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빈곤정책 2014-11-06   1843

[성명] 보건복지부와 여당의 최저생계비 폐지 시도 즉각 중단하라

보건복지부와 여당의 최저생계비 폐지 시도 즉각 중단하라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기준이자 모든 사회보장급여의 최저 기준인 ‘최저생계비’는 반드시 존치돼야 한다

 

최근 ‘최저생계비’의 폐지를 골자로 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기초법”) 개정법률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위원장 : 이찬진 변호사)는 국민의 최저생활 보장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는 기준인 최저생계비를 국민의 동의 없이 폐지하려는 국회와 정부의 시도를 강력하게 규탄한다. 이번 기초법 개정은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아야하는 국민의 권리를 명백히 빼앗는 것이며, 국민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요구를 차단하는 정부여당의 폭력적 시도임을 천명하는 바이다.

 

최저생계비는 1997년 「생활보호법」이 개정되면서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하기 위하여 소요되는 최소한의 비용으로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매년 공표하는 금액(법제2조제5항)’으로서 보호대상자의 범위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었다. 그리고 1999년 여야합의를 통해 기초법이 제정되면서 그 역할이 강화되어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소득인정액)을 가진 모든 국민은 수급권자로서, 국가로부터 소득인정액과 급여액을 합하여 최저생계비 이상의 소득을 보장받게 되었다. 최저생계비는 국가가 국민에게 최저생계비에 해당하는 삶을 최소한 보장하겠다는 국민에 대한 법률로 정한 약속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기초법 예산은 국가가 빚을 져서라도 편성해야 하는 경성예산(hard budget)으로서 최소한의 국가 책무를 이행해왔다. 그러나 최저생계비가 폐지되면 국민기초생활보장 예산은 국가의 책무가 아닌 정부 각 부처 예산에 따라 그 보장수준이 결정되는 연성예산(soft budget)의 성격을 띠게 되며, 정치적 영향력이 약한 빈곤층의 권리는 예산편성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으며 결국은 축소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 보건복지위원 시절인 2011년 2월 생애주기별로 맞춤형 복지 제도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사회보장기본법」 개정법률안을 대표로 발의하고,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법개정을 주도하였다. 이에 따라 탄생한 「사회보장기본법」 제10조에서는 국가로 하여금 최저생계비와 최저임금의 2가지 기준을 명시하여 모든 사회보장급여의 수준을 결정하도록 함과 아울러 국가의 사회보장급여의 향상 책임을 명시하였고, 대한민국 사회보장의 국가적 기준인 최저생계비를 정부가 매년 공표할 의무를 강제하였다. 이와 같은 박근혜 대통령의 진정성을 믿은 과반수가 넘는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아 박대통령이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었던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런데 정작 보건복지부와 여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통해 약속하여 왔던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의 가장 중요한 핵심기준일 뿐 아니라 모든 사회보장급여의 기본선인  ‘최저생계비’ 폐지를 강행하겠다는 것인가? 이것이 진정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박대통령은 지난 1년 8개월 동안 복지공약 중 기초연금의 후퇴, 무상보육의 재정부담 회피,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약속 파기에 이어서 대한민국 복지국가의 청사진이자 기본선인 최저 생계비 제도마저 헌신짝처럼 팽개치려고 하는 것인가? 박 대통령의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의 신념은 선거를 위한 허언(레토릭)이었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생애주기별 맞춤형 개별급여’를 도입하여 현재보다 많은 빈곤층의 욕구에 맞는 기초보장제도의 개편을 공약으로 발표하였다. 그런데 이를 바탕으로 한 개정법률안(새누리당 유재중의원 대표발의)은 ▷급여에 대해 법률이 정하는 권한의 대부분을 관계부처 장관들에게 백지위임하고, ▷최저생계비를 폐지하는 대신 ‘최저보장수준’이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선정기준과 급여기준을 분리시키고 권리를 빼앗는 개악적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소위에서는 여야 모두 현행법이 보장하는 권리가 훼손되지 않는 수정대안을 내놓을 것을 보건복지부에 요구해왔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정부는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을 포함한 법률안을 내놓지 않고, 기초법 개정법률안이 “세 모녀법”이라고 주장하며 국회에 통과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개선하겠다는 부양의무자 개선사항은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과 보건복지부장관 지침 개정으로 가능한데도 이를 방치하고 있으며, 오히려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최저기준인 최저생계비 폐지만을 밀어붙이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현행 「사회보장기본법」제4조에 따르면 “사회보장에 관한 다른 법률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경우에는 이 법에 부합되도록 하여야한다”는 타 법률과의 관계를 명확히 정하고 있다. 결국 정부여당이 추진하려는 최저생계비의 폐지는 실정법을 위반하는 심각한 위법성을 가지고 있다.

 

최저생계비는 국가가 보장하는 급여수준을 공표하는 구체적인 금액으로서 반드시 존치되어야한다. 최저생계비는 우리나라의 사회보장 수준을 결정하는 핵심 기본선으로서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한다는 헌법적 정신을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중요한 제도적 장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부와 국회는 제도 개편을 핑계로 최저생계비를 폐지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한다. 나아가 국민의 권리를 훼손하지 않도록 최저생계비의 현실화 및 차상위 계층을 위한 각 급여별 범위 확대에 대한 다양한 방안을 재검토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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