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무늬만 재정건전성’ 위한 외평기금 활용, 세수결손 근본 대책 아냐

국채발행, 추경 제외 한국은행·외평기금·국유재산 등 총동원
재벌부자감세 철회하고 제대로 된 세입확충 방안 제시해야

올해 7월까지 세수결손 규모는 전년동기 대비 43조4천억원이다. 남은 기간 지난해 수준의 세금이 걷힌다고 해도, 정부가 올해 예산안 마련시 예측한 400조5천억원에 비해 48조원 부족하다. 경제 전망도 좋지 않아 세수결손이 50조원을 넘길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은 역대급 세수결손 충당을 위해 윤석열 정부가 환율 급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기금인 외국환평형기금(이하 ‘외평기금’) 활용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공자금관리기금(이하 ‘공자기금’)에서 외평기금 예탁금을 조기 회수해 이를 일반회계 재원으로 넘기겠다는 심산이다. 여러 기금과 일반회계를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 공자기금을 통해 외평기금 자금이 일반회계로 전환되면 세수결손을 그만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채발행도, 감액추경도 하고 싶지 않은 윤석열 정부의 궁여지책이다. 하지만 공자기금도 상당수는 국채 발행으로 조달된 자금이다 보니 결국 공자기금 활용의 실질은 세수결손을 빚으로 메우는 것과 다름없다. 더욱 문제는 윤 정부가 세수결손을 메꾸기 위해 외평기금 활용 외에도 한국은행으로부터 역대급 규모인 113조7000억원을 일시차입하고, 국유재산을 매각하는 등의 꼼수를 총동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수결손 문제는 국채 발행이나 감액 경정과 같은 대안들이 있고, 기획재정부는 아직 세수 재추계를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도 외평기금 활용은 근본적 대책으로 보기 어려운 꼼수라는 점에서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특히, 그 배경에 ‘무늬만 재정건전성’을 달성하기 위한 이유가 숨어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동안 기획재정부는 일반회계 일시 재원 활용을 위한 외평기금 사용이나 외평기금재원 축소에 대해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런데 갑자기 세수결손 20조원 안팎의 부족분을 공자기금 재원을 활용하겠다며, 외평기금 활용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외평기금이 제대로 된 원칙 없이 정부 필요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지는 않은지 엄중하게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기금의 여유 자금을 공자기금을 통해 모으고, 이를 세수결손 대책으로 사용하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는 자금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으로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감세와 건전재정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윤석열 정부가 통계적 착시를 통해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것처럼 보이도록 이른바 ‘윈도드레싱(window dressing)’하는 점은 우려스렵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감세정책의 도그마에 빠져 줄어든 세수입 보충을 위해 외평기금 등 총지출 밖에 존재하는 자원을 활용하거나 국유재산을 매각하는 등 윤석열 정부의 꼼수를 지적하며, 재벌부자감세를 철회하고 제대로 된 세입확충 방안을 제시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그동안 정부에 따라 갈지자 행보를 보인 외평기금의 운영 원칙을 바로 세워 불투명성과 자의성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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