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7/7)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정부는 지난 정부의 확장적 재정 기조를 문제 삼고 긴축 재정 기조로 전환, 재정 준칙 법제화를 통한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을 예고했다. 뿐만 아니라 재정 운용 전략으로 민간 역량을 활용한 재정투자 전환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2년 넘게 지속된 감염병 재난으로 드러난 한국 사회의 취약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심화한 경제적 양극화를 해결하는 것이다. 긴축 재정과 경직된 재정 운용으로는 유례없는 경제 위기에서 악화하는 취약계층의 삶을 구제할 수 없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정부의 과도한 국가 채무 관리에 따른 긴축 재정 기조에 반대하며, 사회안전망 강화 등 복지 재정 지출 확대를 요구한다.
경제가 침체되는 국면에서 경기 침체를 막고, 경제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재정의 역할이 보다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여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재정 부양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고 그로 인해 유례없는 규모로 국가부채가 증가했지만 그것을 문제삼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지난 정부의 확장적 재정 정책도 코로나19라는 감염병 재난에 따른 위기 대응책으로 쓰인 것이다. 이마저도 다른 선진국들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의 재정 지출이었다. 올해 공개된 2020년 일반정부 재정지출 규모를 보면, 코로나19 이후 첫 해인 한국의 2020년 일반정부 재정지출은 37.1%였으며, 이는 2020년 OECD 국가 GDP대비 일반정부지출 규모 평균인 50%에 현저히 못미치는 수준이다. 윤석열 정부는 장기적인 감염병 재난으로 인해 힘들어진 민생 경제와 금리 인상 등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경기 침체 대응을 위해 이전보다 더 많은 국가 지출이 필요한 상황임을 명심해야 한다.
국가 채무 관리와 재정건전성을 위해 윤석열 정부는 재정준칙 관리지표를 통합재정수지에서 각종 사회보장성 기금 수지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관리재정수지는 국제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재정지표다. 게다가 통계의 눈속임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재정을 관리하는 독자적인 지표가 되기에는 문제가 있다. 정부는 통합재정수지가 아직까지는 흑자를 보이는 국민연금기금과 사학연금기금을 포함하고 있어서 강력한 긴축재정을 실시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여겨 이를 제외하는 관리재정수지를 관리지표로 삼으려는 듯하다. 그러나 이들 기금 외에 현재 적자를 보이는 공무원연금기금·군인연금기금 등은 관리재정수지에 포함하고 있다. 이처럼 사회보장성 기금 중 어떤 기금은 포함시키고 어떤 기금은 제외하는 자의적인 개념 설정은 관리재정수지가 정합성에서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며, 적자를 과장하는 통계의 눈속임을 통해 지나친 긴축 재정을 추진할 의도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정부는 사회적 위험 대응이라는 사회보장성 기금의 존재 이유를 침해하지 않고 경제적 실질적 측면에서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식의 재정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해야할 것은 통계의 눈속임에 기반한 재정건전성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직면한 과제를 해결할 충분한 재원 조달 계획을 내놓는 것이다. 정부는 209조 원 상당의 지출이 필요한 국정과제 이행을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위한 재원 확보 계획은 민간에 의지하겠다는 구호뿐이었다. 국무위원 중심의 회의에서 벗어나 민간 전문가를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참석시켰다고 했지만 그 구성원에는 삼성전자·sk 하이닉스·네이버 등 기업의 임원만 포함됐다. 노동자와 취약계층의 목소리는 배제하고 사용자 위주의 정책을 펴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윤석열 정부는 고소득·고자산 법인과 개인에게 유리한 감세 정책을 추진 중이다. 법인세, 종부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세제, 상속증여세, 금융자산 과세 완화 등 대대적인 감세 정책을 예고한 상황에서, 긴축 재정만으로 저출산 초고령화라는 사회적 구조 변화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재정 지출 효율화를 추진해야 한다면 현재도 많은 재정 지원과 세제 감면의 혜택을 받는 기업에 대한 지원 조정이 우선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는 늘어난 복지 수요에 답해야 한다. 심각한 경제적 불평등과 자산·소득의 양극화 문제에 직면한 한국 사회에서 유연한 재정 운용을 통한 복지 지출 확대는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사회적 요구이다. 국가재정전략회의는 시민의 그 어떤 요구에도 답하지 못했다. 재정수지 비율의 법제화는 변화된 경제환경에 대응하는 유연한 재정 운용을 제한할 것이고,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역할을 축소시킬 것이다. 현 정부의 엇나간 ‘재정건전성’ 구호와 과도한 국가 채무 관리는 결국 서민, 취약계층의 삶을 더 악화일로로 빠뜨릴 것이다. 지금 시기는 경제 침체를 방지하고,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 재정 운용이 필요한 때이다. 사회복지 안전망을 강화할 수 있는 보다 과감한 재정 운용과 복지 정책이 문제 해결의 열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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