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정책 미분류 2022-06-02   616

[언론기고] 코끼리 옮기기, 연금개혁②_기초연금과 국민연금, 대립인가 상생인가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한겨레21> 공동기획: 코끼리 옮기기, 연금개혁-두번째 회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윤석열 정부가 연금개혁을 공언했다. 연금개혁엔 모두가 동의하지만 방향은 말 그대로 ‘백가쟁명’인 상태에서 새 정부의 선택은 쉽지 않아 보인다. 통상 중요한 사회개혁 이슈는 진보와 보수 각자의 목소리가 통일돼 진영 대립이 형성된다. 하지만 연금 문제는 진보와 보수 내부에서도 노선 갈등이 심해 사회적 합의가 어렵다.

 

노후소득보장에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역할 설정은 여러 연금개혁 핵심 이슈 중 하나다. 그동안 논의된 방향은, 첫째 기초연금 축소론, 둘째 기초연금 확대와 국민연금 축소 혹은 현상 유지론, 셋째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동시 확대론 세 가지다.

 

윤석열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 계획은?

기초연금 축소론은 과도한 재정 부담을 막기 위해 수급자를 노인의 70%(소득하위 70%)에서 40%로 낮추자는 것이다. 준보편주의적 기초연금을 빈곤한 노인들만을 위한 공공부조제도로 축소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노인빈곤이 심각한 상태에서 혜택을 대폭 축소하는 이 방안의 정치적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한 ‘기초연금으로 수백조원의 세금이 들어간다’는 과장된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연금의 재정 부담은 국내총생산(GDP) 비율로 측정하는데 30~40년 뒤 기초연금 재정은 GDP의 2% 안팎으로 추정된다. 선진국들은 GDP 10% 내외의 돈을 연금으로 지출하고 있다. 기초연금 재정에 국민연금 지출(GDP의 7~8%)을 합산해도 재정적으로 부담 불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

 

기초연금 확대론은 진보 진영 대부분이 주장한다. 논거는 두 가지다. 하나는 40%에 이르는 노인빈곤율 때문이다. 이는 선진국 노인빈곤율 평균의 3배가 넘는다. 국민연금 수급자가 전체 노인의 65%에 불과하고 연금액도 낮아, 기초연금을 인상하고 대상자도 더 확대해 노후 빈곤을 예방하자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너무 크므로, 이들의 최소한 생활보장을 위해 기초연금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특히 최소 10년을 가입해야 받는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충족하지 못한 여성들의 노후 빈곤을 해소하기 위해 기초연금 확대는 매우 중요하다.

 

기초연금 확대론은 비정규직이 많고 성별 노동시장 격차가 심한 한국 사회에서 최소한의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설득력 있는 대안이다. 하지만 국민연금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심각한 견해차가 발생한다. 기초연금 확대는 동의하지만 공적연금의 재정 부담이 너무 커지지 않게 국민연금을 축소 혹은 현상 유지를 해야 한다는 입장과, 기초연금은 구조적으로 적정 노후 생활을 보장하기 어려워 국민연금의 보장성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갈라진다.

 

국민연금은 그대로 두거나 축소하고 기초연금만 더 확대하면 공적연금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는 윤석열 정부의 연금개혁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선거기간에 기초연금을 월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인상한다는 공약을 발표했고, 국민연금은 (보험료를) 더 내고 (급여액은) 덜 받는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한 적이 있다.

 

기초연금 40만원=19년 보험료 내고 받는 연금액

먼저 새 정부가 공표한 것처럼 기초연금을 월 40만원으로 인상한다고 가정해보자. 당장 국민연금과의 갈등이 표면화된다. 국민연금은 보험료를 10년 이상 납부해야 연금 받을 자격이 생긴다. 2021년 말 기준으로 20년 이상 국민연금 보험료를 낸 사람들이 받는 평균연금액이 월 93만원이고, 10~19년 동안 보험료를 낸 사람들(181만 명)이 받는 연금액이 월 39만6천원이다. 즉, 매달 보험료를 10~19년 동안 꼬박꼬박 납부해 받는 연금액이 월 40만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기초연금이 월 40만원으로 인상되면 십수 년간 보험료를 내고 받는 국민연금액과 보험료를 하나도 내지 않고 받는 기초연금액이 비슷해진다. 이에 따라 굳이 국민연금에 성실하게 보험료를 낼 동기가 약화된다.

 

국민연금은 강제 가입이기 때문에 가입 동기 약화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상당수 노동자는 40대 말이나 50대 초에 직장을 그만두고 보험료 원천 징수가 안 되는 지역가입자로 전환하거나 보험료 납부를 멈추게 된다. 국민연금 가입 상한이 60살이기 때문에 50살에 직장을 그만두면 10년간은 보험료를 더 내야 국민연금액이 많아진다. 하지만 기초연금 40만원이 주어지고, 소득도 없는데 얼마 안 되는 국민연금을 타기 위해 보험료를 납부할 동기는 약화될 게 뻔하다. 기초연금 확대가 정작 중요한 국민연금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또 다른 요인도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기초연금법이 제정될 때 국민연금이 일정액 이상이면 기초연금을 삭감하는 장치를 도입했다. 가령 기초연금액이 40만원이고 국민연금액이 기초연금의 150%를 초과할 경우, 즉 국민연금액이 60만원 이상이면 기초연금액이 최대 20만원까지 삭감될 수 있다. 성실하게 국민연금 보험료를 낸 사람에게 말도 안 되는 역차별이란 비판이 많았지만 그대로 입법됐다. 현장에서는 이런 이유로 기초연금이 삭감되지 않는 수준에 맞춰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하려는 움직임이 적잖다.

 

소득비례원리 약화되면 안 되는 이유

국민연금은 소득이 많은 사람은 보험료를 더 내고 그에 비례해 연금을 더 많이 받고, 소득이 적은 사람은 보험료를 적게 내고 상대적으로 적은 연금을 받는 소득비례원리가 들어가 있다. 이 원리는 은퇴 이후에도 은퇴 전의 생활수준을 유지시키려는 목적이 있다. 통상 연금액이 소득의 70%면 은퇴 전의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으나 국민연금은 완전 소득비례제가 아니고 가입기간도 짧아 70% 보장은 불가능하다. 평균적으로 소득의 25~30%를 연금으로 받는다. 국민연금의 소득비례원리가 약화되면 중산층은 노후를 위해 개인연금이나 기업연금(퇴직연금)에 의존하게 된다. 결국 좋은 직장에 다녀 소득이 있는 사람이 주로 가입하는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이 활성화되면 노후소득의 불평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심각한 노인빈곤과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기초연금 확대는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기초연금 확대는 국민연금 보장성 강화와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국민연금을 강화하지 않으면 기초연금 확대는 한계에 부딪힌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이 상생하려면 두 연금의 역할이 동시에 확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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