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민생 내팽개친’ 윤석열 정부의 2024년도 예산안

재벌부자감세와 역대급 세수결손이 초래한 예정된 결과
선택적 약자복지·구조개선 없는 미래 투자의 한계 명확해
복합적 위기에도 ‘재정 정상화’로 포장된 ‘재정 역할 포기 선언’

정부는 오늘(8/29) 2024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거듭된 세수 부족 사태에도 감세로 점철된 세법 개정안을 내놓은 윤석열 정부는 예상대로 2024년 총지출을 2005년 이후 역대 최저 증가율인 2.8% 증가한 656.9조원으로 편성했다. 이는 지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밝힌 내년도 경상성장률 4.7%(실질성장률 2.4%, 소비자물가상승률 2.3%)를 감안하면 사실상 지출을 크게 줄이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요 수출국인 중국경제가 급랭하는 상황에서 재정지출까지 이렇게 줄이는 것이 적정한지 우려된다. 이는 결국 상반기에만 40조원 발생한 역대급 세수결손과 건전재정 집착이 결합된 결과이다. 이 정도의 세수결손이라면 2023년 총수입(예산액 625.9조원)이 2022년 결산액(617.8조원)보다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는데, 아무리 경기가 부진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경상성장률이 양(+)일 것이라는 점에서 총수입 감소의 원인을 윤 정부의 대규모 감세 때문이 아니라고 보기 어렵다.

윤석열 정부는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겠다’면서도 재정과 민생 모두를 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늘어난 지출은 거의 없고, 삭감된 예산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어 그 효과가 의심된다. 게다가 경제위기 시 정부가 긴축에 나설수록 경제는 악화될 우려가 크기 때문에 이는 결국 재정만 고려해서 민생을 희생시키겠다는 것과 같다. 재정지출 감소로 민생이 악화되고 이는 다시 세수 부족으로 이어지고, 재정은 더 위축되는 악순환이 우려되는 이유다. 참여연대는 재정 정상화로 포장된 재정 역할 포기 선언과도 같은 내년도 예산안으로 인구변화의 구조적 위기, 경제위기, 기후위기 등 복합적 위기에 대응할 수 없음을 강조하며, 적극적 재정운용 기조로의 전환과 이를 위한 국회의 역할을 촉구한다.

정부는 강도높은 재정정상화로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 집중해 약자복지, 민간경제 활력 제고 등 민생 사업에 과감하게 재투자하겠다고 하지만, 사실상 삭감에 가까운 수준의 예산을 편성해놓고 민생을 챙기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기만에 가깝다.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말 684조9000억원에서 무려 335조원 증가한 1020조원으로 추산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0.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고 지난 7월에도 민간소비가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둔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OECD 1위인 반면, GDP 대비 공적연금 지출은 2.8%로 OECD 평균 7.7%에 턱없이 부족한 최하위 수준이다. 정부는 기준중위소득 인상 등으로 약자복지가 실현될 것처럼 포장하지만, 부양의무자기준 전면 폐지나 기준중위소득의 대폭 인상도 없이 선별적인 몇 개의 정책으로 두터운 사회안전망과 사각지대 없는 복지체계 구축은 요원하다. 또한 적극적 재정 운용을 통한 구조 개선 없는 미래준비 투자도 재벌 중심의 경제활력 제고 방안도 그 한계가 명확하다는 점은 작년 예산 구조와 집행을 통해서 드러난 바이다.

내년도 예산안을 살펴보면, 기준중위소득 6.09% 인상과 생계급여 선정기준 상향(30% ⇒ 32%) 등에 따른 기초생활보장제도 예산 증가는 그저 기준중위소득 산출의 기본 산식을 지킨 것에 불과한 데다 생계급여 선정기준을 기준중위소득 35%까지 상향한다는 윤 대통령 공약에도 미치지 못 한다. 부양의무자 기준 전면폐지 역시 요원할 뿐이다. 최중증 발달장애인 돌봄 난이도 단계별 1:1 돌봄체계 구축도 핵심으로 내세운 것에 비하면 사실상 생색내기에 그쳤다. 심지어 주간일평균 4만명이 확진되고 18명이 사망하는 상황에서도 신종감염병 위기상황 종합관리 예산 약 1조2527억원 삭감 등 보건의료 예산을 전년 대비 2조6248억원 삭감했다. 이는 재정을 투여해 감염병 확산을 막아 시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보다는 감세로 쪼그라든 재정만을 쪼그라든 채로 지키겠다는 것과 같다.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문제로 인해 서민들의 주거안정이 크게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공공임대 예산은 7009억원 증가했을 뿐이다. 초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돌봄과 일자리 등 구조적 해결을 위한 노력이나 50조 손실보상 공약은 확인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국방예산을 59조5885억원으로 전년대비 4.5% 인상한 것 역시 부적절하다. 이는 결국 군비 경쟁의 악순환을 만들고, 사회안전망 확충과 기후위기 대응 등 더욱 시급한 곳에 사용할 예산을 뺏는 것과 같다.

이번 예산안의 가장 큰 문제는 필요한 예산이 어디서 어떻게 삭감되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1.5%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지금, 재정이 민생 안정과 경제 활력을 위해 사용되어야 함에도 윤석열 정부의 감세와 긴축 재정 기조로 인해 필요한 곳에 재정의 역할이 닿지 못할 우려가 크다. 실제로 세수부족에 시달리는 올해 재정상황으로 인해 올해 2분기 GDP 성장률 0.6%의 경제활동별 및 지출항목별 성장기여도를 살펴보면, 정부의 소비와 투자가 줄어서 정부가 -0.5%p 끌어내렸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경기침체를 극복하는 데에 기여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역할을 할지 모른다. 특히 재벌부자감세의 효과가 내년에 본격화되고, 경기 전망도 좋지 않아 세수부족이 장기화 될 것이 우려됨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이를 넘어설 세입확충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내년에도 재정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셈이다. 누누히 강조하지만, 지금은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부가 재벌과 부자만 챙기느라 재정의 역할을 축소시키고 민생은 외면한다면 “알뜰 재정·살뜰 민생”은커녕 민생 파탄을 초래해 미래세대에 더욱 큰 부담을 안길 우려가 크다. 2024년도 예산안 보완을 위한 국회의 역할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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