연금 강화의 시대적 과제를 외면한 채 사적연금 활성화라는 각자도생의 해법을 제시하는 시대역행적 작태를 보이고 있다. 이는 보편적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공적제도로 자리잡은 국민연금을 형해화할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금융자본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사적연금 시장 활성화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오랫 동안 주민 모두가 쌓아올린 사회적 연대의 역사를 부정하고 탐욕적인 금융자본의 편에 선 정부임을 선언한 것에 다름없는 매우 부적절한 정책방향이다. 또한 국가의 역할이 강조되어야 할 사회서비스를 혁신이라는 미명 하에 사실상 민간 중심의 공급자에게 떠넘김으로써 사회서비스에 대한 주민의 권리와 이의 실현을 위한 국가의 책임과 역할을 한꺼번에 부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감염병 상황에서 의료와 돌봄의 국가 책임 필요성이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공책임과 보편성은 외면한 채 민간영리 중심의 산업화를 도모하겠다는 것은 시민들의 돌봄기본권, 건강권 침해에 다름없다. 특히 보건의료를 포함한 사회공공서비스 영역 전반의 규제를 완화해 민간진출을 유도하고, 기재부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 정책은 당장 폐기해야 한다. 반면 생계급여와 주거급여의 기준중위소득을 상향하고 수급자의 재산기준을 완화를 제시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등 제도의 근본적 해결방안은 언급조차 없고, 다른 영역에서 획기적인 사회보장 강화 정책도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새정부의 복지 철학 부재를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민간중심의 복지정책을 당장 폐기하고, 공공성이 담보된 국가책임 사회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노동] 새정부는 이미 국정과제에서 밝혔듯이 노동시장 환경 변화라는 명목으로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확대 등 유연근로제 활성화 추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실제 노동현장에서 노동시간 규제를 무력화할 우려가 크고,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 되어있는 우리 현실에서 이로 인한 노동자의 건강권 침해, 삶의 질 악화 문제가 더 심화될 수 있다. 또한 새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업의 경영활동이 위축된다며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반년도 채 되지 않았고, 여전히 많은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노동환경은 뒤로한 채 친기업 관점의 노동 정책을 내놓아 몹시 우려된다. 정부는 반노동적 정책 추진을 당장 멈추고, 모든 노동자가 차별없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민생⋅중소상인] 새정부의 1호 공약이자 국정과제의 목표인 ‘소상공인 온전한 회복’은 손실보상 소급적용이 이뤄져야 가능하지만 이번 발표에도 누락되었다. 2차 추경 이후 소상공인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 대책도 보이지 않고, 재원조달 다양화 등만 언급하고 있어 재정건전성을 우선시하는 기조가 새정부에서도 계속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소상공인·자영업자 부채가 급등해 9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대출만기연장·상환유예 종료를 대비한 장기 상환기간 운영, 저금리 대출전환, 연체(우려) 채권 매입하는 맞춤형 채무조정 프로그램 운영, 원금감면까지 포함한 채무조정 근거 규정 마련 등 정책은 방향성 측면에서 적절하지만, 하반기 부채 상환 압박 가중을 고려하면 보다 구체적이고 신속한 이행이 요구된다. 이에 더해 기존 채무조정제도의 운영의 신속성·효율성 제고를 위해 제도강화·인력확충에 힘써야 한다. 한편, 윤석열 정부는 소상공인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면서도 그간 소상공인을 괴롭혀 온 상가임대차 문제, 프랜차이즈 본사나 플랫폼 기업의 갑질 문제, 재벌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탈 등 구조적인 문제 해결은 외면하고 있다. 오히려 이를 고착화할 우려가 큰 정책방향과 내용을 내세우고 있다. 대선공약으로 제시되었던 임대료 나눔제 역시 국유재산 임대료 감면 연장으로만 국한되고 민간 상가임대료 분담은 제외되어 있어 매우 제한적이다. 소상공인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인식 전환과 정책적 고민이 시급하다.  

 

[주거] 코로나 이후 자산 양극화가 점점 심화되고 서민들의 주거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새정부는 주택 공급 확대, 세금 감면, 금융 완화를 중심 정책 방향으로 발표하였다.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주택 공급 확대와 각종 세금 감면, 대출 완화 대책, 임대차 대책은 주택 시장 부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공공임대주택의 확충을 비롯해 주택 임대차 갱신횟수 확대를 포함한 주택 임대차 안정화 대책, 주거급여 상향 등의 정책이 절실하다. 그럼에도 윤정부의 정책에서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고려해야 할 점유 안정성, 주거비 부담가능성, 주거의 적절성 등을 개선할 구체적인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새정부는 종부세 공정시장가액을 100%에서 60%로 낮추고 종부세 산정시 지방저가 주택도 1주택에서 제외하고, 양도소득세도 1년간 중과를 배제하는 등 노골적으로 집부자 감세에 나섰다. 투기과열지구 9억원 이상, 조정대상지역 8억원 이상 주택에도 생애최초 LTV 상한  80% 완화 등 LTV·DSR 대출 규제를 전방위적으로 완화해 ‘빚내서 집사라’는 정책은 가파른 금리 상승 국면에서 하우푸어를 양산할 정책으로 지극히 부적절하다.  정부는 서민 주거 안정을 목표로 주거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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