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재정개혁센터 일반(ta) 2023-07-04   1381

[논평]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민생경제와 구조적 리스크 대응 포기 선언

세수부족·복합위기 구조적 해법·취약계층 대책 없는 3무 정책
구조개혁커녕 구조갈등 조장, 불평등·양극화 심화할 무책임한 말장난

오늘(7/4) 윤석열 정부는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경제활력 제고’, ‘민생경제 안정’, ‘경제체질 개선’ 등 성과 창출 3대 중점 과제와 ‘미래대비 기반 확충’ 등 중장기 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간의 경기 침체 상황에서 경제활력을 제고하고 민생경제 안정을 위해서는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나, 정작 이번 경제정책방향에는 올해 5월까지 무려 36.4조에 달한 세수 부족에 대한 대책이 빠져 있어 속 빈 강정에 가깝고, 구조적 리스크 대응은커녕 구조갈등을 조장하거나 구조개혁에 역행해 미래대비 기반을 확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이번 경제정책방향은 ▲세수 펑크에 대한 대책이 없고, ▲부동산, 가계부채와 같은 리스크에 대한 구조적 해법도 없고, ▲취약계층에 대한 제대로 된 복지 지원책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3무 정책일 뿐이다. 참여연대는 이번 경제정책방향이 사실상 민생경제와 구조적 리스크에 대한 대응 포기 선언이라고 지적하며, 역대급 세수 부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서는 그 어떤 과제도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정부가 빠른 세수 재추계를 통해 정확한 세수 부족 분을 예측하고, 대책을 내놓을 것을 촉구한다.

윤석열 정부가 미래기반 확충을 위해 구조개혁을 하겠다면서 노사 법치와 같은 내용을 맨 앞에 내세운 것은 구조개혁이 아니라 구조갈등만 자극할 뿐이다. 특히 전세 임대인 대출규제 완화, 집부자 주거비 완화 위한 공정시장가액비율 유지, 건설사들에 대한 PF 보증 완화 등은 구조개혁을 오히려 늦추는 정책방향이다. 이는 결국 정부 정책 내에서도 모순이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확실한 사회안전망을 마련한 뒤 적극적으로 문제의 근원을 해소할 때 진정 구조개혁을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 복지 정책인 ‘약자복지’는 재벌과 부자에게 퍼준 뒤 남는 재정 여력 하에서의 잔여적 정책일 뿐이며, 복지나 일자리 관련한 문제도 정부의 역할 확대는 찾아보기 어렵고 민간을 활용하는 방안만으로 가득한 정부의 이번 경제 정책 방향은 무책임한 말장난이 아닐 수 없다.

다음은 참여연대가 모니터링하는 주요 분야에 대한 약평이다.

[조세⋅재정] 정부는 이번 경제정책방향을 내놓으면서 경제활력 제고, 민생경제 안정, 경제체질 개선을 3대 중점 과제로 내놓았다. 하지만 경제활력 제고와 민생경제 안정을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재정의 역할이 중요한 데, 정부는 세수부족에 대한 대책은 물론, 지금까지 세수 재추계도 없이 또다시 감세 방안을 줄줄이 내놓고 중점과제를 달성할 것이라고 큰소리치고 있다. 특히 수출을 회복하겠다는데, 우리나라의 최대 무역국인 중국과의 외교갈등을 그대로 둔 채, 그저 대기업 세제 감면으로 이를 달성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건전재정만 내걸 뿐, 세수부족 대책 없이 재벌부자감세를 확대하면서 재정준칙 법제화도 추진하겠다는 것도 모순적 행보이다. 또한, 내수활성화 방안도 코리아 세일페스타와 같은 소비 촉진책뿐인데, 작금의 높은 물가와 가계부채 등으로 소비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이는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투자를 확대하겠다면서 가업승계와 같은 상속세 우회수단 확대 방안을 슬쩍 집어넣은 것을 보면, 윤석열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은 실제 경제 활성화나 민생 안정보다 불평등만을 심화시킬 우려가 다분하다. 지금은 말로만 건전재정을 외칠 것이 아니라 부자재벌감세를 철회하고 세입확충 방안을 마련해 조세정의를 확립할 때이다.

[재벌개혁⋅경제민주화] 재벌의 사익편취를 방지하고 소수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는 기업 지배구조의 확립과 대·중소기업 간 거래에서의 공정거래 관행 확립 등 경제민주화를 위한 정책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쟁 활성화, 불법‧부당행위 근절 등으로 공정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하고, 상생·경제교육 강화로 자유시장경제 기반 강화”라는 강한 구호에 부합하는 구체적인 정책 없이, 윤석열 정부 2년차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의 포인트는 수출 촉진과 규제완화에 과도하게 경도되어 있을 뿐이다. 지난해 이재용 회장 특별사면과 그에 대비되는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에 보듯 윤석열 정부가 주장하는 강력한 법치는 사실상 재벌과 대기업에 우호적이고 사회적 약자에게는 가혹한 불공정인 데다 경제범죄 및 불공정거래에 대한 처벌을 완화할 뜻마저 내비쳤다. 올해 시행될 납품대금연동제와 관련해서도 교육과 컨설팅제공 등 의례적인 사항 외에 원료 공급 대기업과 이로부터 원자재를 받아 사업을 운영하는 중소기업, 그리고 완제품 생산 대기업 간 거래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하려는 노력은 없다. 또한 고질적 문제인 대기업 기술탈취 문제도 지난 상생협력법, 하도급법 개정의 후속조치만을 제시했을 뿐이다. 금융권의 경쟁촉진과 비이자수익 확대 등을 통한 은행의 수익구조 개선을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는데, 코로나19 유행 이전 저금리 시기에는 오히려 금융회사들의 비이자수익 추구행위가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 또는 사기 판매의 원인이 되었다는 점 역시 고려해야 한다. 금융공공성과 관련해서도 대중영합적인 고려를 넘어 보다 장기적 시각에서의 정책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복지] 이번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도 여전히 심화하는 불평등 양극화 해결을 위한 복지 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 정부는 노인빈곤율 OECD 1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공적연금 강화라는 시대적 과제를 외면하고 민간 보험사의 배만 불리는 사적연금 활성화 정책을 내놓았다. 이는 공적연금을 형해화하고 금융자본의 손을 들어주는 정책으로 공적연금이 가지는 사회적 연대의 의미를 부정하고 주민 모두를 각자도생의 벼랑끝으로 내모는 행위와 다름없다. 약자복지를 강조하며 생계급여의 선정기준을 일부 올리겠다고 하지만, 부양의무자 완전 폐지 등 실질적인 복지 사각지대 해소 정책은 외면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 의지가 의심된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 下’에서 약자복지·취약계층 지원은 빚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정부는 출범 이후 계속해서 사회서비스 고도화라는 이름의 사회서비스 시장화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번 경제정책방향에도 사회서비스 고도화를 명목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는데, 이는 주민의 돌봄권 보장을 위한 국가의 역할과 책임을 부정하는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또한 보건의료분야를 포함, 국민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플랫폼기업이 집적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규제 혁신 사업은 의료민영화와 직결되어 있는 사안으로 즉시 폐기해야 한다. 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속 복지제도의 방향이 민간 활성화 중심의 정책인 것이 매우 우려스럽다. 정부는 효율성 강화라는 허울을 덮어씌워 제시한 복지 시장화 정책을 즉각 폐기하고 국가 책임 강화를 위한 사회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서민가계경제(중소상인 포함)] 고물가, 고금리로 국민들의 삶이 점차 팍팍해져 가는 가운데, 가장 어려운 계층인 자영업자, 서민층에 대한 대책이 ‘지원’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큰 문제다. 미국 등 해외주요국들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심화되는 소득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 재벌부자증세와 서민·중산층·자영업자 소득 제고를 위해 재정을 투입하며 고군분투하는데 반해, 윤석열 정부는 대규모 소비행사 개최나 숙박쿠폰 지원, 공공요금·물가 인상 자제 등 정부 역할은 없이 현상유지에 급급한 정책을 내놓았다. 심지어 윤석열 정부의 1호 공약인 ’50조원 이상의 온전한 손실보상’은 흔적도 없다. 자영업자 부채가 1천조원을 돌파하고 고금리로 원리금 상환 압박이 커지고, 연체율이 급증하면서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데도 이에 대한 대책이 사실상 전무하다. 개인채무자보호법 제정의 기약없는 추진 외에 한계채무자의 권리보호와 채무조정-재기지원을 위한 정책도 보이지 않는다. ‘숨은 빚’인 전세보증금까지 합하면 3천조원에 달해 GDP 대비 가계부채 규모가 OECD 1위인 상황에서도 가계부채 규모를 적극 축소하거나 원리금 상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아니라 되레 금융지원이나 부채를 더욱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자유시장경제의 선봉인 미국조차도 낙수효과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적극적인 재정투입과 기업의 세부담 강화, 소득분배 대책을 시행 중인만큼 정부도 지원, 감면 중심의 정책을 벗어나 서민·중산층·자영업자 소득 증대를 위한 전면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주거]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확산으로 서민들의 주거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대출규제 완화, 세금 감면,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도 ‘역전세·전세사기 등 서민 주거 안정 저해 요인 방지에 주력하고, 주거비 부담 완화 노력을 지속하겠다’지만, 이는 그저 구호일 뿐이다. 그동안 빚내서 집사고 세살라는 정책이 집값과 전세가 폭등을 초래했고, 전세사기 피해를 더 키웠음에도 현행 제도의 개선은커녕 오히려 대출을 더 확대하겠다고 한다. 정부는 보증금 반환대출 규제 완화가 세입자 보호를 위한 한시적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이로 인한 새임차인의 피해와 금융·보증기관의 부실이 우려된다. 임대사업자가 주택을 팔아서 보증금을 반환하는 자구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보증금 대위변제액 증가로 인한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재정 손실을 줄이기 위해 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강화한다고 발표해놓고는 기존 임대주택에는 유예하겠다는 태도는 납득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작년 폭우로 반지하 참사가 발생하면서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의 필요성이 커지고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공공매입, 긴급주거용 수요까지 추가됐지만, 공공임대주택 예산과 물량은 전정부에 비해 크게 줄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반면, 투기 목적의 주택 구입을 막고 무주택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한 ‘전매제한’, ‘실거주 의무’ 등의 조치를 무력화하고,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낮춰 종부세를 깎아주고, 용적률 상향 등으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재건축부담금을 완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참으로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가 아닐 수 없다.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각종 규제완화를 통한 집값 떠받치기 대신 공공임대주택의 확충을 비롯해 주택 임대차 갱신횟수 확대를 포함한 주택 임대차 안정화 대책, 주거급여 상향 등의 정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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