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미분류 2015-02-10   488

[칼럼] ‘우리만이 아는 대답’: 의료비로 인해 고통 받는 사회와 그 해결책

‘우리만이 아는 대답’: 의료비로 인해 고통 받는 사회와 그 해결책

신영전 l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2014년 2월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떠난 일명 ‘송파 세 모녀 자살사건(2014.2.26.)’은 한국 사회 ‘사회안전망’과 ‘사각지대’ 문제를 다시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핵심에 질병과 장애, 그리고 높은 의료비가 자리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그 비극이 ‘송파 세 모녀’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간단한 신문검색만으로도 우리는 이와 유사한 ‘동두천 모자사건(2014.3.2), ‘경기도 광주시 세 가족 사건(2014. 3.3)’을 만날 수 있다. 정부와 국회가 대책을 만들겠다며 호들갑을 떨지만 이러한 비극은 한국사회에서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른바 2015년 한국 사회는, ‘세계 10대 경제대국’ 운운하는 선전과 ‘질병’과 ‘높은 의료비’로 인해 목숨을 끊는 사람이 속출하는 비극이 함께 공존하는 ‘기괴한’ 사회인 것이다.

 

그러한 비극적 상황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 가구의 소득에서 의료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10%를 넘는 가구수가 20.6%에 달하며 심지어 40%를 넘는 가구도 4.7%에 달한다. 이러한 ‘재난적 의료비(catastrophic health expenditure)’는 곧바로 빈곤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이런 높은 재난적 의료비(10% 기준)가 발생한 경우, 빈곤으로 떨어질 확률은 18.6%로 재난적 의료비가 발생하지 않은 가구의 확률인 5.7%의 3.2배에 달한다. 더욱이 소득의 40%이상을 의료비로 지출할 경우 빈곤화 확률은 더 증가하여 30.2%에 달하는데, 이는 그만큼의 의료비를 지출하지 않는 가구에 비해 4.3배나 높은 수치이다. 또한 이렇게 높은 의료비를 지출하는 가구는 빈곤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게 될 확률도 훨씬 높다.

 

이렇게 높은 의료비로 인해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또한 빈곤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연구결과는 이들이 소득수준이 낮으며, 취업가구원이 없고, 자기 소유의 집이 없으며, 가구주가 여자, 노인, 장애인인 경우 등임을 보여준다. 심지어 의료급여 대상자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당연한 듯 보이면서도 비정하고 가슴 아픈 결과라 아니할 수 없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졌을까?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의료보장제도가 사회안전망으로써의 기능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이다. 우선 의료보장제도의 보장수준이 너무 낮다. 한국 건강보험제도의 보장수준은 흔히 62.5%(2012)로 인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환자 본인이 지급하지 않는 의료비 부분을 계상할 경우 56%에 불과하다고 주장되기도 한다. 정부의 공식적인 건강보험보장률을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보장률 수치는 2006년 64.5%, 2007년 65%, 2008년 62.6%, 2009년 65%, 2010년 63.6%, 2011년 63%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결과적으로, 2012년 현재 한국 본인 부담률 35.9%는 덴마크 12.4%, 프랑스 7.5%, 독일 13.0%, 미국 12.0%, 캐나다 15.0%, 일본 14.0%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더욱더 참혹한 것은, 이들 수치는 의료보험 가입자에 대한 것으로, 보험료체납 등으로 인해 의료보험이나 의료급여 등 의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의 규모가 250만 명이 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왜 우리나라의 의료안전망은 이렇게 부실할까? 또 이렇게 의료비 때문에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거나 결국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전근대적인’ 사회를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까? 다양한 진단과 처방이 있을 수 있고 그간에 수많은 안들이 제시되어왔다. 어떤 이들은 먼저 ‘돈 이야기’부터 할 것이고, 또 어떤 이들은 다른 선진 복지국가에서처럼 ‘진료비 상한제’와 같은 제도를 전면 도입하자고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는 늘 맥없이 중단되어 왔고 취약한 의료안전망으로 인한 서민의 고통은 지속되고 있다. 이는 개별 정책의 수립과 집행이 기본적으로 그 사회의 맥락 속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데, 현재 한국 사회는 ‘가진 자들 중심의 정치’, 그리고 그것을 떠받치고 있는 ‘반복지담론’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정치구조와 담론의 획기적인 변화 없이는 어떤 좋은 정책도 제안되어 시행되기 어렵다. 무엇보다 그간의 역사가 그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오늘 한국 사회의 전망이 더욱 비관적인 것은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의료민영화’, ‘의료영리화’를 핵심적인 국정기조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의료안전망을 튼튼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의료체계를 영리의 지배하에 두는 정책이다. 당연히 의료비는 급속히 증가할 것이고, 높아진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이들의 수 또한 늘어날 것이다. 신문의 지면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의료비를 감당 못해 세상을 등지는 또 다른 ‘송파 세 모녀’, ‘광주시 세 가족’, ‘동두천 모자’의 기사로 메워질 것이다.

 

이쯤에서 밥 딜런의 노래 가사가 떠오른다.

“사람은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야/사람이라고 불리 울 수 있을까?/흰 비둘기는 얼마나 많은 바다를 건너야/모래밭에서 편안히 잠들 수 있을까?/ … 중략 … /친구여, 그 대답은 바람결에 흩날리고 있다네/그 답은 불어오는 바람 속에 있다네.”

 

이 노래는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 듯하다.

“한국사회는 어떤 노력을 얼마나 해야/ 가난하고 아픈 이들이 돈 걱정을 하지 않고도 치료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될까?/ 그 대답은 당신만이 알고 있다네.”

 

결국, 이 질문에 대한 우리의 대답과 행동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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