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검증없이 감세 거듭해 세입기반 훼손
내년 부자감세 효과 본격화, 경기 전망 어려워 세수부족 장기화
세수부족 상황 넘어설 세입확충 방안 부재, 추가감세만 줄줄이
인구 등 구조적 위기극복 방안, 기존 정책 되풀이 효과 의문
윤석열 정부는 오늘(27일) 2023년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며 경제활력 제고·민생경제 회복·미래 대비 등을 목표로 내세웠다. 그러나 지난해 처리한 대규모 부자감세 효과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경기전망이 신통치 않은데도 추가감세를 실시하며 이렇다 할 세입기반 확충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심지어 재벌대기업과 자산가들에게 더 큰 효과가 나타나는 감세정책을 민생 대책인냥 포장하고 있다. 또 매년 경제 활력을 제고한다며 완화를 거듭한 투자세액공제 등을 이번에도 대거 포함했지만 투자세액공제가 경기 회복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은 여러차례 확인된 사실이다. 정부는 감세 정책이 경제를 살릴 것처럼 말하지만 이를 통한 구조적 위기 극복은 어불성설이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거듭된 감세로 세수기반 자체를 왜곡시키는 이번 세법개정안을 단호히 반대한다. 아울러 민생회복과 구조적 위기 대응을 위해 부자감세 철회와 제대로 된 세입확충 방안을 제시할 것을 촉구한다.
윤석열 정부는 추가 감세를 기업뿐만 아니라 가계, 중소기업, 자영업자 등 모든 계층에게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다양한 세목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다분히 총선 등을 고려한 정치적 감세로 의심된다. 감세는 모두가 혜택을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많이 지출할수록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실제로는 자산가, 고소득자, 대기업이 훨씬 큰 이득을 누린다. 반면, 그로 인한 세수감소는 지출 축소를 초래하고, 기업 지원보다 복지 지출이 줄 유인이 크기 때문에 결국 서민층의 피해로 다가온다. 비과세감면 제도를 줄이고 그 세수로 직접적으로 복지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비과세감면 제도가 정비되어 온 이유다. 감세 정책의 본질적인 성격에도 불구하고 이를 민생을 위한 것인양 포장하는 것은 기만이다. 그 효과가 대부분 고소득·중산층에 귀착될 주택담보대출 이자상환액 소득공제 확대, 결혼자금 증여 공제 제도를 민생과 미래대비 정책이라고 한다면, 이 정부는 한계에 달한 서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6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1.5%로 0.1%p 낮추고,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도 2.3%보다 0.2% 내린 2.1%로 전망했다. 우리나라는 올해 40조원에 달하는 역대급 세수부족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내년부터 법인세 등 부자감세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경기전망도 어두워지면서 세수부족 사태의 장기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최근 기획재정부는 각 부처와 공공기관 등에게 예산요구안 삭감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번 세법개정안에는 이 같은 긴절한 재정 상황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개정안에 따르면, 당장 내년에만 7천억원이 넘는 세수가 줄고 향후 5년간 세수 감소는 수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경기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는 정부가 재정지출을 통해 경제 활력을 도모하고, 민생회복을 견인하는 것이 상식에 가깝다. 하지만 부자감세 효과에 더해 또 다시 감세일변도 안을 내놓은 것을 보면, 과연 이 정부에 경제 활력 제고와 민생 회복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한편,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의 주요 전략 중 하나로 인구 등 구조적 위기 극복을 통한 미래 대비를 꼽았다. 그 내용은 최대 1.5억원(5천만원+혼인공제 1억원)까지 결혼자금에 대한 증여재산 공제 확대와 출산·양육 수당 등의 확대이다. 하지만 저출생 문제가 증여세 부담 덜어주고, 출산수당 비과세 혜택 늘려준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가. 출산수당은 꿈도 꿀 수 없는 불안정한 일자리, 아무리 일해도 나아지지 않는 삶을 꾸려가는 이들에게 정부의 역할을 제시했어야 한다. 세입기반을 확충해서 서민들을 적극 지원하는 것이 이 문제를 대비하는 유일한 길인 것이다. 한편 구조적 위기를 말하면서도 불평등과 기후위기 대비책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이 정부의 현실 인식에 문제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세법개정안에 담긴 증여재산 공제 확대나 주택담보대출 이자상환 소득공제 확대 등은 재산이 있는 사람에게 세제 혜택을 부여해 오히려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노후 연금소득 세부담 완화 역시 복지 산업화를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의 사보험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폭염과 폭우, 한파가 반복되면서 피해 시민이 늘어나는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세 도입 등은 일언반구조차 없다는 것도 큰 문제이다. 대학이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가지고 있는 토지나 건축물을 팔고 다른 토지나 건축물을 구입할 때 양도차익 세제지원을 해주겠다는 뜬금없는 정책은, 비영리 기관인 대학에 영리추구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것으로 대학의 공공성에 해를 가할 수 있다.
이미 반도체 등 이른바 국가전략 기술에 막대한 투자세액공제 혜택이 있는데도, 이번 세법개정안에 바이오 의약품을 국가전략기술에 추가했고, 영상콘텐츠 투자세제지원 확대도 담겼다. 재벌들의 대표사업은 모두 국가전략기술에 포함해 섭섭한 분야가 하나도 없게 하겠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업의 투자 결정 요인은 매우 다양하다. 경기전망이 긍정적이면 세액공제가 없어도 투자는 늘 것이고, 그 반대라면 아무리 세금을 깎아줘도 투자를 늘릴 유인이 없다. 이것이 1982년 임시투자세액공제 도입 때부터 지속적으로 그 효과에 대한 논란이 일었던 이유이다. 결국 정부의 세법개정안을 아무리 뒤져도 경제활력과 민생회복, 구조적 위기 대응 방안은 찾기 어렵다. 스스로 내세운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지금 정부가 할 일은 부자감세를 철회하고, 사회연대세·탄소세 등의 도입으로 세입기반을 확충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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