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은 우리 사회의 여러 사회 구조적인 문제의 결과물
부의 대물림 가속화·불평등 심화 정책으로 저출생 해소 못 해
노동, 주거 등 구조 해결 외면한 채 세금 깎아주는 것 해법 아냐
윤석열 정부가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저출생 대책으로 제시한 결혼자금 증여세 공제 한도 확대가 이번 세법 개정안에 담긴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부모·조부모 등 직계존속의 자녀·손주 등 직계 비속에 대한 증여세 공제 한도 5000만원이 1억 5천만 원으로 상향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결혼자금 증여세 공제 확대의 부담 절감 효과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저출생 대책이라고 하기엔 그 효과가 제한적이고 차별적이다.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이미 결혼을 예정하고 부모·조부모로부터 1~2억원대 자금 지원이 가능한 이들에게 세금을 깎아주고, 대다수 가계에 박탈감을 안겨주는 것 외에 저출생과 관련해 어떠한 효과가 더 있겠나. 특히 저출생이 우리사회의 구조적인 여러 문제가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점, 그리고 결혼이 출생의 전제조건이 될 수 없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결혼자금 증여세 공제 확대는 그저 부의 대물림 수단 중 하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정부가 진정으로 저출생 문제 해결을 바란다면,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소득과 자산에 부합하는 세금을 거두고 그 재원으로 일자리와 돌봄 확대, 주거문제 해결, 성평등 정책 마련 등에 사용해야 한다.
더구나 윤석열 정부는 올해 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세수부족 사태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해법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 우리는 지금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40조원 규모의 예산 불용 상황에 놓여 있는 셈이다. 마땅히 정부가 지출해야 될 사업 중 세수 부족으로 지출하지 못하는 상황을 그대로 방치해 놓고, 저출생 운운하는 것은 기만이다. 거기에 ▲가업승계 공제 확대, ▲K 콘텐츠, 국가전략기술·시설 세액공제 확대 등 세제지원 확대를 줄줄이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무책임함이 더욱 크게 드러난다. 내년부터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감세법안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또한 최근 OECD는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기도 한만큼, 경기 전망도 좋지 못하다.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세수부족 사태가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최근 기획재정부는 각 부처와 공공기관들에게 내년 예산요구안을 삭감해서 다시 제출토록 했다고 전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마땅히 세원을 확충하고 안정적인 세수를 확보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안정적인 세수 확보와 정부 지출의 확대 없이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부의 불평등, 부의 세습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는 결과적으로 정부가 결혼자금 증여세 완화를 통해 기대하는 저출생 문제 해소 효과는 요원할 우려가 크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1년 증여세 신고세액은 8조 3514억원으로 4년새 두배 이상 증가했고, 고용진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최근 5년간 미성년자 증여 현황’에 따르면, 2021년 미성년자 증여액은 2조3504억원으로 전년(1조617억원)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부의 대물림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즉, 결혼자금 공제 확대는 결국 저출생의 원인은 그대로 둔 채 부자들의 세 부담을 해소할 뿐, 부의 무상 이전을 용이하게 하여 불평등을 가속화해 결과적으로 저출생 문제를 악화할 우려가 크다. 따라서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세금을 더 깎아주는게 아니라 오히려 세원을 확대하고 안정적인 세수 확보를 통해 양극화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지출을 확대하는 일이다. 자산가 계층의 세부담 완화에 앞장서며 응능부담 원칙을 훼손하는 윤석열 정부가 우리사회의 불합리한 구조와 작금의 복합 위기 상황에서 위축된 대다수 시민을 위한 정책 마련에 매진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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